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봐도 후덜덜한 출연진의 영화 <황금나침반>.
이 영화도 여타 판타지 영화처럼 원작 소설이 있습니다.
<그의 암흑물질>이라 불리는 작가 필립 풀먼의 소설시리즈인데, 영화는 그중 1부를 영상화했죠.
아니...정확히는 영상화하려고 시도했습니다.
사람들이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영혼이 연결된
동물 '데몬'을 데리고 다니며,
운철로 만들어진 갑옷을 입은 북극곰들이 싸우고,
비행선을 탄 집시와 마녀가 날아다니는,
거대한 종교 협회 매지스테리움이 세상을 통제하는
우리와는 다른 판타지 세계에서
주인공 라이라는 저명한 모험가인 삼촌 아스리엘 경의 행방불명과 집시 아이들의 단체실종에 연관이
있다는 걸 깨닫고 모험을 떠나게 됩니다.
그녀는 희귀한 아티팩트인 알레시오미터,
'황금나침반' 을 가지고 있습니다. 4개의 바늘로 4개의 그림을 가리켜, 나침반은 사용자에게 진실을 알려줍니다.
그 해석법이 너무나 난해하여 제대로 읽는 사람이
드물지만 주인공 라이라는 아주 능숙하게 읽을 수
있죠.
집시, 아머드 베어, 마녀 여왕, 비행선 선장 등
여러 조력자들의 도움을 받아 라이라는 납치됐던
집시 아이들을 구해내고 매지스테리움으로부터
반격을 준비하며 영화는 끝이 납니다.
...그리고 이렇게 끝나서는 안 되는 영화였습니다.
원작 소설 시리즈 <그의 암흑물질>은 단순히
판타지 세계만을 다루는 것이 아닌, 라이라의 세계와
다른 실제 현실 또한 등장하는 평행세계물입니다.
평행세계를 오가며 세상의 비밀을 파헤치고 광신적인 매지스테리움을 물리치는 내용이죠.
그러나 영화가 제작될 무렵, 매지스테리움에 대한
부정적인 묘사로 인해 기독교계의 반발이 있었고,
제작사는 영화를 너무 '복잡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 매지스테리움과 세계관, 평행세계 관련 설정과
언급을 모두 편집했습니다.
그로 인해 2부와 연계되어야할 결말이 흐지부지
되었고 원작팬과 신규팬 모두 의아한 작품이 되버리고 말았죠.
그 이후 시간이 지나, 영국과 미국 합작으로 다시
실사화가 이루어졌습니다. 이번엔 드라마였죠.
현재 시즌2까지 나온 시점에서는 영화판과는 달리
원작에 충실하여 꽤나 호평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이번 넋두리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비록 원작에 충실하지 못해 비판의 대상이 되었지만
이언 맥켈런 경이 목소리를 맡은 이오렉 버니슨이나,
샘 엘리엇이 분한 리 스코스비등의 비주얼은 아주
훌륭하기에 넷플릭스 등에서 시간떼우기로 봐도
나쁘진 않은 영화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