항공기 게시판 | 구독자 2명 | ilsanbart98

국제공항서 일하는 사람이 여객썰 푼단다 - 이 짓 좀 하지 마라 좀 (6) -

안녕안녕!

비가 오는 걸 보니 이제야 장마가 시작될 모양이지?

난 폭우와 강풍은 악천후에 속하기 때문에 별로 좋아하지 않아...

특히나 날씨 때문에 출퇴근도 어렵거니와 비정상 운항이라도 일어나고 나면

그 뒷수습은 어떡하냔 말이지!!! 뜻하지 않은 야근 내지 태스크포스 차출도 싫고!


그러고 보니 지난 화에서 찍사짓 하지 말란 이야기를 했었지.

찍사보다 더 심각한 이야기를 이번 화에서 하려는 빌드업이기도 했어.

그래서 말인데, 각설하고 외쳐본다. 연예인 팬이라고 공항에서 난리 피우지 좀 마라 좀!!!


지난 화에서 찍사꾼들을 박멸하기 위해 결국 항공사가 노쇼 페널티NOSHOW PENALTY, 즉 취소 위약금을 강력하게 인상했다는 말을 했어.

비단 우리 업계에서 뿐이 아니라, 식당들 같은 데도 노쇼는 손실로 직결되는 문제이니만큼

노쇼를 박멸하자는 분위기가 사회 전반적으로 퍼져서 좀 더 나아지는 세상을 만든 거 같아 다행이야.

여담이지만, 도대체 공항 이용객 및 공항 사용자가 불편을 겪어도 방책을 내놓지 못하는 공항공사에 대해 여전히 불만이 있긴 해.


물론 찍사꾼들은 찍 쌀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되었지.

노쇼 페널티가 없던 시절에는 자기 사진 한 장당 몇 천원 혹은 몇 만원에 팬카페 DM 아님 언론사 등지에 팔아놓고서

시내까지 왕복 차비 같은 제반 경비들은 물론 쏠쏠하게 벌었겠지만

이젠 아니야. 취소 위약금 물고 나면 득보다 손이 훨씬 커지는 꼴이 됐다고.


img/21/07/04/17a6cfdaf9730818.jpg
힝... 옛날 디씨 아재들마냥 군고구마 글이라도 올릴까...

(물론 배우 손현주 씨는 본인 피셜 위 사진만큼 힘들지 않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런 뒤틀린 황천의 팬심 내지 돈벌이 마인드가 어떻게 진화했느냐고?

항공사 입장에서는 더 손대기 어려운 구석으로 발전한 게 있어.

바로바로바로, 연예인이 탄 그 비행기를 팬들도 같이 타고 가버리는 거야.


img/21/07/04/17a6d01884830818.jpg

비행기 값이 한 두푼 하는 것도 아닌데 과연 그럴까 싶은, 이 글을 읽어주는 맘씨 고운 형아 누나들도 있겠지만

있어. 있으니까 하는 말이야.

슬프게도 이 사람들은 라운지에는 못 들어간다 치고, 아니 가끔 라운지 입장 가능한 회원 등급인 사람이면 아예 들어가기까지 한다지.

들어가서도 카메라를 휘두르는 분들을 쫓아냈으면 좋겠지만

어느 간 큰 직원이 그런 짓을 하겠어?

고객의 말씀 몇 글자면 불려가서 타작을 당하기 마련인데.

아예 동영상 정도의 뚜렷한 증거를 남기거나 하면 또 몰라.

라운지는 고객님께 용무가 있을 때 말고 그다지 들어가 본 적이 없어서 잘은 모르지만

(그래서 직원의 라운지 관련 의견이란 나올 수가 없는, 개선 여지 희박한 분야기도 해. 그놈의 시바스 리갈은 언제 계약 끝나나? 레미 마르탱은 맛있지만)

탑승구 얘기로 돌아오자고.

노쇼 페널티가 30만원 가량으로 가혹해짐에 따라 이젠 찍사꾼들이 들어오지 않게 됐다고 했잖아.

그럼 탑승구로 오는 연예인 고객님들의 주변에 M신공을 하며 몰려오는 카메라 든 팬들도

결국은 이 항공기에 탑승하는 고객님이 되었단 말씀이지.



img/21/07/04/17a6d0e73f130818.jpg
꺄악 일리단옵빠 저희 일리다리예요


자 그런데, 이 일리다리들의 M신공은 몇 가지 장벽에 가로막히게 되지.

일단 탑승구 인원은 탑승하시는 고객님들이 모두 큰 불편 없이 항공기에 탑승하시게끔 도울 의무가 있는 거고

하물며 탑승구는 클래스 별 입장하는 곳도 다르므로 상위 클래스 구매하신 분들이 다른 이들 때문에 불편하시다면

일단은 나서서 제지하는 시늉이라도 하기 마련이야.

물론 직원만 제지하는 건 아니지. 경호팀이 딸려 오고 매니저도 함께 오므로 그분들과 순간적으로 싸인 맞춰놓고

최대한 스무스하게 진행되도록 한단 말야.

물리적 진압은 경호팀이 알아서 하시...면 좋겠지만

그마저도 넘어설 때에는 나도 본능적으로 움직이고 그런 적은 좀 있어.

천만다행히 어딜 만져! 어딜 만지냐구! 같은 소린 안 들어봤다. 느조스께서 굽어살피셨나봐. 요그사론이던가.


거기에 더해서, 수하물 검색 관련 얘기할 때 미국행 항공기 앞에서는 추가 보안 검색이 이뤄진다고도 했었지?

이게 탑승구 앞에서는 여권 검사 및 간이 인터뷰가 함께 하고,

탑승구를 지나 탑승교 구역에서는

일부 지정 승객에 대해 추가 바디체크 및

기내 반입 수하물에 대해서도 검사를 해.

BFG9000 닮은 폭발물 검사기도 그때 쓰는거야.



img/21/07/04/17a6d19e06c30818.jpg
그러니까 수하물 검사기라고 몇 번을 얘기해요 고객님 내려놓으시라니까요


지금은 월드스타로 혁혁하게 한국을 알리고 있는 모 7인의 남자아이돌 그룹이

로스앤젤레스LAX행 A380 항공기에 탑승하려던 날인데

A380은 항공기가 크므로 탑승교BOARDING BRIDGE도 3갈래로 나뉘어요.

1층에 2개, 2층에 1개.

대한항공의 경우는 A380 항공기의 2층 전체를 비즈니스석으로 할당했는데

그 남자아이돌 그룹의 경우는 당연하달까 퍼스트 클래스를 이용하게 됐지.

그리고 경호팀 및 매니저는 2층의 비즈니스 클래스에 앉아서는

유사시 1층 선두의 퍼스트 클래스 구역으로 가기 어려우므로

1층 중후반부를 담당하는 일반석에 포진하고.

그럼 일리다리들은? 국내 팬들이 퍼스트 클래스 구매하시면서까지 팬심을 불태우는 건 못 봤어 아직.

그러므로 일반석.

...외국인 팬들이 퍼스트고 뭐고 사제끼면서 오는 꼴은 봤다는 말이기도 해;;;


각설하고, 일리다리에게 M신공 당하는 7인의 남자아이돌 그룹이 포착되자마자

코일 노바 임페일...이 아니고 바로 전투의 함성 한 방 날려야지.

"여권 탑승권 개인이 소지하고 오세요!!!!"

그리고 여권검사 및 인터뷰 당시에는 경호팀 분들이 일리다리들을 배제하시고,

탑승권을 내가 받아 스캐너에 찍은 다음 돌려주면서 안녕히 다녀오시라고 인사드리는 식으로

남자아이돌 그룹 7인 모두 무사히 탑승했어.

덤으로 경호팀 매니저분들도 같이 퍼스트, 비즈니스 탑승구로 가고.

특별한 일 없으면 탑승교에서 갈라져서 제각기 자기 자리로 가 착석하겠지.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거야.


일리다리 중 한 명이 극성을 부려 일반석임에도 부득부득 남자아이돌 그룹이 입장하는 중인

퍼스트 클래스 탑승교로 막무가내로 밀고 들어가려는 걸

탑승교 구역에서 보안 검사 진행하시는 협력사 분들이 제지하다가

그분들에게 물리적 폭력을 행사한거야. 밀치고 소리지르고 너희가 뭐냐 난 들어가야 한다.

하이고 웨이브 끝났다 하고 한숨 돌리려는데 협력사 매니저님께서 아래에 좀 와주십사고 하길래

머선129를 외치며 가봤더니 요그님 맙소사. 그런 승객이 기어이 나온 거지.


가관도 아니야 정말.

진짜 일리다리처럼 날뛰길래 일단 바디체크 및 신발 검사, 그리고 기내 반입 수하물 검사를 진행하려는데

그러는 가운데 핸드폰도 집어던지고 벗은 신발 한 짝이 하늘을 나는 바로 그 장면을 나는 목격한 거지.

진짜가 나타났다는 생각이 들어 웃음기 싹 빼고 바로 내려가자마자 들은 첫 마디가 "넌 또 뭐야!?"


img/21/07/04/17a6d2b5a6c30818.jpg

"저는 탑승구 총책임자입니다.

고객님은 지금 추가 보안검사에 불응하시며 보안 검사원들에게 위협을 행사하고 계십니다.

항공법에 기반하여 보안 검사원들의 진술과 취합하여

고객님의 탑승 가능 여부를 여기서 결정하겠습니다."



img/21/07/04/17a6d2d5f0f30818.png
"니가 뭔데 날 막아!! 으아악 이거 안 놔!!"


img/21/07/04/17a6d2dc3e730818.jpg
"매니저님, 탑승 불가능한 것 같죠?"



img/21/07/04/17a6d2f4f2230818.jpg
"네. 불가하겠는데요."



img/21/07/04/17a6d2f9bb130818.jpg
"고객님은 금일 로스앤젤레스 행 항공기에 탑승하실 수 없습니다.

관계 부처 직원들과 인터뷰 가지신 후 출국 취소 수속 도와드리겠으니

그때까진 여기 벤치에 앉아 계시죠."



img/21/07/04/17a6d3118a230818.png
"그런 게 어딨어! 난 가야 돼! 들여보내란 말야!"


실갱이를 하다가 보니 어느덧 다른 승객들도 거의 다 타고 주변이 조용해진 상황.

계속 악다구니를 하기에도 지치고 상황 판단을 다시 해야하겠다 싶었는지


img/21/07/04/17a6d359c0530818.png
"아저씨, 저 그럼 이제 어떻게 돼요?"

(지쳐서 4코에서 2코로 줄어듬. 집어던진 핸드폰과 신발은 챙김)


img/21/07/04/17a6d36183f30818.jpg
"말씀드린 대로 관계 부처 분들과 탑승 불가 관련해서 인터뷰 가지실 겁니다.

고객님 공항 밖으로 모시는 건 그 다음입니다.

(무전기로) 게이트, 탑승 거절 승객 인터뷰하실 분들 모셔와요."



img/21/07/04/17a6d38814830818.png
"그게 어떤 분들인데요...?"

(겁먹고 1코로 줄어듬)



img/21/07/04/17a6d38ef9930818.jpg
"오시면 자기 신원들 밝히시겠지만 이런 경우 국정원, 공항경찰에서 일단 오시겠네요."



img/21/07/04/17a6d3af76d30818.png
"아저씨... 제가 분노조절 장애가 있어서 그런거예요... 한 번만 봐주시면 안돼요...?"

(겁 더욱 먹고 0코로 줄어듬)



img/21/07/04/17a6d3bc3a130818.jpg
"그런 분노조절 장애가 있으시면 사전에 약을 드시던가 예방책이 있으실텐데,

(그런거 없을 줄 당연히 알지만, 아니 애초부터 야부리인줄 뻔히 알지만)

발작을 막을 약 같은 거 소지하고 계십니까?

없으실 경우 운항 중 기내에서 발작하시면 어떡하죠?"


img/21/07/04/17a6d3c78af30818.png
"아저씨... 잘못했어요... "



img/21/07/04/17a6d3efbc930818.jpg
"저한테 사과하셔도 아무 효력이 없고요. 일단 저 말고 다른 분께 사과해야 하지 않나요."



img/21/07/04/17a6d3fa3af30818.png
"저기... 죄송합니다... 다시는 안 그러겠습니다..."



img/21/07/04/17a6d4052da30818.jpg
"매니저님. 금번 건은 넘어가죠. 천상의 보호막 깨진 저희 직원 수습도 해야 되니까."


이렇게 하여 4코 전설 멀록은 물리적으로 난리를 하다가 1코 0/4 도발과 1코 1/1 도발에 막혀 아기 멀록이 되었고

마지막 승객임을 뻔히 아는 객실 사무장 또한 이 난리를 지켜보다가 입장하기로 결정하자마자 원위치.



img/21/07/04/17a6d44781e30818.jpg
"사무장님, 경과 보셨겠지만 마지막 승객 지금 모셨고요.

비행서류 전부 받으셨지요?

이 고객님 아무 문제 없으실 거라고 저희랑 구두 약속 하셨는데

해당 에어리어 승무원에게 주의할 수 있도록 말씀해 주세요."



img/21/07/04/17a6d48805c30818.png
"네, 잘 알겠습니다. 항공기 출입문 닫습니다."


이리하여 난리가 가라앉았으니 언제나 연예인들 탑승 시 조심해야 할 하나의 케이스로서

부서에는 케이스 스터디로 요약되었고

경과 보고며 케이스 스터디 자료는 또 내가 썼...생각하니 일이 늘어나기만 했지 뭐 칭찬 들은 게 없어...!


이런 사람들 말고도 항공기에 타지 못하여 밖으로 모셔진 사람들 얘기도 아직 남아있는데

그건 승객 안 태우는 직원 얘기할 다음 편에서 다시 다룰께.


하루 늦어서 미안해! 

읽어줘서 고마워!

안녕안녕!!!

로그인하고 댓글 작성하기
루리웹 오른쪽
루리웹 유머
루리웹 뉴스 베스트
PC/온라인
비디오/콘솔
모바일

루리웹 유저정보 베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