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매하다.
저자가 역사가 겸 소설가인데 역사책도 아니고 소설도 아닌 애매한 물건이 나왔다.
역사책을 기대하면 실망할 것이고, 소설을 기대해도 실망할 것이다.
아직 읽어보지 않은 이들을 위해 비유하자면, 하드보일드 소설의 거푸집에 역사의 쇳물를 부어 만든 물건 같다.
일부를 발췌 인용해보면 이렇다.
「그[루이 16세]는 운명에 맞서겠다고 결심했지만, 이미 운명은 결정 난 것이 아닐까, 냉혹하게 돌아가는 운명의 수레바퀴를 한낱 연설이 멈출 수 있을지 두려웠다.」
「한 젊은이가 프티샹에서 검문을 받았다. 사람들은 그를 둘러싸고 위협했다. 그는 ‘나리’처럼 옷을 입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에게 “국가 만세!”라고 외치라고 강요했다. 그는 외국인 말투를 썼다. 그는 후에 이 8월 10일 금요일에 “끔찍한 사람들의 무리를, 그리고 가장 비루한 불량배들에게 성이 공격받는 것”을 본 일을 기억하게 될 것이다.그의 이름은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였다.」
일반적인 대중역사서와는 확연히 다른 서술법이다.
묘하게 깊이가 느껴지지 않다가도, 당대 어록이 인용되기도 하는등 정말 애매한 인상이다.
요컨대, 프랑스 혁명사 입문용은 아니다. 색다른 관점과 서술을 원하는 사람이 읽으면 좋겠지만 적극 추천할 만한 물건은 아니다.
역사처럼 장황하고, 소설처럼 불친절하다.
역사를 읽고 싶다면 소불의 <프랑스 대혁명>을, 소설을 읽고 싶다면 맨틀의 <혁명극장>을 읽는 편이 좋다.
별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