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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세이비어 - 5화 : 누구나 떠올리기 싫은 게 있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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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중심지가 되어 버린 샛별 상가의 입구.

 

민지는 자신의 요원증을 보여주며, 진지한 눈빛을 한 채 물었다.

 

“방금 그 이형력자가 무슨 짓을 했어?”

 

“그래, 어서 얘기해 봐.”

 

세호는 지금 이 상황이 당황스럽기 그지없었다. 은발 머리 소녀는 어째서 이들을 보고 도망쳤을까, 어째서 이들은 그녀를 쫓는 것일까, 그리고 어째서 이 여자애는 자신을 심문하는 것일까?

 

“방금 인트루더한테 공격당하던 나를 구해줬어.”

 

세호는 지하 1층에서 검은색으로 물든 괴인 무리를 칼 한 자루로 처치하던 은발의 가녀린 소녀의 모습이 떠올렸다.

 

“구해줬다고? 뭐 수상한 낌새 없었어?”

 

민지의 눈초리가 날카로워졌다. 세호의 말을 신용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세호는 손사래를 쳤다.

 

“사실이야. 나랑 같이 만나서 대피방송을 듣고 대피하던 도중에 같이 휘말렸었어.”

세호는 당황해하면서도 자신이 겪은 일을 모두 말했다.

 

“그래....... 그랬단 말이지.”

 

어느 정도 세호에 대한 경계심이 없어진 것인지 민지의 어조가 어느 정도 누그러진 것 같았다.

 

“그래서 왜 그 애를 쫓는 건데?”

 

이번엔 세호가 민지와 혜성에게 물었다. 민지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 목을 가다듬고 진지한 태도를 유지하면서 대답했다.

 

“네가 만난 그 이형력자는 사실 며칠 전에 다른 지역에서 사람들을 공격한 혐의로 쫓기는 사람이야.”

 

민지의 대답을 들은 세호는 오늘 아침에 현모가 말했던 소녀 얘기를 다시 떠올렸다. 민지의 말대로라면 자신은 방금까지 범죄자와 함께 가게에서 떡볶이를 사고, 범죄자의 도움을 받고, 범죄자의 목숨을 구해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세호가 조심스럽게 다시 물었다.

 

“그게 사실이야?”

 

“그래, 다른 세이비어들이 도착했을 땐 다른 사람들이 쓰러져 있었고, 그 이형력자가 그 현장에 무기를 든 채 서 있었어.”

 

민지의 눈빛엔 한 치의 흔들림조차 보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그 소녀가 범인이라고 확신하는 눈치였다.

 

“다른 피해자가 나오기 전에 그 능력자를 잡아야만 해. 방금 지하 1층에서 엄청난 양의 이형에너지 반응이 있었는데 그것도 그 능력자의 짓일지도 모르니까.”

 

민지의 말을 들은 세호의 머릿속에서 자신과 은발 소녀를 공격하던 철갑 거인이 허망하게 쓰러지는 모습과 그리고 그 자리에 있던 사람, 이형력자로서의 세호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 애의 짓은 아닐 거야,”

 

“뭐야, 너 아는 거 있어?”

 

민지의 목소리가 커졌고 그녀는 세호에게 얼굴을 들이밀었다. 갑작스런 민지의 행동에 세호는 어쩔 줄 몰랐다.

 

“민지야, 캄 다운(calm down), 캄 다운.”

 

“아, 미안해...”

 

세리가 민지의 자그마한 어깨를 붙잡으며 만류하자 그녀는 정신이 들었는지 곧바로 세호에게 자신의 무례를 사과하고는 차분한 태도로 다시 말을 이었다.

 

“아무튼, 방금 지하 1층에 있을 때 이형 에너지 반응에 대해서 아는 거 있어?”

 

“그거 말이지.......”

 

세호는 조금 뜸을 들이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그 애는 나랑 같이 있었고 건물을 뒤흔들만한 짓은 조금도 안 했어. 그러고 보니까 지하에 있을 때 잠깐 진동이 울렸었는데, 아마 다른 곳에 어떤 이형력자가 있었던 모양이겠지.”

 

세호는 진실을 숨기고 적당히 둘러대기로 했다. 지금 여기서 자신이 이형력자라는 걸 밝힌다면 이것저것 조사한답시고 귀찮아질 게 뻔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당시 상황을 알 길이 없는 민지와 혜성은 그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 일단 현장에 다시 가봐야겠어.”

 

“그럼 쟨 그냥 보내도 되겠네.”

 

“세호야!”

 

민지와 혜성이 서로 얘기를 나누던 참에 세호의 등 뒤에서 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고 두 사람의 시선이 세호를 빗나가 그의 등 뒤에 꽂혔다. 세호에겐 너무나 익숙한 목소리였다. 그가 뒤를 돌아보니 그의 누나 수민이 세호를 향해 다급하게 뛰어오고 있었다.

 

“누나?”

 

“너 괜찮아? 어디 안 다쳤어?”

 

세로 줄무늬 와이셔츠와 청바지를 입은 수민은 세호에게 가까워지자마자 그의 몸에 이상은 없는지 황급히 그의 몸 이곳저곳을 살피기 시작했다.

 

“괜찮아, 멀쩡해.”

 

세호가 애써 태연한 표정으로 누나를 진정시키려고 하자, 그제야 수민은 정신을 차렸다.

 

“그래....... 다행이다. 그런데 같이 있는 사람들은.......”

 

“응, 세이비어 요원들.”

 

세호의 간단한 소개를 들은 수민은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민지와 혜성을 바라보았다. 세이비어라기엔 너무나 어려 보이는 모습이기 때문이었을까, 언뜻 봐도 두 사람은 세호의 또래 , 아니면 2~3살 많은 정도로 보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자신의 동생을 보살펴주고 있었으니 두 사람의 외형 따윈 신경 쓰지 않기로 하고 정중한 태도로 두 사람에게 허리를 굽혔다.

 

“저희 동생을 지켜줘서 정말 감사합니다.”

 

“네? 아, 아뇨. 시민들을 지키는 게 저희 임무니까요. 동생분의 상태도 저희가 다 확인했고 별다른 이상도 없으니까 데려가셔도 괜찮습니다.”

 

수민은 재차 허리를 숙여 민지 일행에게 감사를 표현하고 세호와 함께 집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세호는 고개를 돌려 두 사람을 보았다. 두 사람은 이미 사건 현장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미안하다. 시장 본 거 다 거기서 잃어버렸어.”

 

두 남매가 집으로 귀가하던 도중에 세호가 불현듯 말을 꺼냈다. 수민은 말없이 세호를 바라보다가 다시 말했다.

 

“넌 어떻게 된 애가 죽다 살아난 주제에 그런 거 걱정을 하냐? 신경 쓰지 마. 오늘은 늦었으니까 짜장면이나 시켜 먹자. 겸사겸사 편의점에서 뭐 좀 사고.”

 

수민은 오히려 대범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었다. 세호는 씁쓸하게 웃었다. 하지만 이내 그의 입가에서 웃음기가 지워졌다. 그는 한숨을 크게 쉬고 나서 다시 입을 열었다.

 

“누나, 그게 사실은.......”

 

하지만 어째서인지 그는 말을 잇지 못하고 계속 왼손으로 머리를 매만지고 있었다. 수민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근심에 찬 목소리였다.

 

“능력 써버렸다고?”

 

수민은 무표정한 채로 세호에게 말했다.

 

“응. 바로 맞췄네.”

 

“얼굴에 다 쓰여 있거든.”

 

세호는 애써 태연한 모습을 보이며 말을 이었다.

 

“그게, 숨기려고 했었는데, 도저히 안 쓰면 안 되겠더라고.......”

 

수민은 가만히 세호를 바라보았다. 마치 도둑질한 것을 들켜서 혼날 걸 걱정하는 어린아이 같았다. 세호는 어렸을 적부터 자신이 이형력자라는 걸 사람들에게 숨기기로 마음먹었었고, 그것을 누나에게도 말한 적도 있었었다. 수민은 태연스럽게 말했다.

 

“무슨 남자애가 그런 거 가지고 그래. 나는 세호 네가 이형력자든 뭐든 신경 안 쓴다고.”

 

세호는 가만히 수민을 바라보았다. 수민은 거침없이 말을 이었다.

 

“게다가 다른 사람도 아니고 세호 네가 그랬다는 건 꼭 필요했다는 거잖아. 그래, 안 그래?”

 

“그, 그렇지........”

 

“그리고 무엇보다 네가 살았잖아. 그럼 된 거고.”

 

수민은 동생에게 뭐라 하긴 커녕 오히려 그에게 웃어주고 있었다. 세호도 수민을 따라 살며시 웃음을 지었다.

 

“그랬었지. 잠깐 깜박했었네.”

 

“어서 가자. 누나 배고프니까.”

 

세호와 수민 남매는 곧장 집을 향해 걸음을 재촉했다. 누나의 시원시원한 모습에 세호도 마음이 편해지는 것을 느꼈다.

 

 

*

 

곧이어 임무를 끝낸 민지 일행은 곧바로 이형력 관리국 서울지부의 건물에 도착해 있었다.

 

인트루더의 1차 침공 이후 인간들은 갑작스럽게 출현한 이형력자들이 폭주하거나 엇나갈 것을 우려해 능력자들을 관리하고 통제하는 기관인 국제 이형력 관리국을 설립했다. 국제 이형력 관리국, 줄여서 관리국은 현재 피라미드형 조직이며 본부인 미국 워싱턴 지부를 중심으로 각국의 지부가 존재하고 그 밑에는 각 도시별로 지부가 설립해 있다. 각 지부의 규모는 도시에 따라 천차만별인데, 지금 민지 일행이 활동하는 서울지부 같은 빌딩 형태가 있는가 하면 마땅한 거점 없이 지부장의 자택인 구역도 다소 존재하고 있다.

 

5층까지 올라온 민지 일행은 복도에 나열된 출입문 중 ‘리틀 나이츠 작전회의실’이라고 적힌 문을 열어 안으로 들어섰다.

 

“경혜씨, 우리 왔어.”

 

“어서 와요, 다들 수고 많았어요.”

 

청색 재킷을 입은 장발 머리 여자가 민지 일행을 맞이해 주었다. 그녀는 민지는 물론 세리보다 어른스럽고 차분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민지는 곧바로 그녀의 앞에 서서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네, 지금 바로 전투 결과를 브리핑하겠습니다. 심연을 통해서 인트루더는 C등급 인트루더 ‘오우거(Ogre)’ 1마리와 D등급 ‘미니언(Minion)’무리가 12구역에 침입했습니다. 그래서 저희 팀, 리틀 나이츠 팀이 12구역으로 투입되었습니다. 그리고 12구역에서 작전을 수행하던 도중에 엄청난 양의 이형 에너지가 사건 지점에 감지되었고 그 시점에서 오우거는 이미 퇴치된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해당 구역에 남아있던 민간인들은 부상자는 총 15명이고 전원 병원으로 이송된 것으로 상황이 종료되었습니다.

 

“그래, 보고 잘 들었고 고생했어. 이형 에너지의 발생 원인은 확인했니?”

 

경혜는 차분한 자세로 민지의 브리핑을 듣고 입을 열었다.

 

“네. 조사원들이 확인한 결과, 이형력자의 반응이 틀림없었어요. 그리고.......”

 

민지는 목을 가다듬고 다시 입을 열었다.

 

“현장에서 서가인 요원의 아들, 박세호를 만났어요.”

 

“서가인 요원의 아들을?”

 

민지는 방금 전 무너져버린 상가 건물에서 빠져나가던 소년의 모습을 떠올렸다.

 

서가인, 그녀는 과거 인트루더의 1차 침공 당시 각성했던 이형력자 중 한 명이었으며 전쟁이 한창이던 중에 수많은 인트루더를 퇴치하면서 이름을 날린 여자였다. 어떤 강적이 쳐들어와도 그녀가 나서면 거뜬하게 해결할 정도로 서가인은 당시 영웅이라고 칭송받은 인물이었다.

 

그런 그녀에게 딸과 아들이 하나씩 있었는데 일반인인 딸과는 달리 선천적으로 이형력을 가지고 태어난 아들이 있었다. 그 아이의 이름이 바로 박세호였다.

 

“네, 별로 안 쎄보였는데 좀 귀엽게 생겼어요.”

 

세리가 너스레를 떨자 곧바로 경혜에게 제지당했다.

 

“세리야,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니. 아무튼, 민지야. 그래서?”

 

“그땐 사건 현장을 처리하는 게 우선이라 팀에 들어와 달라고 말은 못 했어요.”

 

리틀 나이츠는 다시 시작된 인트루더의 공격에 대비해 부족한 인원을 채우기 위해 사회, 또는 관리국에서 운영하는 아카데미 안에서 뛰어난 이형력을 가진 청소년을 선별하고 육성해 실전에 투입 시키자는 계획에서 설립된 신생 팀이었다. 그런 리틀 나이츠 계획의 책임자가 관리 요원인 경혜에게 한 소년을 추천했었는데 그 소년이 박세호였다.

 

“맞다. 너희가 나간 사이에 이게 왔는데 볼래?”

 

경혜는 회의실 구석에다 둔 골판지 상자를 들어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민지가 곧바로 상자의 포장을 뜯어 안의 내용물을 꺼내자마자 그녀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상자 안에는 여학생 교복 한 벌이 들어 있었다. 민지는 기대감에 찬 눈빛으로 교복을 바라보고 있었다,

 

“언니, 그러면 내일 박세호를 우리 팀에 영입시키면 되는 건가요?”

 

“그 애가 받아들일지 모르겠지만 상부에선 꼭 스카웃 하라고 하니까........”

 

기대감에 차 있는 민지와 대조적으로 경혜의 얼굴은 밝아 보이지 않았다. 미성년자들을 세이비어로 육성시킨다는 계획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현 역시 경혜와 마찬가지로 그다지 표정이 밝아 보이지 않았다.

 

경혜는 헛기침을 한 뒤 입을 열었다.

 

“아무튼, 며칠 전에 들었겠지만 민지는 오늘 부로 성신 고등학교로 편입되었으니까 내일부터는 거기로 가면 돼, 알겠지?”

 

“학교라....... 딱히 좋은 기억은 없군....... 민지야, 긴장하지 마라?”

 

“그래, 어차피 가면 다 친구들이야. 어렵지 않아.”

 

현과 세리가 빙긋 웃으면서 민지에게 당부했다. 민지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에이, 왜 그러세요? 저 이래 뵈도 내일을 대비해서 평범한 학생처럼 보이는 팁도 다 정리해뒀어요. 봐요!”

 

민지가 가슴을 펴고 의기양양하게 수첩을 꺼내 들며 자랑하자 세리가 조용히 경혜의 옆구리를 콕 찔렀다.

 

“우리 민지 너무 귀엽죠, 경혜 언니?”

 

“얘가, 민지는 지금 엄청 진지해. 그치만 인정.”

 

“역시 부정 못 하네, 경혜 씨.”

 

세 사람이 훈훈한 표정을 짓고 있다는 걸 민지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아 참, 나 잠깐 병원에 좀 갔다 올게.”

 

그때, 현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세리가 장난스럽게 물었다,

 

“뭔데요? 아저씨 혹시 숨겨둔 병이......”

 

“실은 요 며칠 사이 요통이...... 농담이고, 만나 볼 사람이 있어서. 먼저 간다.”

 

현은 경혜와 민지를 비롯한 팀원들의 인사를 받으며 먼저 회의실에서 나가 홀로 되뇌었다.

 

“누님의 아들이라니, 사람을 잘못 뽑은 거 아닌가.”

 

리틀 나이츠 팀의 하루가 무사히 흘러가고 있었다.

 

 

네... 원래 한글 파일로 하면 3화 분량인데 한번에 다 올리기엔 너무 많아서 일부러 이렇게 잘라서 올리는 편입니다.

 

암튼 찬찬히 읽어보니까 의도하긴 했지만서도 진짜 클로저스 표절 느낌 나네요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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