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비트, 빗썸, 코인원 3대 거래소 체제는 5년 이상 이어져오고 있는데 그 뒤를 잇는 거래소들은 계속 망해서 바뀌고 있죠.
국내 코인마켓 거래소들이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으면서 존재감을 잃어가고 있다. 업비트 등 대형 원화 거래소들이 최근 금융 당국, 정치권 등과 긴밀히 소통하며 가상자산 제도화에 나서고 있는 반면 코인마켓 거래소들은 부족한 인지도 등으로 인해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몰리게 됐다.
코인마켓 거래소는 가상화폐를 결제수단으로 활용해 가상자산을 매매하는 거래소를 뜻한다. 가령 특정 코인을 구매하고자 한다면 미리 충전해 놓은 비트코인을 이용하는 식이다. 업비트나 빗썸, 코인원 등 원화마켓 거래소들은 가상자산 구매에 원화를 사용한다.
현재 국내 코인마켓 거래소는 포블게이트, 프로비트 등 총 21곳에 이른다. 그러나 대다수의 국내 투자자들이 현금성 자산으로 직접 거래할 수 있는 원화 거래소를 선호하고 있어, 코인마켓 거래소들은 영세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이름조차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은 상황이다.
소비자들이 원화 거래소를 선호하는 이유로는 결제 방법이 간단하기 때문이다. 원화 거래소는 개인 계좌와 연동돼 계좌에 있는 현금으로 코인 구매 대금을 결제하면 되지만, 코인마켓 거래소는 그렇지 않다.
코인마켓 거래소에서 가상화폐를 구매하려면 먼저 원화로 비트코인 등을 충전하고, 이후 그 비트코인을 이용해 다른 코인을 구매해야 한다. 소비자들은 원하는 코인을 구매하기 위해 두 차례에 걸쳐 결제를 할 수 밖에 없어, 보다 간편한 원화 거래소를 찾는 것이다.
거래 절차는 복잡한데 뚜렷한 장점이 없다는 것도 코인마켓 거래소가 외면을 받는 이유로 꼽힌다. 오히려 코인은 원화에 비해 가치 변동 폭이 커 상당한 투자 불확실성에 노출될 수 밖에 없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들여 비트코인을 충전해둬도 가치는 그대로 유지되지 않는다. 이용자가 충전한 자산의 가치는 비트코인의 수량으로만 판단되기 때문에 비트코인 시세가 크게 꺾일 경우 원하는 코인을 사기도 전에 상당한 손실을 볼 수 있다.
이로 인해 코인마켓 거래소는 원화 거래소와의 격차가 계속 벌어지는 상황이다. 국내 1위 원화 거래소인 업비트의 경우 하루 거래 금액은 약 2조3553억원에 이른다. 반면 대표적인 코인마켓 거래소인 포블게이트의 경우 하루 거래 규모는 44억원에 불과하다. 프로비트(8억원), 플라이빗(3억원) 등은 10억원에도 못 미친다.
코인마켓 거래소들은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다 보니 최근 금융 당국과 정치권이 주도하는 가상자산 규제 도입 등과 관련해서도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코인마켓 거래소 사업자들은 곧 나오게 될 가상자산 규제안에 자신들의 요구 사항이 담기지 않을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와 같은 주요 원화 거래소들은 공동 협의체(DAXA)를 구성하고 자율적인 규제안 제정에 대한 세부 계획을 지난 11일 발표했다. 같은 날 코인마켓 거래소들 역시 자율 규제안 도입에 대한 계획을 내놨다.
코인마켓 거래소는 상장지원부서, 준법감시부서에 대한 규정 외에 상장 절차 방식 등에 대한 자율 기준도 만들어 발표했다. DAXA가 거래지원, 시장감시 등에 대한 진행 현황 등에 대해서만 발표한 것과 비교하면 보다 구체적이다. 코인마켓 거래소들은 한국디지털자산사업자연합회(KDA) 등을 통해 상장 관련 공동 가이드라인 제정에 나섰다. KDA는 프로비트 등 코인마켓 거래소 7곳이 참여하고 있는 연합회다.
그러나 가상자산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는 원화 거래소의 영향력에 비해 코인마켓 거래소는 이용자 수가 턱없이 적다 보니 이들이 내놓은 자율 규제안 역시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최근 금융위원회 주도로 가상자산의 제도화를 추진하는 민·관 디지털자산 태스크포스(TF)에 포함은 돼 있지만, 업계를 향한 관심은 주로 DAXA로 집중돼 코인마켓 거래소 사업자들은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형중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특임교수는 “규제 도입 과정에서 원화 거래소 뿐 아니라 코인마켓 거래소의 의견을 듣는 것도 중요하다”며 “효과적으로 자금 세탁 등의 범죄를 방지하기 위해선 각 거래소 간 협력이 중요한데, 시장 규모가 큰 한 쪽의 의견만 반영되면 사업자 간 차별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