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청법과 관련한 이런저런 글들은 많이 봐왔지만 게시판도 생긴 겸 써보는 개인적인 넋두리
다들 각자만의 생각이 있을테니까 이런 의견도 있구나하고 봐줬으면 좋겠어
먼저 아청법뿐만 아니라 다른 법들도 그렇지만 법이 제 기능을 하려면 몇가지 요건이 있어야한다고 봄
1. 법의 목적이 명확한가?
2. 목적을 위해 규정한 조항이 목적의 취지에 부합하는가?
3. 해당 조항이 법의 목적 달성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되는가?
4. 그 예상이 실제 일어날것임을 뒷받침할 객관적인 근거가 있는가?
대충 이런 느낌의 요건이 필요하다고 생각함. 각 요건을 문제의 아청법 제2항 5호의 표현물 규제에 대입해보면
1. 법의 목적이 명확한가? : Y
아청법 제1조를 보면 아동ㆍ청소년을 성범죄로부터 보호하고 아동ㆍ청소년이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로 되어있음. 이 부분은 다른 사람들도 그렇고 큰 의견을 없을거라고 봄 문제는 그 다음부터인데
2. 목적을 위해 규정한 조항이 목적의 취지에 부합하는가? : ?
법령정보에 나와있는 개정이유를 보면 아동ㆍ청소년의 성적 행위를 표현한 아동ㆍ청소년이용음란물의 범위를 확대하기 위하여로 되어있음
일단 개정 이유를 봤을 때는 기존에 아청물로 보지 않았던 것들을 포함시켜서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 아동ㆍ청소년을 보호하자는 거 같음
그런데 표현물이 추가되기 전 조항을 비교해보면
- 이전 : “아동ㆍ청소년이용음란물”은 아동ㆍ청소년이 등장하여 제4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거나 그 밖의 성적 행위를 하는
내용을 표현하는 것으로서 필름ㆍ비디오물ㆍ게임물 또는 컴퓨터나 그 밖의 통신매체를 통한 화상ㆍ영상 등의 형태로 된 것을 말한다.
- 이후 : “아동ㆍ청소년이용음란물”은 아동ㆍ청소년 또는 아동ㆍ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이 등장하여 제4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거나 그 밖의 성적 행위를 하는 내용을 표현하는 것으로서 필름ㆍ비디오물ㆍ게임물 또는 컴퓨터나 그 밖의
통신매체를 통한 화상ㆍ영상 등의 형태로 된 것을 말한다
위에서 볼 수 있듯이 아동ㆍ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을 추가한 거 외에는 딱히 달라지지 않았음.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란건
영상매체 등에서 아동ㆍ청소년일 가능성이 있는 신원불명의 인물을 말하는거 같고 표현물은 가상의 매체를 의미하는 걸텐데 그걸 포함시키는 게
아동ㆍ청소년을 보호하는 것과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는 모르겠음 그나마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은 영상매체에 찍힌 사람의 신원이 불분명해서
아동ㆍ청소년임을 검찰에서 입증하기 어려울 경우를 대비하는 거 같긴 한데... 너무 권한의 범위가 넓은게 아닌가 싶음
3. 해당 조항이 법의 목적 달성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되는가? : ?
적어도 당시 법을 만든 사람들은 그렇다라고 생각해서 만들었을거임. 대충 그들이 예상했을 결과를 생각해보면
-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을 넣음으로써 영상매체 등에 찍힌 신원불명의 인물(아동ㆍ청소년일 가능성이 있는)이 출연한 매체를 제작,소지한 인물을 처벌
- 표현물을 넣음으로써 이를 제작,소비하는 행위를 막고, 표현물을 보고 충동이 발생한 성범죄자가 현실의 아동ㆍ청소년에게 피해를 입히는 것을 방지
- 표현물 규제를 통해 아동ㆍ청소년을 성적으로 보는 것을 금기시하는 사회 분위기의 조성함으로써 아동ㆍ청소년 범죄의 발생을 방지
아마 이정도일 거라고 생각함. 그러면 이제 마지막으로 위의 예상들을 뒷받침할 근거가 있느냐인데
4. 그 예상이 실제 일어날것임을 뒷받침할 객관적인 근거가 있는가? : N
이건 최근에 G식백과 영상에서도 일부 언급되기도 했지만 결론을 먼저 얘기하면 알 수 없음임
표현물을 보고 현실에서도 실제로 하고 싶은 충동이 발생한다는건 어떤 연구는 그렇다고 하고 또 어떤 연구는 반대라고 하고 또 어떤 연구는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고 하고 다들 뒤죽박죽이니까
사회 분위기의 조성쪽은 언뜻 들으면 그런가 싶지만 좀 더 생각해보면 말이 안되는게 그러면 표현물을 규제하지 않는 나라들은 규제하는 나라보다
아동ㆍ청소년 성범죄가 유의미하게 많냐고 하면 그건 아니잖아. 그렇다고 뒷받침할 제대로된 연구결과가 있냐고 하면 본 적이 없고
그것보다는 치안이 좋지 않고 경제악화 등으로 가정이 붕괴된 사회쪽이 성범죄 발생률에 영향을 미칠 거 같은데 말이지
인식될 수 있는 사람쪽은 확실한 근거가 있는건 아니지만 효과가 있긴 할거임. 처벌할 수 있는 범위를 넓히면 그 중에 잡히는 진짜 성범죄자 수의 절대값도 증가할테니까
문제는 억울한 사람도 그만큼 늘거라는 거. 당장 교복물 AV라던가 같은게 있는데 이러한 사람들의 희생을 감안할 수 있을 정도로 잡히는 성범죄자 수의 증가량이 많을까? 개인적으로는 좀 회의적임
위처럼 개인적인 기준으로 살펴봤을 때 아청법은 제 기능을 할 가능성이 낮은 법이라고 판단됨
그러면 개정안을 만든 사람들은 나도 알 수 있는 걸 알지 못했을까? 그건 아니라고 생각함
저렇게 부족한 점이 많은데도 밀어붙이는 이유는 당연히 권력임
개정 내용이 문제인 이유를 요약하면 규제의 모호함에 있음
그리고 그 모호함은 권력자 입장에서는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진다는 걸 의미함
당연히 이를 마다할 권력자는 없겠지. 자기 마음대로 늘였다 줄였다 할 수 있는 잣대가 생기는 건데
개인적으로는 이 이유때문에 이 법을 빨리 고쳐야한다고 생각함
권력자의 방종을 계속 견제해야 사회가 건강해질테니까
물론 사람들 생각은 다양하니까 위의 문제점이 있어도 표현물을 규제하는게 사회질서 유지에 더 좋다고 생각할 수도 있어
다만 마녀사냥, 금주법, 매카시즘 등 때려 잡으려는 대상만 달라졌을 뿐 문제를 공유했던 과거의 역사들을 보면
저런 것들은 항상 사회의 혼란만 일으켰다는 사실을 알아줬으면 좋겠어
이 사이트를 알게된지 20년 가까이 됐지만 글을 써보는건 처음이라 미흡한 점이 많이 있겠지만 양해해줬으면 좋겠어
그러면 다들 좋은 밤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