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 구독자 157명 | Full Frontal | 커피꾼

스압) 황달과 소소한 행복의 커피

마지막에 3줄 요약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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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커피는 과연 어떤 맛일까?

이에 대해 버튜버의 탈을 쓴 한 커뮤니티의 대표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가 만든 커피야말로 최고의 커피다."


자신감에 찬 그의 말은 믿기 어려웠습니다.

왜냐면, 그의 커피를 먹어본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였으니까요.


비록, 세계 최고 미녀 사사 씨가 밥까지 말아 먹을 정도로 맛있다 하였지만,

내 입에 들어가지 않으면 모르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가보기로 하였습니다.


어디로?

그가 있는 그곳...


삼성역 코엑스 카페쇼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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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도착하기까지, 참으로 멀고 먼 길을 가야 했습니다.

다름 아니라 저는 불쌍한 지방 사람이니까요.

게다가 모종의 일로 11시에 출발해야 했기에, 시간은 빠듯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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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용산에 도착한 시각은 13시.

한창 카페쇼에서 황달 씨가 커피를 만들고 있을 시간이었죠.

휴대폰으로 유게를 보고 있자니, 하나 둘 인증글이 올라오기 시작하더군요.


인증글들을 보고 있자니, 정말 많은 사람들이 카페쇼에 갔음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방송에서 황달 씨는 단 몇명만이 커피를 마실 수도 있다고 했었죠.


설마 이 먼거리를 오고도 못 마실 수 있다?

그럴 수는 없기에, 발걸음을 빠르게 옮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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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코엑스 카페쇼에 도착.

이 시간이 14시가 다 되어서 였습니다.


도착 후 입장하는데는 많은 것이 필요했습니다.

이름과 직장명(은 거짓으로 적어도 됩니다.)을 입력하고, QR코드를 받은 뒤 입장권을 사야 했습니다.

입장권을 받아 후다닥 황달 씨가 있는 D관으로 진입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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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바쁜 황달씨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황달 씨는 쉼없이 커피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앞에는 스무 명도 넘는 사람들이 줄 서 있었죠.

줄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저는 선택을 해야 했습니다.

기다릴 것이냐, 아니면 다른 선택을 할 것이냐.

저는 결국, 다른 곳을 먼저 돌아보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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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돌아본 곳은 같은 부스에 있는 콜드브루 매장이었습니다.

아무래도 같은 매장이라면, 비슷한 맛을 내주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만약에 만약의 경우에 황달 씨의 커피를 마시지 못한다더라도,

이 커피로 대신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습니다.

그런 이 콜드 브루 커피의 맛은?


오, 나름 괜찮았습니다.

오직 프랜차이즈와 믹스 커피만을 마셔온 저에게, 이 맛은 신세계였습니다.


에티오피아의 고원 지대.

그곳에서 커피를 수확하는 농부의 땀방울 같은 쌉싸름함 속에

은은하게 느껴지는 살구의 향은

따가운 덤불 속에서 찾은 향긋한 과실같았습니다.


파나마 에스메랄다의 향은

수줍은 시큼함 속에 은은하게 피어오르는 꽃향기 같았습니다.


이제까지 알지 못했던 신비한 향과 맛의 세계가 제 눈 앞에 있었습니다.

이 맛을 보고나니, 단지 이곳의 맛만을 보는 게 아쉽더군요.


그래서, 다른 곳도 향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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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관의 여러 곳을 돌아보았지만, 생각 외로 커피를 하는 곳은 많지 않았습니다.

'카페'를 주제로 하기에, 차라던가 다과류도 섞여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D관에서 찾은 다른 커피집들은 '익숙한 맛'을 제공하는 곳들이 많았습니다.

동네 앞 어느 곳을 가면 느낄 수 있는 그런 맛들이 그곳에 있었습니다.


쌉싸름하며 구수하고 신 그런 맛.

어떠한 다른 즐거움 없이 그저 '커피'라는 것 그대로의 맛.

그게 바로 거기에 있었습니다.


그 맛들은 이전까지만 해도 당연하게 느끼던 '커피의 맛'이었습니다.

그게 아니면 커피가 아니던 맛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 맛은 '아쉬운 맛'이 되어버렸습니다.

커피 안에 다른 흥미로움이 섞일 수 있다는 걸 알아버렸으니까요.

그 아쉬움에 짭짭 입맛을 다시며 관람회장을 맴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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맴돌며 많은 곳을 가보았습니다.


이 카페쇼에는 수많은 빵집들이 있었습니다.

그 빵들은 맛있어 보였지만, 개인적으로는 많은 아쉬움이 느껴졌습니다.

나름의 흥미로움은 있지만, 느낌표가 나올 만큼의 즐거움은 없었습니다.


그곳에는 많은 다과집도 있었습니다.

여러 과자와 함께, 건강을 위한 프로틴 과자들도 있었습니다.

그 맛은 '단백질 과자'로써는 꽤 좋은 맛이었지만, '과자'로써는 애매한 맛이었습니다.


단지 괜찮았던 건 함께 있었던 수많은 찻집들이었습니다.

다양한 홍차와 녹차가 전해주는 맛은 꽃과 찻잎의 싱그러움을 전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특히나 어느 스님이 하시는 찻집은 시간만 있었다면 좀 더 오래 앉아 있고 싶을 정도로 좋았습니다.


다만, 수없이 많은 곳들을 돌았음에도, 제 마음속 갈증은 해소되지 않았습니다.

아직 채워지지 않은 맛의 호기심은 저의 발을 어디론가로 이끌고 있었죠.


바로, 황달 씨가 있는 그곳으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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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각 17시 10분.

황달 씨는 16시까지 한다고 했지만, 그 시각은 이미 1시간이나 넘어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황달 씨는 여전히 커피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그걸 보며, 저는 참으로 감사함을 느꼈습니다.

저의 갈증과 호기심을 드디어 채울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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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쇄된 커피가 놓이고, 그 위로 따뜻한 물이 부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따스한 물은 종이를 적시며 커피 가루를 감싸 안았습니다.

가루 속 커피의 향은 물안에 녹아 사르르 스며 내려가며 포트 안에 담기게 되었습니다.


쪼르륵 쪼르륵 모여가는 커피.

그와 함께 피어 오르는 잔잔한 향기.

점점 설레는 마음에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그렇게 마지막 한방울이 내려오고.

드디어 때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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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한잔 마셔보았습니다.

마시는 그 순간, 연한 시큼함이 입속을 두드려왔습니다.

그와 함께 약한 구수함에 내 입구멍 속으로 흘러내려가 버렸습니다.


그뿐이었습니다.

정말 그것뿐이었습니다.

그뿐이라니,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요?


안타까움에 멍하니 잔을 바라보다가, 황달 씨에게 물을 청했습니다.

혹시나 다른 차와 다과를 너무 많이 먹어 맛을 잃었기에 그런가 싶었습니다.


그 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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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안에 향이 가득해진겁니다!


목구멍 안쪽에서 흘러나온 그 향기.

들판에 핀 꽃들이 만개하여 바람을 따라 흘러보내는 그 향기.

그 다채롭고 아름다운 향기가 입 안에 가득해진게 느껴졌습니다.


그 놀라움에 커피를 마시고 물을 마시길 반복했습니다.

끝없이 올라오는 향기 펌핑에 즐거움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건 분명, 제 인생에 다가온 '색다른 즐거움'이었습니다.

인생의 한 페이지에 껴 넣을 만큼의 인상적인 맛이었습니다.


아마, 이후에 커피를 마실 때마다 이 맛을 생각하게 되겠죠.


"최고의 파나마 에스메랄다 커피는 이런 맛이다"라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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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한꼽만큼의 의심은 남아 있었습니다.


'정말, 황달 씨 만큼의 커피는 없는 걸까?'


그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간 곳은 'E관'이었습니다.

카페쇼 내에서 '한딱가리 한다'하는 카페는 모두 모인 곳이었습니다.

그만큼, 입장을 원하는 관객도 많은 곳이었기에, 들어가기까지 시간도 많이 걸렸습니다.


오랜 기다림 끝에 들어간 그곳은 말 그대로 대단한 곳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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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카페들은 모두 특색있는 커피를 내놓았습니다.

그 커피들은 모두 확실히 '프랜차이즈보다 좋은 맛'을 자랑했습니다.


그 중, 인상적인 맛을 낸 커피도 있었습니다.

주인장이 '미국 대회에 사용한 커피'라며 내놓은 그 커피.

구수하면서도 강인하며 고소한 느낌이 강렬한 그 특색있는 커피!


그 커피는 황달 씨가 제공했던 커피와는 다른 또다른 놀라움으로 머릿속을 강타했습니다.


물론 그 맛은 황달 씨의 커피보다는 다채롭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다른 커피가 주지 못했던 색다름이 있었기에,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그런 즐거움의 기쁨을 느끼며, 수많은 카페들의 커피를 마셔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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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그 즐거움 속에 게이샤 커피가 주는 즐거움은 없었습니다.


수 없이 많은 카페에서 게이샤 커피를 받아 마셨음에도, 감흥은 없었습니다.

뭘 마셔도 그 안에는 허전한 공허함만이 있었습니다.

마치 실수로 팥을 빼고 만들어버린 붕어빵처럼 말입니다.


도대체 왜 그런 걸까?


생각해보니, 거기에는 황달 씨가 만든 커피와 같은 강렬한 향이 없었습니다.

입안을 가득 채우는 그 풍부함이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그렇습니다.

이미 황달 씨가 만든 '최고의 게이샤'를 마셔버렸기에,

다른 게이샤 커피의 맛은 느껴지지 않게 되어버린 겁니다.


아아, 황달 씨, 이 못된 사람.

그는 저에게 최고의 즐거움을 주고, 잔잔한 즐거움을 빼앗아갔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후회하지 않습니다.

황달 씨가 준 그 커피의 맛은 오래도록 잊지 않을 테니까요.


그런 생각을 하며, 행복의 마음을 안고 카페쇼 행사장에서 나올 수 있었습니다.




3줄 요약


1. 황달 커피는 확실히 게이샤 커피 중 최고의 맛이었다.

2. 물론 취향에 따라 다른 커피가 맛있을 수도 있지만 게이샤 중에는 최고다.

3. 만약 커피의 색다름을 느껴보고 싶다면, 이 카페쇼에 꼭 들려보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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