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날 보는 재수 없는 땡땡..
어느 회사인지 모르겠지만, 꽤 번듯한 회사에 다니는 놈 같았다. 내가 알바하는 편의점에 오기 시작한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아직도 그 땡땡과의 첫 만남을 잊지 못한다.
“로또 자동..”
여자친구와 같이 와서인지 거들먹거리며 손가락 사이에 오만 원을 끼고, 상남자인 듯 말을 짧게 하는 재수 없는 새끼. 나보다 어린 놈 같았다.
“오만 원 받았습니다. 얼마 드릴까요?”
“다 주세요!”
훠이훠이 손짓하며, 그 까윗돈 다 주면 되지 뭐, 귀찮게 물어보냐는 식으로 모션을 취한다.
‘어거되면 뭐 할까?’
여자친구에게 한없이 다정하게 속삭이며 다정한 모습, 행복회로를 돌리는 모습이 재수 없지만 부럽게만 느껴졌다.
“여기 있습니다..”
아무 대답 없이 휙 한 손으로 받더니, 여자친구와 번호를 살펴보며 자연스럽게 나간다.
재수 없는 땡땡..
솔직히 재수 없지만 부럽다. 내가 가지지 못한 번듯한 직장, 여자친구..
가방끈이 짧은 나에게는 저런 양복쟁이는 힘들고, 무엇을 좀 해보려고 이것저것 시도했지만, 재능이 없는 건지, 노력이 부족한 건지 쉽지 않았다. 그렇다고 힘든 일을 하면서 준비하기도 쉽지 않고..
그렇게 편의점 생활도 3년이 넘어간다.
점점 무기력해지고 자신감도 잃어간다. 내 자신은 한없이 쓰레기 같기만 하다.
“저기요!”
“네?”
“아까 산 거.. 오천 원만 살 거니까 나머지 환불해 주세요.”
“로또는 환불이 안 돼서요.”
“네? 그런 게 어딨어요?”
“로또는 원래 환불이 안 돼요.”
“아니..참나.. 그런 게 어딨어.. 고객이 원하면 해주는 거지. 이거 어이없네.."
“네.. 죄송한데, 원래 그렇게 되어 있어서요. 아까 오만 원 사신다고 하셨고요.”
“제가 그걸 어떻게 알아요? 말해줘야 알지.. 말도 안 해 줬잖아요?”
순간 머리가 멍해진다. 분명 이 땡땡, 번호가 마음에 안 들어서 그런 것 같다.
머리가 멍해지면서 온몸이 부르르 떨린다.
“저.. 저기..이건요, 원래 로또는 복권…..아니, 복권은 한 번 구입하시면 환불이 안 돼요..”
“아니..그러니까 말을 해줬어야죠, 안 그래요? 제가 어떻게 알아요? 이거 고객 기만하는 거예요. 완전 강도도 아니고..”
씨.. 이런 식으로 우기기 시작하는데 너무 열 받지만, 이런 상황에서 당황해서 몸을 부르르 떨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는 내 자신이 더 열 받는다.
“손님, 안 되는 건 안 되는 겁니다. 원..원래 그게 원칙..”
“아니.. 하.. 진짜 말이 안 통하네..그니까 그걸 미리 고지해 줬어야지! 몰라요? 아.. 그만 부들부들하고 환불이나 해 줘요..”
“오빠.. 그만해.. 불쌍하잖아”
“아니야, 이건 이렇게 해야 해.”
마치 여자친구 앞에서 똑부러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건가.. 거기에 여자의 불쌍하다는 말이 더 열받는다. 그리고 나의 떨림을 콕 집어서 말할 때 모든 게 무너지는 것 같아, 더 멘붕이 온다.
그 모습을 가엾게 바라보며 말리는 여자의 눈빛과, 마치 약한 먹잇감을 사냥하며 그 모습을 자신의 여자에게 자랑하는 상황… 엄청난 정신적 데미지가 나를 점점 위축되게 만들었다.
“여기..”
“진작 이렇게 하시지.. 괜히 입 아프게 가자~”
승리감에 도취되어 자랑스럽게 여자친구와 나가는 뒷모습.
나는 더 이상 이 상황을 견딜 힘이 없어 피하고 말았다.
문제를 일으키면 안 된다는 생각.. 다 핑계다.
그냥 쫄은 거다.
한없이 초라해진다. 조용히 그 돈을 매꾸며 로또를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액땜해서 1등할 수도 있겠지?’
라고 정신승리하려는 게 더 비굴하다.
다음 날 사장은 나에게 와서 그
땡댕에게 들었는지 로또 이야기를 했다.
그냥 환불해 주면 뒀다가 팔면 되는데, 굳이 기분 나쁘게 왜 안 바꿔줬냐고..
마치 융통성 없는 사람인 듯 취급하며.. 씨..
완전한 패배다.
그 땡땡에게 뭘 하나 이길 수 있는 게 없다.
상상으로 그 땡땡에게 당당하게 “그 상황에 이렇게 했으면 좋았을 텐데”라며 맞서는 모습을 시뮬레이션해 본다..
더 비참하다.
그 뒤로 그 땡땡은 왜인지 내가 일하는 시간에 오기 시작했고, 담배를 사기 시작했다.
“같은 걸로요..”
재수 없는 표정과 손가락 사이에 끼워주는 카드.. 옆모습만 보이며 제촉하듯 내미는 손.. 아무 인사 없이 받고 나가는 모습.. 그냥 사람 취급 안 하듯 무시하는..
일정한 시간에 같은 모습.. 마치 나를 가스라이팅하듯 자신의 담배 계산기처럼 길들이는 것 같았고, 그 땡땡이 오는 시간마다 자동반사처럼 부들거리는 내 모습..
비참하다..
나는 사회의 쓰레기 같은 존재가 되는 모멸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어느 날..
백팩을 맨 평범한 아저씨가 나에게 다가왔다.
--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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