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즌 강원이 잔류해서 정말 기쁘고 어제 하루 동안 충분히 기뻐했으니 이제 시즌을 정리하는 겸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봐. 물론 내 개인적인 의견인 만큼 모자란 부분이나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을 수 있어도 이해해줘.
이제부터는 음슴체로 쓸게.
이번 시즌 강원의 축구를 보는 건 쉽지 않았음. 시즌 초 큰 기대를 가지면서 시작한 시즌인 만큼 실망도, 절망감도 컸던 시즌이었음. 물론 성적의 부진에는 교통사고 사건과 선수단 코로나 감염같이 불운한 일들도 있었지만 그것들 만으로 이번 시즌을 말아 먹었다고 하기엔 정말 시즌 내내 팀이 덜컹거리는 모습을 보였음. 김병수 감독과 박효진 수석코치 간의 충돌 건이나 모 선수의 성추문, B팀 무자격 선수 출전 등 여러가지 사건사고가 있었고 아직까지 확실하게 확인되지도 않은 사건들도 있는 것으로 추측되는 만큼 시즌 내내 잡음이 가득했음. 심지어 잔류를 확정지은 어제 경기도 볼보이 관련으로 말이 나오는 중임.
이번 시즌동안 팬 입장으로써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 바로 이런 모습들이었음. 단순히 감독의 전술이 안 좋았다거나 선수의 기량이 안 좋아서 시즌을 말아먹는 느낌이 아니라 구단 자체가 침체되고 문제가 있는 모습을 보였음. 개인적으로는 이번 시즌 잔류에 성공한 것도 이렇게 구단 자체가 무너져 가는 와중에 선수단이 막판에 집중력을 되찾을 수 있어서라고 생각함. 그런 의미에서 이번 잔류는 선수진을 다시 다잡을 수 있게한 최용수 감독의 역할이 제일 컸고 그 공로가 가장 컸다고 봄. 최용수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 경기를 보면 전술적인 것을 차치하고 봐도 선수진의 움직임이 달라진 것을 볼 수 있었음. 이전처럼 맥 빠지는 움직임이나 넋 놓고 플레이하는 경우가 없어졌다는 것은 누가 봐도 확인할 수 있었음.
사실 나는 전술적인 부분에만 집중해서 보자면 김병수 감독이 더 나은 감독일지도 모르겠다는 입장임. 김병수 감독이 이번 시즌 이전에 보여줬던 축구를 보면 꽤나 흥미로운 축구를 했었던 것도 사실임. 개인적으로는 좀만 더 보완하면 리즈의 비엘사 느낌이 나는 축구를 할 수 있는 감독이라고 생각함. 다만 비엘사랑은 다르게 체력훈련에 대해 소홀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고 이번 시즌에는 감독 본인이 멘탈을 잡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 김병수 감독에 대한 지지하던 입장이었던 나 역시 상당히 실망하게 만들었음. 결국 이번 시즌은 김병수 감독이 본인의 한계를 보인 시즌이기에 나가는 게 옳았다고 봄. 다만 그 시점은 앞서 작성한 글(https://bbs.ruliweb.com/etcs/board/700155/read/10628)에서 설명한 것처럼 경질 시점이 매우 아쉬움이 있음. 허나 이번 시즌의 가장 큰 책임을 김병수 감독에게 씌우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봄.
오히려 이번 시즌의 가장 큰 책임은 이영표 대표이사한테 있다고 생각함. 나는 이전부터 이영표 대표이사가 이전부터 대표이사로써 알맞은 모습을 보이고 있는 지에 대해서는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다는 입장임. 축구에서 대표이사로써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들을 보면 경영인 출신과 축구인 출신으로 나뉘어 진다고 봄. 경영인 출신 대표이사들은 축구적인 부분은 대부분 감독에게 맡기고 나머지 운영적인 부분을 담당하는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지만 축구인 출신이 대표이사로 있을 경우에는 구단의 운영 뿐 만 아니라 속히들 말하는 단장의 역할을 일부 담당하는 경우가 많음. (대구의 조광래 대표이사가 대표적) 특히 강원의 경우 단장이 따로 없는 형태로 운영되었던 만큼 축구인 출신인 이영표를 대표이사로 세운 것은 단장의 역할까지 맡긴 것으로 해석됨.
이러한 부분에서 나는 이영표 대표이사가 과연 강원FC의 대표이사 자리에 걸맞는 사람인지 의구심이 듦. 우선 이영표는 선수 경력과 해설가 경력을 제외하고는 다른 축구 경력이 없음. 물론 선수로써는 대성공을 거둔 대한민국의 레전드지만 단장의 역할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전술 이해도와 스카우팅 능력 등이 필요하다고 보기에 이전까지 구단에서 코치진이나 스태프로 일해본 경력이 없는 이영표가 단장의 역할을 하기에 적합한지는 의문이 들었음. 그렇다면 구단의 운영적인 부분은? 물론 어느 정도의 교육은 수료했겠지만 전문 경영인도 아니고 해설과 방송 출연을 하면서 짬짬이 배운 경영학적인 지식으로는 K리그1에 소속된 나름 규모가 있는 강원FC를 운영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생각함.
실제로 이영표 대표이사가 지금까지 한 업적들을 보면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음. 전용 구장 설치를 위해 임기 초부터 움직였지만 아직까지 설치 지역 확정도 하지 못했을 뿐 만 아니라 이 과정에서 여러 지역에서 사는 강원 팬들 사이에서 갈등을 일으키게 까지 했음. 이영표 대표이사가 전용 구장 부지 확보를 공개적으로 진행하면서 해당 지역의 팬들끼리 충돌하는 경우가 생겼음. 누구나 자기가 사는 지역 가까이에 구장이 들어오기를 바랄테니. 거기에 앞서 설명한 감독과 수석코치 간의 충돌, 모 선수의 성추문 등의 문제에도 해결을 하려는 모습보다는 문제를 덮어 버리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음. 만약 문제 해결의 의지가 있었다면 신체적 충돌사건 직후에 감독교체가 일어났어야 했고, 성추문 선수에 대해서는 그것이 범죄였는지 여부와는 무관하게 구단이 부진한 상황과 선수진 코로나 감염으로 인해 예민한 상황 에 그러한 문제를 일으켰음에 대한 징계는 일어났어야 했다고 봄.
물론 혹자는 최용수 감독의 선임이나 2022시즌 대비해서 감사 때 강원FC를 위해 예산 지원을 충분히 해달라고 한 것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함. 물론 최용수 감독의 선임을 한 것은 이영표 대표이사의 몇 안되는 치적이라고 생각함. 그래도 서로 아는 사이인 만큼 어려운 상황에서도 최용수 감독을 강원으로 데려올 수 있게 하였다고는 생각함. 그러나 예산 관련 부분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생각하지 않음. K리그를 잘 아는 사람들이라면 강원은 꽤나 시민구단치고는 최근에는 충분히 지원을 잘 받아왔음. 기사(http://m.kwnews.co.kr/nview.asp?s=101&aid=221112400149)를 보면 1부 리그로 올라온 이후로는 계속 100억 원 이상의 지원을 받아온 것을 확인할 수 있음. 오히려 이번 시즌 성적 부진에도 100억 원을 주는 것은 구단을 지원하는 강원도의 입장에서는 명분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는 사항임. 이런 상황에서 이영표 대표이사가 감사에서 한 것처럼 굽히고 들어가면서 지원을 부탁하는 것은 대표이사로써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함. 어쩌면 더 나아가 대표이사가 충분히 책임을 지지 않은 것이라고 까지 생각이 듦. 나는 만약 이영표 대표이사가 했던 말을 똑같이 임은주 전 대표이사가 했다면 팬들 사이에서 어떤 반응이었을까 궁금하기까지 함.
어제 경기를 끝으로 길고도 길었던 2021시즌이 막을 내렸음. 그렇지만 어제 경기의 여파는 아직까지 끝나지 않았음. 볼보이의 태만한 행위는 대전과 수많은 축구팬들이 강원FC에 대한 분노를 가지게 하였고 거기에 이영표 대표이사는 기름을 붓는 말을 하면서 논란을 더 확대시켰음. 물론 승점 삭감이나 몰수패 처리와 같이 강원의 잔류가 무산될 만한 징계는 없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이제는 그냥 묵과하고 넘어가기에는 이슈가 너무 커졌음. 이로 인한 징계 처리는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함. 진짜 시즌 마지막까지도 구단 운영에 도움이 되지 못하는 이영표 대표이사는 빨리 교체되어야 한다고 생각함. 그래야 강원FC가 더 훌륭한 구단으로 발전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