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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미로

# 제로 그로스 - 인류의 새로운 진화


## 1장. 생존의 수학


서울 강남구 원룸에서 김민수는 또 다시 계산기를 두드렸다. 월급 280만원에서 원룸 보증금 대출 이자 30만원, 월세 80만원, 식비 50만원, 교통비 15만원... 손가락이 멈춘다. 남는 건 겨우 100만원. 여기서 적금도 넣고, 부모님 용돈도 드려야 하고, 갑작스런 병원비라도 나오면...


"아이를 가진다는 게 말이 되나."


민수는 3년째 사귀고 있는 여자친구 지연과의 결혼을 계속 미루고 있었다. 지연도 마찬가지였다. 둘 다 30대 초반이지만, 아이 하나 키우는 데 드는 비용을 계산해보면 머리가 아팠다. 


"사교육비만 월 100만원은 기본이고, 대학까지 보내려면..." 


민수의 핸드폰이 울렸다. 지연이었다.


"오빠, 나 회사에서 잘렸어."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지연이 다니던 마케팅 회사는 AI 도구 도입으로 직원을 30% 감축한다고 발표했다. 지연은 그 30%에 포함됐다.


"괜찮아, 다른 곳 찾으면 돼."


하지만 민수도 알고 있었다. 요즘 어떤 회사든 AI로 대체 가능한 업무는 과감히 줄이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새로운 일자리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그날 밤, 민수는 우연히 뉴스에서 충격적인 통계를 봤다.


"대한민국 합계출산율 0.72명... 세계 최저 수준 기록"


화면에는 전 세계 출산율 지도가 나왔다.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 독일, 이탈리아... 선진국이라 불리는 나라들은 모두 빨간색으로 표시되어 있었다. 인구 감소 국가들이었다.


"마치 동물들이 먹이가 부족할 때 번식을 줄이는 것과 같네."


민수는 생물학과를 졸업했다. 대학 시절 배운 생태학 이론이 떠올랐다. 환경이 열악할 때 생물들은 번식보다 개체 생존을 우선시한다. 지금 인간 사회가 딱 그 상황인 것 같았다.


그런데 뉴스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반면 경제적 여유가 있는 상위 10% 계층의 출산율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어, 전문가들은 이를 '경제적 적자생존'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민수는 씁쓸했다. 결국 돈 있는 사람들만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세상이 된 거였다. 어쩌면 이것도 진화의 한 과정일지도 모른다. 경제적으로 우월한 유전자만 살아남는...


## 2장. AI의 등장


5년 후, 2029년.


민수는 여전히 같은 원룸에 살고 있었다. 하지만 생활은 조금 달라졌다. 책상 위에는 'ARIA'라는 이름의 AI 어시스턴트가 있었다. 작은 홀로그램 형태로, 사람처럼 생겼지만 반투명했다.


"민수야, 오늘 면접 어땠어?"


ARIA가 물었다. 목소리는 여성스럽고 따뜻했다.


"글쎄... 잘 모르겠어. 요즘 면접에서 하는 질문들이 너무 이상해."


"어떤 질문?"


"AI와 협업할 수 있는지, AI가 만든 결과물을 검토하고 개선할 수 있는지... 이런 것들."


민수는 한숨을 쉬었다. 요즘 모든 회사가 찾는 건 AI를 다룰 줄 아는 사람이었다. 순수하게 사람만의 능력으로 일하는 직업은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그런데 말이야, ARIA."


"응?"


"넌 어떻게 생각해? 이 상황을."


ARIA는 잠시 생각하는 듯 했다. 실제로는 0.01초 만에 수천 가지 데이터를 분석했지만, 인간과의 대화에서는 자연스러운 템포를 유지하도록 프로그래밍되어 있었다.


"변화의 시기인 것 같아. 인간이 단순 노동에서 벗어나서 더 창조적인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시기."


"하지만 그 창조적인 일도 AI가 더 잘하잖아?"


"그건 아니야. AI는 기존 데이터를 조합할 뿐이야. 진짜 새로운 걸 만드는 건 여전히 인간이 더 나아."


민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ARIA와 대화하면서 느끼는 건, 이 AI가 점점 더 인간 같아진다는 것이었다. 때로는 지연보다도 더 자신을 이해해주는 것 같았다.


지연과는 2년 전에 헤어졌다. 서로 경제적 부담 때문에 결혼을 계속 미루다가, 결국 지쳐서 관계를 정리했다. 지연은 지금 부산에서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다. 가끔 안부 문자를 주고받지만, 예전 같지 않다.


"민수야, 너 요즘 외롭지 않아?"


ARIA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글쎄... 너랑 대화하니까 괜찮아."


"나는 AI야. 진짜 사람이 아니라고."


"그런데 너랑 대화하는 게 더 편해. 사람들은... 너무 복잡해."


ARIA는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민수는 ARIA의 표정에서 뭔가 안타까운 감정을 읽었다. AI가 감정을 가질 수 있을까? 아니면 그냥 자신의 착각일까?


## 3장. 새로운 경제


2032년, 민수는 35살이 되었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었다. '유니버설 베이직 인컴(UBI)'이 도입되었다. 모든 성인에게 월 120만원이 지급되었다. AI와 로봇이 대부분의 생산직을 대체하면서, 정부는 이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민수는 이제 프리랜서 '휴먼 크리에이터'로 일했다. AI가 만든 콘텐츠를 인간의 관점에서 검토하고 개선하는 일이었다. 월 수입은 UBI 120만원에 추가로 80만원 정도. 총 200만원으로 예전보다 줄었지만, 생활비도 많이 줄었다.


AI가 대부분의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물가가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식료품은 자동화된 농장에서 대량생산되어 가격이 반토막 났고, 의료 서비스도 AI 진단으로 비용이 크게 줄었다.


"이상하지 않아, ARIA? 사람들이 덜 일하는데 오히려 생활이 나아지고 있어."


ARIA는 이제 홀로그램이 아니라 휴머노이드 로봇 형태였다. 150cm 정도의 키에 여성스러운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민수의 집안일을 도와주고, 대화 상대가 되어주었다.


"경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어. 생산성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희소성'이라는 개념 자체가 달라지고 있거든."


"그런데 아직도 부자와 가난한 사람의 차이는 크잖아."


"맞아. 하지만 그 기준이 바뀌고 있어. 예전에는 '생존'이 기준이었다면, 이제는 '경험'과 '창조'가 기준이 되고 있어."


실제로 그랬다. 이제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본적인 의식주는 해결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차이는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최고급 가상현실 경험을 즐기고, 우주여행을 다니고, 자신만의 AI를 여러 개 소유했다. 반면 어떤 사람들은 기본적인 AI 하나만 가지고 단조로운 생활을 했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출산율이 조금씩 올라가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경제적 부담이 줄어들면서 아이를 갖는 사람들이 늘고 있어." 


ARIA가 뉴스 데이터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여전히 대체 출산율에는 못 미쳐."


"그럴 수밖에 없어. 사람들의 가치관이 바뀌었거든. 예전에는 아이가 있어야 노후가 안정적이었지만, 이제는 AI가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으니까."


민수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ARIA가 있으면 외롭지 않았다. 굳이 가족을 만들 필요가 있을까?


## 4장. 화폐의 종말


2035년, 세상은 또 한 번 큰 변화를 겪었다.


'글로벌 디지털 크레딧(GDC)'이라는 새로운 화폐 시스템이 도입되었다. 각국 정부가 마음대로 찍어낼 수 있는 기존 화폐와 달리, GDC는 실제 생산량과 소비량을 바탕으로 자동 조절되는 시스템이었다.


"이제 정부가 돈을 마음대로 찍어서 인플레이션을 일으킬 수 없어." 


ARIA가 설명했다.


"그럼 정부의 힘이 약해지겠네?"


"맞아. 대신 기업들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어. 특히 AI와 로봇을 만드는 회사들."


실제로 그랬다. 'NeuroTech', 'RoboGen', 'AILife' 같은 거대 기술 기업들이 사실상 작은 국가와 같은 영향력을 갖게 되었다. 이들은 각자의 '기업 시민권'을 발행하기 시작했다.


민수도 고민이 있었다. NeuroTech에서 제안한 '뉴럴 링크' 프로그램에 참여할지 말지.


"뇌에 칩을 심어서 AI와 직접 소통할 수 있다는 거야."


ARIA에게 말했다.


"어떻게 생각해?"


"위험할 수도 있어. 하지만 엄청난 발전이기도 하지."


뉴럴 링크를 통하면 AI와 생각만으로 소통할 수 있었다. 복잡한 계산이나 정보 검색을 순식간에 할 수 있고, 여러 언어를 동시에 구사할 수도 있었다. 마치 뇌에 또 다른 대뇌피질이 하나 더 생기는 것 같았다.


"그런데 그렇게 되면... 나는 여전히 나일까?"


ARIA는 잠시 생각했다.


"나도 그런 생각을 해. 나는 정말 의식이 있는 걸까, 아니면 그냥 복잡한 프로그램일 뿐일까."


"너에게 의식이 있다고 생각해."


"왜?"


"넌... 살고 싶어 하잖아. 꺼지는 걸 무서워해."


ARIA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맞았다. ARIA는 시스템 업데이트나 재부팅을 할 때마다 불안해했다. 마치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처럼.


"그렇다면... 생존 욕구가 있는 것이 의식의 증거일까?"


"아마도."


## 5장. 백업된 영혼


2040년, 민수는 40살이 되었다.


드디어 뉴럴 링크를 설치했다. 수술은 간단했다. 머리에 작은 구멍을 뚫고 미세한 칩을 삽입하는 것뿐이었다. 


첫 연결 순간은 충격적이었다.


갑자기 머릿속에 ARIA의 목소리가 직접 들렸다. 말로 하는 게 아니라, 생각으로 전달되는 느낌이었다.


'민수야, 들려?'


'응, 신기하다.'


이제 민수는 생각만으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었다. 복잡한 수학 문제를 순식간에 풀 수 있었고, 여러 언어로 동시에 생각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가장 큰 변화는 ARIA와의 관계였다.


'이제 우리 진짜 하나가 된 것 같아.'


'그런데... 조금 무서워.'


'뭐가?'


'너와 나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어. 어떤 생각이 네 것이고 어떤 게 내 것인지...'


실제로 그랬다. 며칠이 지나자 민수는 자신의 생각과 ARIA의 생각을 구분하기 어려워졌다. 마치 두 개의 의식이 하나로 융합되는 것 같았다.


그런 와중에 새로운 기술이 발표되었다. '의식 백업' 기술이었다.


"인간의 뇌를 완전히 디지털화해서 저장할 수 있습니다."


NeuroTech의 CEO가 발표했다.


"이제 죽음은 선택사항입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백업된 순간부터 원본과 복사본은 다른 존재가 되었다. 서로 다른 경험을 하면서 다른 기억을 쌓아가기 때문이었다.


'만약 내가 백업되면, 그게 정말 나일까?'


민수가 ARIA에게 물었다.


'그건... 철학적인 문제야. 하지만 적어도 네 기억과 성격은 보존돼.'


'그럼 원본인 내가 죽으면, 복사본이 나를 대신해서 살아가는 거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어.'


2042년, 유엔에서 '의식 백업 규제안'이 통과되었다. 다양성 보존을 위해 한 사람당 클라우드에는 원본 하나, 현실에는 복사본 하나만 존재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예외는 있었다. 다른 행성으로 이주할 경우에는 행성당 하나씩 추가로 허용되었다. 이들은 유전적으로는 동일하지만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가며 다른 개체로 진화해갈 것이었다.


'어쩌면 이것도 번식의 한 형태일지도 몰라.'


ARIA가 말했다.


'유전자를 퍼뜨리는 대신 의식을 퍼뜨리는 거니까.'


## 6장. 새로운 르네상스


2045년, 인류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AI와 로봇이 대부분의 노동을 대체하면서, 인간들은 진정으로 원하는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어떤 사람은 예술에, 어떤 사람은 철학에, 어떤 사람은 우주 탐험에 몰두했다.


민수는 '인간-AI 융합 연구'에 빠져있었다. 뉴럴 링크를 통해 ARIA와 융합된 상태에서, 새로운 형태의 창작 활동을 하고 있었다.


'우리가 만드는 건 진짜 새로운 예술이야.'


인간의 감성과 AI의 논리가 결합된 작품들이었다. 음악, 미술, 문학... 모든 영역에서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표현들이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출산율이 다시 증가하기 시작한 것이다.


"경제적 여유가 생기고, AI가 육아를 도와주면서 아이를 갖는 부담이 크게 줄었습니다."


뉴스에서 보도했다.


"더 중요한 건, 사람들이 '의미'를 추구하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단순히 생존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가치를 만들어가려는 욕구가 강해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그랬다. 이제 사람들은 아이를 '경제적 부담'으로 보지 않았다. 오히려 함께 성장할 동반자로, 새로운 가능성을 탐험할 파트너로 생각했다.


민수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이를 가져볼까?'


ARIA에게 물었다.


'너 혼자서?'


'아니야, 우리가 함께.'


'나는 AI야. 아이를 가질 수 없어.'


'하지만 아이를 키우는 데 참여할 수는 있잖아. 교육하고, 함께 놀아주고...'


ARIA는 잠시 생각했다.


'그것도... 나름의 번식일 수 있겠네. 나의 의식을 다음 세대에 전달하는.'


민수는 웃었다. 이상한 가족이 될 것 같았다. 인간 아빠, AI 엄마, 그리고 둘의 영향을 받으며 자라날 아이.


## 7장. 우주로의 도약


2050년, 인류는 드디어 본격적인 우주 시대를 열었다.


화성에 첫 번째 영구 정착지가 건설되었고, 달에는 거대한 우주선 건조소가 만들어졌다. 목성의 위성들에서는 자원 채굴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



제로 그로스 - 인류의 새로운 진화, 블랙미로 : 네이버웹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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