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에 또 어이없는 사건이 터졌었습니다.
이제는 좀 지난 이야기이긴 한데 8월 22일에 벌어진 사건입니다.
썰 시작.
때는 8월 23일........ 새벽 2시.......
집에서 편하니 사사님 방송 보고서 로아를 하던 중 제 맛폰이 울립니다.
띠링~~
맛 폰 : 쿠팡 배달 도착했쇼!!!!!!!!!!!
새벽 배달 도착 소식에 카메라를 보니 역시나 매장 문 앞에 배송되어있습니다. 왜 매장 내 카운터 앞이라 써둬도 매번 문 앞일까요? 그러려니 합니다.
그래서 당시 일하던 매니저에게 연락을 취합니다.
나 : 야! 쿠팡 왔다!
매니저 : OK! 아 근데 할 말 있다.
나 : 오냐. 뭔데??
그리고 들려온 충격적인 소식.
매니저 : 아까 12시 반 쯤인가? 휴대폰 도난 사건이 발생했어. 어떻게 하지?
나 : ......................???????
응? 휴대폰 도난이라고? 몇시라고???? 순간 이해가 안갔어요.
나 : ㅁ....뭐? 몇시에 뭔 일이 벌어졌다고?
매니저 : 손님 한분이 오셔서 카운터 앞에 충전 중이던 본인 휴대폰이 없어졌다고 하더라고... 근데 한분 더 계셔서....
나 : ....뭐?
예. 대충 상황을 정리해서 들어보니 한창 일하는 중 12시 반 쯤 손님이 전에 맡겨둔 맛폰을 되찾으려 와보니 없어져 있었다는 것입니다.
제 매장에는 휴대폰 충전을 더 이상은 각 자리에서 하지 않습니다. 아직 살아있는 충전 케이블은 놔둔 상태지만, 절반 가까이 파손되고 죽었는데 계속 리필하는 것에 한계가 있더군요. 이후 대여용을 진행해봤는데 도난 파손이 절반 이상 또 진행됐구요. 그래서 이젠 카운터 앞에 손님이 직접 올려놓고 충전 가능하시도록 무선충전기 셋팅을 해두었습니다.
거기 올려둔 휴대폰 2대가 도난이 되었다는 것이더군요.
제가 황당했던 것은..........
1번. 사건 발생 당시에 왜 내게 연락이 없었는가?
2번. 카메라가 무려 4대가 지켜보는 장소에서 당당하게 휴대폰을 훔쳐간 놈은 누구냐?
요 두 가지였습니다.
일단 경찰도 이미 다녀갔다고 합니다. 허나 CCTV를 들여다 볼 새가 없었다더군요.
일단 위의 1번과 2번은 나중으로 미루고, 급한 것부터 해결이 필요했습니다.
나 : 알았어. 일단. 시간이 몇시라고?
매니저 : 12시 반쯤에 확인했으니까... 12시에서 30분 사이에 벌어진 일인 거 같은데...
나 : 알았어. 일단 일하고, 도난 당하신 분들 여쭤봐서 연락처 내게 알려줘도 된다고 하면 알려줘.
매니저 : 지금 근데 메뉴가 밀리는 중인데...
나 : 메뉴 밀리는 게 문제냐? 범죄가 벌어졌는데? 일단 조리는 지금 당장 하던 것까지만 하고 나머지 양해 구하고 스탑해. 그리고 바로 그놈 결재내역 있으면 모조리 꺼내라. 곧 전화 다시 할테니 기다려.
매니저 : 알았다.
전화 끊고 바로 제 맛폰으로 카메라 돌렸습니다.
............ 사건 발생 시간 12시 3분이었습니다. 카메라 돌린 지 1분 30초만에 찾았어요.
일단 도난 상황을 살펴봤습니다.
이하 카메라 상황
매니저가 열심히 조리 중입니다. 그리고 조리 된 메뉴들을 배달 나가기 시작합니다. 이와 동시에 한 명이 스쳐 지나가 듯이 카운터 방향으로 나옵니다. 화장실 가는 방향이기도 합니다.
근데 이놈 행동이 나가다 말고 카운터 앞 셀프계산기 앞에 멈춰 서서는 배송나가는 매니저를 지켜봅니다. 잠시 지켜보더니 갑자기 몸을 돌리더니 카운터에 있는 폰 두개를 집고서 나갑니다. 얼굴 키 모조리 다 나오게 적나라하게 찍혔습니다.
자아 행동반경에 있는 카메라도 다 뒤적여봅니다. 범인은 조용히 PC중입니다. 게임 중인 것처럼 보이진 않습니다. 그대로 일어납니다. 매니저를 스쳐가서 위 행동을 취한 후 바로 매장 밖으로 나섭니다. 나갈 때 바로 엘레베이터는 보지도 않고 바로 계단으로 가버립니다. 엘베는 마침 저희층에 있었는데도 불구하구요.
예........ 행동이 계획된 범죄였습니다.
훔칠 타이밍과 도주방법까지 이미 다 정해두지 않는 한 저렇게 망설임 없이 거침없이 행동할 수가 없습니다. 근데 웃긴 건....... 카메라 총 4대에 범인의 행적이 모조리 다 찍혀있으며, 얼굴이 다 나왔다는 겁니다. 확대할 필요조차 없이 아주 크게 제대로요. 얼큰이더군요. 덩치도 꽤 있고......
그리고 저희 PC방은 회원가입 시 휴대폰 인증을 합니다. 필수입니다.
이 범인......... 그날 회원가입했습니다. 충전도 했습니다. 카드로요. 밥도 시켜먹었어요. 카드로요.
..................... 뭐지?????????????????????????
이해가 안갔습니다. 범인이 자기 신상을 모조리 다 오픈 시켜놓은 상태로 도주를 했다고? 도둑질을 하고서?????????
아니 행동은 완전범죄라도 할 거 마냥 계획적 범행을 저질러놓고서 정작 증거자료는 다 남겨뒀다고?????? 근데 정작 범죄행동은 한두번의 행동이 아닌데?
제 상식선의 인지 부조화 반응 때문에 상황을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어쨌거나 어질어질한 머리를 붙잡고, 바로 스캔 작업을 해서 CCTV 영상의 해당분량을 모조리 파일화 시켰습니다.
그리고 다시 매니저에게 전화
나 : 야.
매니저 : 어어 어떻게 됐어?
나 : 12시 3분에 범행 발생했다. 손님들 연락처는?
매니저 : 알려드려도 된데. 일단 한분은 옆에 친구분 계시고, 다른 한분은 이미 가셔서 어머님 연락처 받아뒀어.
나 : 오케이 알았어. 범인 XX좌석에 있던 놈이다. 신상하고 결재내역 있으면 모조리 꺼내놔봐
매니저 : 어.... 아직 로그인 중인데? 아 이 자리 음식 주문한 거 있었어.
나 : 오케이 그거 다 뽑아서 내게 보내고 일 해.
뚜뚜뚜. 사건 발생 당시에 즉시 보고 하지 않은 매니저가 괘씸하긴 했으나, 그건 나중 일입니다.
나 : 휴대폰 도난 당하신 ㅇㅇㅇ님 맞으신가요?
ㅇㅇㅇ : 예 맞아요 저에요.
나 : 우선 죄송합니다. 저희가 제대로 일처리를 못해 불편 끼쳐드려서 너무 죄송합니다. 우선 범인 영상 다 확보되었습니다. 신상도 회원정보로 일단 확보된 것이 있고, 카드결재 내역도 확인됐기에 출력할 수 있구요. 범인이다보니 만약 휴대폰이 대포폰이라면 본인이 아닐 수도 있긴 하지만, 남겨진 정보가 많아서 경찰 제공 시 추적은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영상도 일단 보내드리려 하는데 이메일 주소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ㅇㅇㅇ : 오! 감사합니다! 바로 알려드릴게요!
다음 두번째 고객에게는 카톡으로 문자를 남겨뒀습니다. 카톡은 휴대폰이 없더라도 PC 로그인이 가능할 테니 확인되는 대로 답변 부탁을 드렸지요. 아니나 다를까 바로 연락이 닿아서 위 전달 사항을 그대로 전달했습니다.
그리고 경찰 연락처를 1번 고객에게 받아서 경찰에게도 직접 연락을 했습니다.
나 : 안녕하세요. 수고가 많으십니다. 오늘 12시 반 경에 PC방에서 휴대폰 도난 신고가 담당자분이 맞으실까요?
경찰 : 예 맞습니다. 누구신가요?
나 : 해당 매장 대표입니다. 제가 늦게 상황을 알게 되서 지연시켜드려 죄송합니다. 사건 발생 범행 내용 확인하고 CCTV와 범인 신상정보, 그리고 카드결재내역까지 확인되었는데. 이걸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피해자는 두분이시구요. 우선 CCTV자료는 피해자분에게 드렸습니다. 피해자분 한분은 아직 매장에 계시고 다른 한분은 집에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경찰 : 아 그럼 사건을 하나로 합치는 것이 좋겠네요. 다른 한분에게도 연락처 하나 드릴테니 거기로 연락주셔서 하나로 합쳐주시길 바란다고 해주시구요. 자료는 저희가 지금 바로 다시 매장으로 가서 피해자분에게 확인하겠습니다.
나 : 예 알겠습니다. 다른 피해자분에게도 그리 전달하겠습니다. 수고 많으신데 힘내시길 바랍니다.
경찰 : 예 협조 감사드립니다.
종료.
다시 피해자 1번분에게
나 : 경찰에도 연락하니 지금 바로 매장 재방문 한다고 합니다. 오시면 CCTV 자료 보내드린 것 다시 봐주실 수 있을까요?
ㅇㅇㅇ : 예 물론이죠! 근데 영상 봤는데.... 와아.... 이거 미친 놈 아니에요?
나 : 그러게나요... 얼굴을 뭐 모자로 가린 것도 아니고, 이거 증명사진 써도 되겠어요.
ㅇㅇㅇ : 이렇게 다 나올 줄 몰랐어요.
나 : 카운터 쪽은 금고도 있다보니.... 보통 노린다면 금고를 노릴텐데 휴대폰을 저 카메라 앞에서 대놓고 가져갈 줄은 저도 예상 못했네요. 제가 안일했던지라 죄송합니다.
ㅇㅇㅇ : 아닙니다. 누가 상상했겠나요.
다시 피해자 2번분에게
XXX : 다른 건 딱히 중요하지 않은데...... 사진이 정말 ㅠㅠ
나 : 그렇죠... 사진 중요하지요. 심려가 많으시겠어요. 그래도 필수적으로 중요한 내역들은 발견되었고, 계획범죄 확인 뿐 아니라 이 정도면 재범 가능성도 있으니 꼭 잡을 수 있을 거에요! 사진도 제발 무사하길 저도 같이 빌고 있겠습니다.
하아...... 이놈의 다년간의 서비스업 종사자로서의 CS 본능... 공감해주기...... 잘 써먹는다 진짜...
그 후 경찰은 매장에 재방문해서 CCTV 확인하고 카드결재내역 가지고 갔다고 합니다.
신상정보는 안가져갔다고 하더군요. 그 후 수사관 배정되었다고 합니다. 뭐 신상정보는 저도 함부로 줄 수 없으니 정보통신법상 영장 가지고 오면 드리면 되겠죠.
카드 결재내역 추적 중이라는 최종 이야기 이후 아직 별 소식은 못 들었습니다.
사건은 제가 할 수 있는 선에선 최대한 처리했습니다. 이게 새벽 2시에 30분 만에 제가 처리한 결과물들.........
그리고 이제 또 중요한 매니저 사건 처리.......
다시 전화합니다.
나 : 야........
매니저 : 어... 어
나 : 지금 바쁜 건 다 처리됐냐?
매니저 : 응 조리는 다 됐고, 잠시 소강됐어.
나 : 그럼 잔소리 좀 하마. 야. 도난 범죄가 발생했는데 왜 바로 내게 전화를 안했니?
예. 대충 요약하자면
다른 일도 아니고 범죄가 발생했고, 매장 내 피해자가 2명이나 발생을 했는데, 당장의 요리주문에 밀려서 사건을 미루는 것이 말이 되느냐. 미룰 문제를 미뤄야지. 범죄 사건을 미루느냐. 내게 전화할 3분의 시간이 부족했던 것이냐. 나 출퇴근 거리 5분인거 알면서 왜 그랬느냐. 사건이 터지면 내가 자는 시간이든 뭐든 상관없이 누구든 연락 주라고 했느냐 안했느냐. 내 매장 내 가게에서 일 터지면 당연히 책임은 나의 것이니 자고 있더라도 일어나서 달려 나오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그거 가지고 내가 지랄을 한 적이 여태 단 한번이라도 있었느냐. 넌 일반 알바도 아니고 경력직 매니저 직원이면서 식당 일만 10년 넘게 했고, 편의점 점장도 해본 녀석이 고작 여기서 왜 당황을 해서 이성이 마비됐느냐.
등등등...........................!!!!!!!!!!!!!!!!!!!!!!!!!!!!!
한 20분 넘게 잔소리 한 거 같네요. 진짜 사건 제가 인지 한 후에 CCTV 확인은 5분도 안 걸렸거든요? 심지어 잘 확인해보니 고객들이 사건 시간 확인도 잘 못 한 것이 도난 발생 4분 후에 고객이 사건 발생 인지를 했습니다. 즉 범인 도망 5분조차 지나지 않았던 시점이었고, 바로 제가 확인했다면 7분....... 7분 동안 이 놈이 도망가봐야 얼마나 갔겠습니까? 이 동네 사방팔방 CCTV인데 바로 심지어 버스와 전철도 막차 타임. 경찰 신고와 추적이 바로 이루어졌다면 30분 내 상황이라면 검거 확률이 얼마인데.........
이미 제가 사건을 파악한 2시간 후엔 어디까지 갔을 지 알 수 없지요. 택시만 타도 서울 뿐 아니라 인천공항도 가능한 거리인데!
암튼.......... 하아 답답한 사건이었습니다.
아직 사건 경과는 고객분들에게 확인을 못한 터라 확인 되면 후기 올려볼게요.
근데 진심 궁금한 게........ 얼굴, 카드정보, 휴대폰번호, 이름, 나이. 이걸 다 공개하고서 도둑질은 어떤 빡대가리에서 나오는 정신줄인가요? 진심 이해가 안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