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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로마제국 바랑기안 가드 684기다. 나때 악기바레스는 이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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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랑기안 가드 아쎄이(Νέος Στρατιώτης) 시절


테마에 배치받자마자 받았던 악기바레스(Ακγἰβάρέσ).

바랑기안 가드 아쎄이들의 악기를 키우는 동시에 바실레우스에 대한 충성심을 보이는 전통.

테마에 배치받고 나서 선임들 앞에서 수블라키나 기로스를 그냥 입에 넣고 제대로 씹을 새도 없이 악으로 몇 접시씩 삼켜야 한다.

철 모르던 아쎄이 시절 나도 빙 둘러앉은 선임들 앞에서 기로스를 거의 일곱 접시를 먹어야 했고

텁텁한 기로스를 허겁지겁 요거트나 올리브유도 없이 삼키느라 계속 목이 메였다.

세 접시째 먹는데 목구멍에 밀가루와 고기 누린내가 확 느껴지면서 삼킨 기로스들이 속에서부터 올라왔다.

위액 섞인 기로스를 입에 물고 얼굴이 벌게져서 있는데

머나먼 노르드 출신 호노리오스 곤출로피오스(Ονώριος Γονχυλώπιος) 옵티오님이 마치 훈족의 아틸라처럼 달려와 내 가슴팍을 걷어차고 귀싸대기를 올려붙였다.

당연히 입에 머금고 있던 기로스 토사물은 바닥에 뿜어졌다.

나는 그날 곤출로피오스 옵티오님께 반병신 되도록 맞았다.

구타가 끝나고 곤출로피오스 옵티오님이 바닥에 떨어진 기로스 토사물을 가리키며 말했다.

"악으로 먹어라"

"니가 선택해서 온 바랑기안 가드다. 악으로 먹어라."

나는 공포에 질려서 무슨 생각을 할 틈조차 없이 토사물들을 주워 먹었고

곤출로피오스 옵티오님의 감독 하에 남은 기로스까지 전부 먹었다.

그날 밤에 곤출로피오스 옵티오님이 나를 불렀다.

페타치즈 두 개를 들고 한 개를 건네주며 말했다.

"바닥에 흘린 니 토를 아무도 대신 치워주지 않는다. 여기는 등 따숩고 배 부른 콘스탄티노폴리스가 아니다. 아무도 니 실수를 묵인하고 넘어가 주지 않는다. 여기 바랑기안 가드에서뿐만이 아니다. 사회가 그렇다. 아무도 니가 흘린 똥 대신 치우고 닦아주지 않아. 그래서 무슨 일이 있어도 실수하지 않도록 악으로 깡으로 이 악물고 사는 거고, 그래도 실수를 했다면 니 과오는 니 손으로 되돌려야 돼. 아무도 책임져주지 않아. 그래서 다시 먹으라 한 거다."

"명심해라. 바랑기안 가드는 자신의 선택이 불러온 책임을 피하지 않는다."

그날 나는 포도주를 마시지 않고도 취할 수 있음을 깨달았다. 나는 그날 기로스 덕분에 바랑기안 정신을 배웠고 바랑기안 정신에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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