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방송의 토크 시간에 탱크보이 아이스크림을 먹고 음주측정을 하면 음주단속에 걸린다는 이야기가 잠깐 나왔습니다.
마침 제가 회사에서 사용하는 음주측정 장비를 가지고 있어서 실험 가능한 상태였고 미루 이모의 승인에 따라 실험을 실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번에 준비한 아이템은 AL1102라는 이름의 음주측정기, 정확히는 '음주감지기'입니다.
기본적으로는 경찰에서 사용하는 AL1100과 동일한 제원의 장비입니다. 1100이 경찰 납품용, 1102가 민간 납품용이라는데 경찰용은 측정센서 주변에 크롬도금이 되어 있어서 좀 더 있어보입니다.
음주감지기는 이름 그대로 술을 마셨느냐 아니냐를 확인할 수 있는 장비로 운전면허 정지/취소의 기준이 되는 혈중알코올농도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이것보다 좀 더 정밀한 기계인 음주측정기를 사용해야 합니다. 이 장비로는 알코올 미검출(초록불)/알코올 소량검출(노란불)/알코올 다량검출(빨간불)만 확인할 수 있죠.
이렇게 생긴 기계가 음주측정기입니다. 빨대를 통해 꽤 오랫동안 숨을 불어야 하는데 측정 속도도 느리고 위생 문제로 빨대를 1회용으로 쓰고 매번 교체해야 하기에 경찰 음주단속 현장에서는 음주감지기로 신속하게 측정하고 음주감지기에서 음주로 판명된 사람들에 한해 음주측정기를 사용합니다.
그리고 오늘의 또다른 실험재료, 전차소년을 준비했습니다. 출시 당시에는 용량이 170ml였다고 하는데 지금은 120ml입니다. 엄청 줄었군요.
실험 전 음주 상태가 아님을 인증. 녹색불입니다.
실험 시작. 탱크보이 한 개를 비웠습니다. 저는 부르주아가 아니기 때문에 뚜껑까지 싹싹 비웠습니다.
...같은 사진 우려먹은 거 아닙니다.
탱크보이 하나 먹어서는 티가 안 나는군요. 먹은 직후, 먹은 뒤 5~10분 단위로 텀을 주면서 수 차례 불어봤는데 전혀 반응하지 않습니다.
신형 전차소년의 용량이 구형 대비 줄어 약빨이 떨어져 생긴 결과가 아닐까 싶어 하나 더 준비했습니다. 전차 두 대 격파.
이렇게 하면 구형 전차소년의 1.4배 정도의 용량이 나옵니다.
...같은 사진 우려먹은 거 아닙니다. (2)
왜 꿈쩍도 안 하는 거죠 음주감지기놈아?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최후의 수단으로 또다른 배맛 아이스크림인 배뱀배를 처치합니다.
연속으로 아이스크림 3개를 먹었더니 속이 시립니다. 오늘 치과에서 스케일링 받고 와서 이러고 있으니 이도 시립니다.
...같은 사진 우려먹은 거 아닙니다. (3)
이쯤 하면 빨간불까지는 아닐지라도 노란불 정도는 나와줘야 실험하는 보람이 있는데 이게 뭔가요.
이쯤 되면 음주감지기가 고장난 것이 아닐까 싶어 성능 검증을 하기로 합니다.
쿨일라 증류소의 5년산 위스키를 한 모금 마시고 불어보겠습니다.
...성능 확실한데요? 빨간불과 함께 출력되는 삐------------!!!!!! 소리와 함께 귀청도 함께 떨어집니다.
자... 그러면 탱크보이를 비롯한 배맛 아이스크림은 음주측정과는 전혀 관련이 없을까요?
검색 끝에 이런 실험 영상을 찾았습니다.
즉, 실제로 배맛 아이스크림을 먹고 음주측정을 하면 음주 판정이 나오는 것이 가능합니다.
다만, 이게 모든 사람에게 해당되지는 않고 사람에 따라 음주 판정이 나올 수도 있다 정도가 타당한 결론이라 판단됩니다.
특히 술빵, 가글액 등은 알코올 성분이 들어있어서 가능한 상황이지만 배맛 아이스크림의 경우 아이스크림에 알코올이 들어있는 게 아니라 아이스크림이 입 안에서 반응하여 소량의 알코올이 생성되는 원리[출처 링크]이기 때문에 사람에 따라 알코올이 생성되더라도 감지기가 측정하지 못할 수준의 극소량만 생성되어 불어도 음주 판정이 안 뜬다고 판단할 수 있겠습니다. 제 실험처럼 말이죠.
결론은 속이 시립니다. 아이스크림은 적당히 먹도록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