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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세이비어 - 2화 : 귀신을 보았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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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왔다. 우리 먼저 간다.”

 

조심해서 들어가.”

 

성훈과 현모가 다른 사람들과 섞여 버스에서 내리자 출구의 문이 닫혔고 버스는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위이이이이잉---

 

세호의 바지 주머니에서 진동이 울리자 그는 휴대폰을 꺼냈다.

 

여보세요.”

 

<, 세호야. 지금 학교 마쳤어?>

 

한 여성의 목소리가 전화를 통해 세호에게 들려왔다.

 

그래, 수민이 누나. 무슨 일인데?”

 

<아침에 까먹고 얘기 안 했는데 거실 탁자에 돈 있으니까 그거로 시장 좀 볼래?>

 

세호와 9살 정도 나이 차이가 나는 사촌 누나 수민은 작은 중소기업에서 일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시장을 보는 건 언제나 세호의 몫.

 

알았어. 나도 곧 집에 다 왔걸랑.”

 

<그래, 고등어 조림 먹자.>

 

부엌에 손댈 생각 하지 마. 내가 알아서 만들 테니까.”

 

세호가 단호하게 말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자취를 시작한 지 제법 된 주제에 수민의 요리실력은 끔찍하니까. 세호는 지금도 기억한다. 수민이 직접 만들었던 맛은 개뿔 밀가루 냄새만 나는 해물파전을.

 

수민의 맛없는 요리는 세호가 직접 요리를 하게 된 계기가 되었고 지금도 요리는 세호의 담당 업무가 되었다.

 

<, 아무튼 부탁한다. , 장 보고 남은 돈으로 떡볶이도 좀 사 올래?>

 

알았어, 그럼 끊는다. 나 곧 내려야 돼.”

 

<오케이.>

 

전화가 끊어짐과 동시에 버스에서 안내 방송이 들린다. 세호는 좌석 옆에 있는 벨을 누르자 버스는 곧바로 정류장을 앞에 두고 멈췄다.

 

버스에서 내려 아파트로 들어간 세호는 도어락의 잠금을 풀고 집으로 들어선다. 그를 반기는 것은 오직 고요한 침묵. 세호는 곧바로 자신의 방 의자에 가방만 내려놓고 부엌의 냉장고를 열었다.

 

김치 있고, 마늘 있고, 고춧가루까지 있으니까........ 무하고 파랑 고등어 사고, , 계란도 사야겠다.’

 

집안의 가사를 책임지는 세호답게 그의 머릿속엔 냉장고에 무엇이 부족한지 훤하게 보였다.

 

세호는 탁자에 놓인 만원 지폐 6장을 챙겨 길을 나섰다.

 

 

*

 

 

떡볶이 2인분하고 순대 2인분 포장해주세요.”

 

, 자리에 앉아서 기다리세요.”

 

점원이 세호에게 돈을 받고 곧바로 능숙한 솜씨로 볶음판의 떡볶이를 휘젓는다. 세호는 창가와 가까운 자리에 앉아 마트에서 산 식료품을 옆자리에 올려 둔다. 그때, 가게의 문이

 

어서 오세요.”

 

그때 출입문을 향해 외치는 점원의 인사. 떡볶이를 기다리던 세호의 시선도 자연스럽게 출입문 쪽으로 향했고 순간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곳곳에 때가 타고 너덜너덜해진 카키색 파카를 입은 소녀가 가게 안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었다. 그녀는 허리까지 닿는 이국적인 기운이 감도는 은빛 머리칼과 금빛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으며 비록 잔 흉터가 남아있었지만 어떠한 감정도 찾아볼 수 없는 얼굴은 마치 인형 같았다. 하지만 거의 누더기에 가까운 모습은 주변에서 불쾌한 시선을 보내기에 충분했다.

 

주문....... 하시겠어요?”

 

점원이 소녀에게 조심스럽게 묻자, 은발 머리 소녀는 메뉴판을 유심히 보다가 일반 떡볶이를 가리키며 짧고 간략하게 말했다.

 

이거.”

 

, 떡볶이 1인분이죠. 계산 도와드릴게요.”

 

소녀는 파카의 양쪽 주머니 속에서 100원짜리 동전과 10원짜리 동전이 잔뜩 섞인 동전 꾸러미를 꺼내 계산대에 올리자 점점 커지는 술렁이는 소리. 점원은 얼떨떨하면서도 소녀가 준 동전 꾸러미의 동전을 일일이 계산하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연다.

 

, 손님? 죄송하지만 500원 모자라는데요....”

 

.”

 

마치 얼음장 마냥 굳은 파카 차림 소녀. 주변에서 그녀의 모습을 비웃는 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얼마 모자라다고요?”

 

그때 굳어버린 소녀와 점원 사이에 세호가 끼어든다.

 

? , 500원이요...”

 

세호가 500원짜리 동전을 건네자 점원은 그를 잠깐 쳐다보았지만, 어깨를 으쓱하며 동전을 받았다.

 

, 조금 시간 걸릴 테니까 앉아서 기다리세요.”

 

세호는 소녀를 데리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 세호와 맞은편에 앉은 소녀는 세호를 말없이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고맙다...”

 

소녀가 한 글자씩 또박또박 말하며 감사를 표했다.

 

.”

 

어째서 세호는 면식도 없는 여자아이에게 돈을 보태준 것이었을까? 500원 동전 하나가 없어서 떡볶이를 눈앞에서 포기해야하는 소녀의 모습이 그렇게도 안쓰러워 보인 것이었을까?

 

“17번 손님, 떡볶이 2인분, 순대 2인분 나왔습니다.”

 

세호가 자리에서 일어나는 순간,

 

<시민 여러분께 알려드립니다. 시민 여러분께 알려드립니다. 현재 구역에서 몬스터가 출현했습니다. 지금 방송을 들으신 분들은 신속히 가까운 지하 대피소로 피신해 주시길 바랍니다. 다시 알려드립니다. 현재 구역에서.......>

 

청천벽력. 갑자기 요란한 사이렌 소리와 함께 들려오는 여자의 목소리. 몬스터 대피 방송이었다.

 

지금껏 뉴스나 신문 기사에서만 나오던 사건이 직접 닥친 상황. 대피 방송과 함께 가게에 있던 사람들은 무질서하게 상가 지하에 있는 대피소로 도망치기 시작했고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펼쳐졌다.

 

세호는 지금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직감하고 있었다. 더 늦기 전에 대피소로 들어가 몸을 숨겨야 한다. 세호의 기억대로라면 이 상가 지하 2층에 지하 대피소가 존재한다. 한시라도 빨리 움직여야 한다!

 

, 얼른 나가자.”

 

그는 소녀의 손을 억지로 붙잡아 끌고 가게에서 나가 지하 계단으로 향했다. 세호가 헐레벌떡 발걸음을 옮겨 지하 1층에 도착한 그때 강풍이 불어 닥치는 것 같은 굉음이 들려왔다. 균열이 형성되는 소리임이 틀림없다!

 

이런 미친...!”

 

그 순간,

 

-쿠아아아아아악!!

 

이 세상 생물의 것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흉측한 괴성이 상가에 가득 울려 퍼졌다.

 

 

*

 

 

여러분, 다들 주목하세요.”

 

밝은 분위기의 회의실에서 청색 재킷을 입은 장발 여성이 사무실로 8인용 직사각형 테이블을 둘러싼 검은 제복 차림의 4인방의 주의를 끌었다. 그녀는 이마에 맺힌 구슬땀을 닦아내면서 말을 이었다.

 

현 시간부로 12구역 서울 세븐 스퀘어 상가에 몬스터의 반응이 나타났어요. 지금 경비대가 상대하고 있지만 역부족인 상태구요.”

 

민간인들은 모두 대피했나요?”

 

맨 앞자리에 앉은 단발머리 소녀가 진지한 태도로 질문했다.

 

지금 경비대와 구조대원들이 민간인들을 대피시키고 있지만 아직 대피하지 못한 민간인들도 많아, 서둘러야 해.”

 

우리 말고 투입하는 팀도 있어요?”

 

단발 소녀의 맞은편에 앉아 있던 불량한 분위기의 성게 머리 소년이 물었다.

 

아뇨, 아직 규모가 크지 않아서 저희한테 맡기는 모양이에요. 해당 구역에 고립된 민간인들도 있을 테니까 신속하게 현장으로 출동해주세요!”

 

, 알겠습니다. 지금부터 인트루더 제거 작전 및 민간인 구조 작전을 수행하겠습니다.”

 

여자의 지시와 함께 제복 차림의 일행들은 곧장 회의실을 나섰다.

 

저희만 믿으세요! 후딱 해치우고 올게요!”

 

가서 싹 조지자.”

 

포니테일 소녀와 성게 머리 소년이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먼저 문을 열어 밖으로 나섰다.

 

잠깐! 두 사람 먼저 앞서가면 어떡해?”

 

뒤따라간 건 차분한 분위기의 단발머리 소녀였다. 그리고 그녀의 뒤를 이어서 장신의 안경잡이 청년이 사무실을 나섰다.

 

다들 무사히 돌아와야 해요, 알겠죠?”

 

청색 자켓 여자가 복도로 나와 급히 작전에 투입하는 일행에게 걱정스레 외치자 안경잡이 청년과 단발 소녀가 대답했다.

 

우리 애들은 나한테 맡겨만 둬.”

 

, 걱정마세요. 언니.”

 

팀원들과 함께 달려 나가며 그녀는 굳게 다짐했다. 자신이 사는 세상에 발을 들여놓은 어리석은 침략자들을 단죄하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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