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3년 시작한 닥터 후 시리즈의 50주년인 2013년. 연초부터 닥터 후 팬덤은 50주년에 대한 기대로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있었습니다.
11월 21일은 닥터 후 시리즈의 방영비화를 담은 다큐멘터리적 에피소드인 An Adventure in Space and Time가 방영했습니다. SF 장편 드라마라는 새로운 시도로 시작됬지만, 첫 에피소드 방영 당일에 케네디 암살 사건이 일어나는 등 각종 악재를 딛고 흥행에 성공했지만, 시리즈가 장기화 되면서 초대 닥터인 윌리엄 허트넬 옹이 건강+제작진과의 불화 문제로 하차하면서 재생성이라는 방식으로 2대 닥터 패트릭 트로턴에게 바톤을 넘기는 과정을 그려내는 내용이었죠.
데이비드 브래들리->
해리 포터의 악독한 호그와트 관리인인 아구스 필치를 연기한 데이비드 브래들리가 첫 닥터인 故 윌리엄 허트넬님의 배역을 맡아 본인 그대로같은 연기를 펼쳐 이후로도 초대 닥터 배역으로 종종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11월 23일은 "The Five(ish) Doctors Reboot"라는 짧은 에피소드를 먼저 방영했는데, 5대 닥터인 피터 데이비슨, 6대 닥터 콜린 베이커, 7대 닥터인 실베스터 매코이가 50주년 특별 에피소드에 등장하게 해 달라고 시위를 벌이다가 퇴짜를 맞는 에피소드였습니다.
(드라마 영도데이때, 모자를 던지는 내용의 영상이 도네된 에피소드입니다)
그리고 대망의 50주년 특별 에피소드, 10대 닥터인 데이비드 테넌트와 11대 닥터인 맷 데이먼, 그리고 스포일러적 존재로 존 허트 옹이 등장하는 "The Day of the Doctor"가 방영되고, 에피소드 말미에 12대 닥터가 얼핏 공개되면서 닥터 후 팬덤은 그야말로 대폭발.
12대 닥터가 된 피터 카팔디 배우는 시즌 4 당시에 한 차례 등장하기도 했고, 닥터 후 원로 팬으로써 이름이 드높았던 분이라 당시 닥터 후 팬덤은 덕후의 왕이 임하셨다는 분위기가 끓어오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듬해인 2014년 7월. 시즌 8 방영을 앞두고 닥터 후의 촬영장이 위치한 영국 웨일스의 카디프를 시작으로 런던, 서울, 시드니, 뉴욕, 멕시코시티, 리우데자네이루를 순회하는 닥터 후 월드 투어가 공개됩니다.
7월 22일부터 24일까지 사전 이벤트로 청계천 광장에 닥터 후의 상징적 우주선인 타디스가 전시되고 함께 사진을 찍어 서울 투어의 참가권을 나눠주는 행사가 진행됬지만, 아쉽게도 상경할 기회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대망의 27일 오전 9시. 강의도 제끼고 티켓 예매를 위해 목욕제계하고 기다리다가... 당연히 실패. 알고보니 그날 티켓팅은 1분만에 매진이었더군요. 그래도 다행히 취소표가 생긴 덕분에 티켓팅에 성공했습니다.
(당시 사인받고 싶어서 챙겨갔던 닥터 후 뉴 시즌 1, 2의 제작비화를 담은 아트북. 결국 사인은 못 받았습니다. 책은 본가에 있어서 표지만 있는 사진으로...)
그리고 8월 9일, 장소는 63빌딩 그랜드블룸. 한국에 후비안이 이렇게 많았나 싶을 정도로 바글바글한 인파에, 코스프레까지 하고 온 인원들까지 겹쳐서 그야말로 휘황찬란. 체감상 1/3은 남자, 1/3은 여자. 그리고 1/3은 재한 외국인인 것 같더군요.
입장 전에는 코스플레이어들을 구경하러 다니거나, 내한 기념 굿즈를 사기 위해 줄을 사거나 하면서(가난한 대학생이던 시절이라 못 온 후비안 동지를 위해 팔찌 두개를 사서 하나씩 나눠가지는걸로 만족...) 인고의 시간을 보내다가 드디어 입장!
(당시 사진이 남아있지 않으므로 인터넷에서 찾은 이미지로 당시 상황 설명을 하겠습니다)
MC는 개그맨 김성원씨가 진행했습니다. 중간중간 달렉 성대모사를 하기도 하고 하면서 스무스하게 진행을 하시더군요, (당시만 해도 살아있던) 개그콘서트에서 영어 관련 개그도 몇번 했던 걸로 기억...
그리고 등장한 11대 닥터 피터 카팔디와, 파트너인 제나 콜먼의 등장. 그 당시엔 정말로 감격에 가득차서 정신이 혼미할 정도였습니다. 후비안 인생 최고의 순간이었던 것 같더군요. 본래는 메인 감독인 스티븐 모팻도 참가할 예정이었지만 일정상 불참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가벼운 토크가 진행되다가 김성원씨가 당시만 해도 악명높았던 두유 노 드립을 치다가 야유를 당하기도 하고, 모종의 불미스러운 사고도 한차례 있었지만 그건 넘어가는걸로...
토크가 끝난 뒤에는 시즌 8의 첫 에피소드인 "Deep Breath"가 선공개되었습니다. 여기서도 문제가 있었으니, 화면비가 이상하게 설정되서 영상 한 귀퉁이가 잘려 보이고 자막도 한쪽으로 몰려서 제대로 안 보이는 이슈가 있었지만 그래도 국내 최초로 미공개 에피소드를 보는 즐거움에 희열을 느낄 수 있던 순간이었습니다.
(얼마나 오도방정을 떨면서 시청했으면, 바로 옆 좌석에 앉아있던 외국인 여성분이 너 괜찮냐면서 물어볼 정도...)
아쉽게도 시즌 10을 마지막으로 국내 닥터 후 팬덤을 견인했던 KBS 외회극장이 폐지되고, 여러 이슈가 겹치면서 국내 닥터 후 팬덤은 많이 축소되었고. 저도 시즌 10 중반 즈음에는 각본의 비호감도가 높아져서 중간 중간 놓친 에피소드도 많지만, 닥터 후와 함께했던 2005년부터 2015년까지의 10년은 제 일생에 있어 기억에 남을 시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60주년이 되는 시즌 14부터는 부디 다시 닥터 후가 다시 태어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며 이만 총총...
(닥터 후 보러) 함께 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