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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로마 제국을 폄하하는 프로그램이 많이 나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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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닉 서양사학도님의 '일간 베네치아' 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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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치아를 좋아하는 수준을 넘어 뇌절 단계까지 가는 걸 풍자한 짤. 4차 십자군의 흑막이자 이 게시판에선 볼드모트급 인물인 엔리코 단돌로도 보입니다)



북유게를 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전 최근에 "역사저널 그날"과 "세계테마기행"을 봤습니다. 그런데 두 프로그램에서 중세 로마 제국이 폄하되더군요. "역사저널 그날"에서는 콘스탄티노폴리스 공방전을 터키 쪽의 편향된 시선으로 바라보았고, "세계테마기행"에서는 베네치아가 4차 십자군에서 승리해 해상 패권을 장악했다는 식으로 말해 베네치아를 엄청나게 미화했습니다(더군다나 후자의 경우, 진행자가 연세대 신학과 교수라 더욱 황당하기도 했습니다. "역사저널 그날"에 섭외되었던 이희수 교수는 이슬람 연구자라 이슬람을 옹호하는 것이 이상하지 않았는데, 적어도 신학과 교수라면 이탈리아 도시국가들이나 로마 제국에 대한 역사는 좀 제대로 알아야 하는 거 아닌가 싶었거든요).


물론 4차 십자군 당시, 로마 제국이 제위를 둘러싼 내분 등등의 이유 때문에 서유럽의 심기를 박박 긁는 짓을 하긴 했습니다. 그렇지만 콘스탄티노폴리스를 약탈한 건 단단히 돌아버린 짓이었죠. 약탈하는 도중에 황릉을 도굴한 건 더더욱 미친 짓이었고요. 4차 십자군의 진상을 알게 된 서유럽인들이 미쳤다고 욕할 만큼, 4차 십자군이 로마 제국을 일시적으로 멸망시킨 건 당대인 입장에서도 도를 넘은 행태였습니다. 더군다나 4차 십자군 때문에 로마 제국은 더욱 빠르게 무너져내렸습니다. 망명 정권인 니케아 제국이 콘스탄티노폴리스를 수복하긴 했습니다만, 트라페준타 제국이나 키프로스 등은 편입되지 못했거든요. 팔레올로고스 내전 때문에 로마가 무너져내린 것도 있긴 하지만, 4차 십자군이 깽판을 치지만 않았다면 로마 제국의 수명은 연장되었을 겁니다. 더 웃긴 점은, 로마 제국이 오스만 제국의 침공으로 멸망하자 지중해 권역이 오스만 제국에 의해 막히는 바람에 이탈리아 도시국가들이 쇠락하게 된 겁니다. 그리고 대항해시대 등을 거치며, 유럽의 패권은 완벽하게 서유럽으로 넘어갔습니다. 즉 베네치아는 쇠퇴의 단초를 스스로 제공한 셈입니다. 게다가 베네치아는 란츠크네히트가 로마를 약탈하러 가는 걸 방관하는 등, 사코 디 로마가 초래하는 데 일조한 전적도 있습니다.  그런 베네치아를 미화한다니, 프로그램을 보면서 화가 치솟더군요.


"역사저널 그날"에서는 이슬람 세계에 대해 다뤘으니, 콘스탄티노폴리스 공방전을 터키인의 입맛에 맞게 편파적으로 다룬 것까지는 이해합니다. 그런데 적어도 역사왜곡이 심각한 "정복자 1453"을 자료화면으로 쓰진 말았어야죠. 보는 내내 '역시 그리스가 코스탄티니예를 수복했어야 했다'라는 생각밖에 안 들더군요. 에르도안이라는 독재자의 만행 때문에 더더욱 그랬던 것 같습니다.


가만 보면 한국에서는 중세 로마 제국에 대한 대접이 너무 박해요. 로마 제국이 476년에 멸망했다고 단정짓는 건 애교로 보일 수준으로 말입니다. 하긴, 이미 멸망한 나라니 더 눈치 볼 필요가 없겠죠. 실존하는 나라에 대해 일방적으로 폄하하는 식의 진행을 한다면, 미친듯이 욕을 먹었겠지만 그럴 염려가 없으니까요. 원래 현실은 씁쓸하다고 하지만, 중세 로마 제국에 대해 박하게 인식하는 걸 생각하면 더더욱 쓰라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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