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 | 구독자 417명 | 구슬이 | 사사44주작센McHolic수히나

바이바이 내 예쁜 사랑니야 (사실 안 예뻤음)

꽤 오랫동안 절 괴롭혔던 친구가 있습니다


끈덕지게 붙어가지고 굉장히 신경쓰이게 만들었던 친구였죠


바로 사랑니.


꽤 오래전에 윗쪽 에 있던 사랑니 하나를 뽑은 적이 있었습니다.


다행이 윗쪽이라 빨리 아물긴 했었지만, 그래도 좋은 기억은 아니었기에 '아 이거론 다시 치과 안갔으면 좋겠다' 는 마음이 컸죠.


그런데 세상에나.


어느날 입 안을 보니 아랫쪽에서 빼꼼 하얀 무언가가 올라왔습니다


'드디어 올것이 왔군'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기려 그랬는데 세상에나.


이 친구가 주인 닮아서 굉장히 삐딱하더라구요


아니나 다를까 올라오는 걸 보니 대각선으로 올라오는 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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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바로 현실 ㅈ토피아구나, ㅈ토피아를 피하지 않고 맞섰더니 이젠 내 몸으로 찾아오는구나 싶더라구요.

근데 나기 시작한거 어떡하겠습니까. 받아 들여야죠.

하지만 워낙에 이런 저런 일들이 많았기에, 치과를 가야지 가야지 하면서 미룬 게 한 세월이었죠.

막상 가서도 '아 이거 아랫쪽 사랑니면 신경이랑 얽혀있을수 있는데, 문제 생겼을 때 처치를 빨리 하려면 대학병원 가셔야 해요' 라는 설명을 듣는게 더 많았다보니 더 미룬것도 있었습니다.

그러는 동안에도 우리네 삐딱이는 자기 주장이 확실하여 잇몸을 밀고 올라오고 있었고, 어느새 세상으로 나와 어두컴컴한 입안에서 생존신고를 하더라구요

하지만 이게 대각선으로 나며 옆에 있는 어금니를 누르고 있던터라 내심 불안하긴 했습니다

'언젠간 빼야지', '이거 두면 문제 생길 것 같은데...' 싶은 마음이 컸거든요.

아니나 다를까 보름 전 즈음 쎄한 느낌이 들어 입안을 확인해보니 '아 이건 빼야겠다' 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이 삐딱한 사랑니가 옆니를 누르다 못해 붙어버리고, 그걸 그대로 두니 충치가 생긴 것 같더라구요.

그렇게 찾게 된 치과.

검진을 받아보니 의사분이 망설임 없이 '이건 뽑으셔야겠네요.' 라는 말씀을 하시게 됐고 그 당일날 바로 예약을 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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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예약 후 집에 와서 번역 작업하던 모습)


현타가 좀 많이 왔습니다 그때.


관리를 한다고 했는데 이래 되니 열받고, 하필 옆에 있는 어금니가 생각보다 깊게 썩어버려서 그 이후 신경치료를 받을지도 모른다고 하니 아찔하더라구요


사랑할 때 쯤 난다고 해서 사랑니라던데, 사랑을 한번도 해본 적 없는 대현자 김씨한테서


망할 사랑니가 나와서 괴롭히고 있다고 하니 빡침이 목젖 직전까지 올라오더라구요.


근데 어차피 일이 닥친 거, 그냥 눈 딱 감고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오늘 치과를 가서 사랑니를 뽑고 오게 됐네요.

정확히는 거의 6개로 쪼개서 하나하나씩 들어 내긴 했지만요.

생각보다 턱뼈도 단단하고, 뿌리도 단단하게 박혀있어서 힘이 좀 들어가셨다곤 했지만, 그래도 잘 됐다곤 하시네요.

되게 마취도 잘되고, 의사분도 잘 하셔서 그런지 지금은 아프진 않습니다.

지금은요

ㅖ. 지금은요.

입술이랑 혀랑 뺨에 감각이 없이 저릿한 느낌이 드는데 마치 아수라 백작이 된 기분이 듭니다

나중에 밤에 마취가 서서히 풀리기 시작하며 어떤 지옥이 펼쳐질지 굉장히 기대되네요.

한 일주일 정도는 술을 못 마신다는데 슬프네요

대충 물이나 음료로 달래야지 싶으면서도 냉장고에서 굴러다니는 호가든을 보며 술린고비 해야할것 같습니당.

글 대충 마무리 지으며 이 뽑던 의사분과 나눴던 만담 내지 손짓을 공유해봅니다




***

아프시면 왼손 들어주세요 환자분
(네 대신 엄지척)
아 에 ㅎㅎ 그럼 진행하겠습니다

(약간 특이케이스라 그런지 옆에 치위생사분인가 다른 분 데려다 놓고 교육하시며 뽑는 것 같았음)

(뽑던중에) 환자분 악간 꾹 누를거에요. 통증 안느껴지시죠 괜찮죠?
(엄지척)
예 살아계시네요 ㅎㅎ. 그대로 진행 하겠습니다.

(흔들다가 뻐근함이 확 커지는 부분이 있어 으읍 소리 냄)
아이구 환자분 소리내시면 시간이 길어지실 수 있어요. 그래도 잘하고 계세요
(손가락으로 ok 만듬)
아유 좋아요 ㅋㅋ 계속할게요

(쭉 뽑고 끝남. 통증 거의 없었음)
이햐. 끝났습니다. 다행이네요 환자분 피도 덜나고 해서 신경 데미지도 덜 한거로 보이네요 . 일단 추이를 지켜보죠
(신난 듯 손으로 덩실덩실)
(의사분 치위생사분 두분 다 빵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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