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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년간의 게임산업 분석: 기업 간 비교 - (3)

전편: https://bbs.ruliweb.com/userboard/board/700324/read/7004


이제 본격적인 기업 간 비교 회귀분석으로 들어가 봅시다.


다만 회귀분석 결과를 소개하기 전에 이 점은 확실히 짚고 넘어갑시다. 저는 특별한 이론적 기반을 가지고 분석한 것이 아니고, 엄밀한 분석방법을 사용한 것도 아니며, 어떠한 법칙이나 원리를 설명한다거는 것도 아니고, 투자 조언을 드리려는 것도 아닙니다. 그냥 데이터를 돌려보니까 이러한 결과가 나왔더라 - 하는 것 뿐이죠. 일반적인 연구 관점에서, 데이터는 그저 현상만 보여 줄 뿐, 자기 스스로는 아무런 법칙이나 원리를 설명해주지 않습니다. 


저는 9개의 변수들( https://bbs.ruliweb.com/userboard/board/700324/read/7001 에서 말한)을 이것저것 시험해 보았지만,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것들만 그래프로 제시하겠습니다. 


모든 변수는 조절효과는 보기 위해 평균중심화(mean-centering)되었습니다. 조절효과란, X->Y에서 미치는 효과를 강화하거나 약화하는 다른 변수의 효과를 의미합니다. 




1.

먼저 ROI (총자본수익률)을 보시겠습니다. 과연 어떤 회사가 다른 회사보다 그 다음해 ROI가 더 좋았냐? 앞서 글 (https://bbs.ruliweb.com/userboard/board/700324/read/7001) 에서 말한 대로 9개의 변수만 한꺼번에 넣어서 본 결과로는, 딱 하나의 변수만이 통계적으로 유의했습니다: 총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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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자산규모가 큰 기업이 수익률도 높습니다. 분모가 커도(물론, 총자산과 총자본이 완전 동일하진 않습니다만..) 수익률이 높게 잡힌다는 거는 자산이 큰 게임회사(대기업이겠죠)가 그렇지 못한 회사보다 수익을 더 잘 낸다는 겁니다. "당연한 거 아님?" 하고 물으실 수도 있지만, 다시 말하지만 수익률은 회사의 재산 대비 당기순이익입니다. 분모가 커지는 것보다 분모가 커짐으로 인해 분자가 커지는 게 더 빠르다는 겁니다(경제학에서 말하는 한계생산성 체감의 법칙을 생각해 본다면 아직 게임회사들은 최적 효율에 이르기까지 자산을 더 축적할 여지가 있다는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러면 당연히 다음 의문이 생기겠죠? "그러면 자산 중에 어떤 유형의 자산이 많은 기업이 더 큰 이익을 보는 거야?" 하고 말이죠. 조절효과를 조금 돌려봤는데, 결국은 "자산 대비 유동부채"가 많은 기업에서, 자산이 수익률에 미치는 효과가 더 크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냥 부채비율은 아닙니다. 그건 오히려 자산이 수익률에 미치는 효과를 유의미하게 감소시켰습니다).다시 말하면 부채도 부채 나름인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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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그래프를 보면, 사실 둘 다 자산이 얼마 없을 때(즉, 아마도 둘 다 중소기업일 때)는 유동부채 비율이 낮은 기업이 수익률이 더 높습니다. 하지만, 기업 자산이 늘어날수록(즉, 기업 규모가 커져갈수록), 유동부채 비율이 높은 기업의 수익률이 더 빨리 증가하더니 결국은 추월합니다. 다시 말하면, 대기업은 유동부채가 많을 때 그걸 더 효율적으로 사용한단 이야기가 될 것 같습니다.



2. 

이번엔 ROA를 보시죠. N년도의 변수들 9개 중 무엇이 N+1년도의 ROA에 유의했느냐? 부채비율은 강력하게 나쁜 영향을 미쳤고, 좋으면서도 유의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유일하게 매출액이었습니다. 우리는 나쁜 것에는 관심이 없으니 좋은 것을 보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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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액이 높은 기업이 다른 기업보다 ROA가 높다는 것은 재미있는 결과입니다. 매출액과 당기순이익은 반드시 같지는 않거든요. 매출액이 높게 나와도 비용이 너무 크면 당기순이익은 작을 수 있죠. 매출액이 별로라도 기업이 비용을 극한으로 줄였으면 당기순이익은 상대적으로 괜찮게 나올 수 있구요. 전반적으로, 이 결과는 매출액이 높은 게임회사가 타 기업 대비 더 효율적으로 일한다는 의미가 되겠습니다. "당연히 효율적으로 일하니까 매출액이 높게 나오는 거 아니에요?"라고 물으실 수도 있지만, 글쎄, 여러분도 아시잖아요. 세상에는 매출을 엄청나게 벌어들였으면서도 멸 개월 만에 그거 엉덩이를 까 버리는 게임회사도 있죠. 카XX게임즈라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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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어떤 기업이 이 매출액->다음 해의 ROA로 이어지는 결과가 다른 기업보다 더 강하게 나타날까요? 매출도 결국은 기업이 가진 자원(근로자, 유형자산, 무형자산 등..)에서 나옵니다. 즉 자산구조나 비용을 보면 되겠죠. 여기서는 자산구조만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좀 많이 의외였습니다. 먼저, "자산대비 금융자산(증권이나..코인 같은 금융상품)"이 많은 회사에서 매출액->다음 해의 ROA 사이의 관계가 강해집니다. (증권이나 금융상품을 통해 얻은) 금융수익은 매출액과는 따로 잡히는데 의외의 결과죠. 추측건대 다음 두 가지 경우일 수 있습니다.


- 매출액이 높은 회사가 그 해의 당기순이익을 금융자산에 투자했고, 다음 해에 그 수익이 당기순이익에 반영되었다.

- 매출액이 높은 회사는 대기업일 가능성이 높고, 이런 회사는 금융에 투자할 여력도 중소기업보다 높을 것이다. 그리고 대기업이 (위에서 보듯) 중소 게임사보다 더 효율적이기에 or 금융으로 돈을 벌기가 더 쉽기에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다. 


만약, 게임회사의 당기순이익이 게임을 잘 운영해서나 개발해서가 아니라, 증권이나 NTF같은 금융상품을 통해 더 많이 거둬진다는 것은 좋은 소식이 아닙니다. 게임사 입장에서는 당연히 자신의 이익을, 더 좋은 게임을 만들거나 운영하는데 투자하지 않고 금융상품에 투자할 것이기 때문이죠. 그쪽의 규제 철폐를 바랄 수도 있을 테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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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jisiknews.com/archives/4433

우리는 IP, 즉 지적재산권이 게임회사의 성과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IP는 산업재산권, 저작권, 특허, 소프트웨어 등을 의미하는데(출처: http://jisiknews.com/archives/4433 ), 이는 재무제표 상으로는 무형자산에 포함되는 자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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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우리의 통념과는 다르게, "1인당 무형자산"이 낮은 회사(기업규모에 비해 무형자산의 집중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회사)에서 오히려 매출액->다음 해의 ROA 사이의 관계가 강화되었습니다. 그래프를 보면, 1인당 무형자산 비중이 낮은 회사가 매출액이 낮을 때는 수익률이 나쁘지만, 매출액이 늘수록 수익률의 증가도 훨씬 가파른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반면, 1인당 무형자산 비중이 높은 회사는 매출액이 올라도 거의 수익률의 변화가 없죠?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게임회사의 ROA를 높이는 데 무형자산은 불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 사실, 무형자산의 효과에 대해서는 추후에 좀더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3.

이제는 ROS를 봅시다. 9개의 변수들 중, ROS에 커다란 효과를 미치는 것 역시 매출액입니다. 아, 너무 당연하죠! ROS의 분모가 매출액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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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매출액이 미치는 효과가 긍정적이네요? 분모인데? 다시 말해, 매출액이 커지는 것보다 당기순이익이 커지는 것이 더 크기 때문에 ROS가 이득을 본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뭐어...임금을 짜게 준다든지....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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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관계를 강화하는 조절변수는 세가집니다. 자산대비 유동부채, 자산대비 투자자산, 그리고 1인당 무형자산이죠. 일단 자산대비 유동부채의 경우는, 이것이 높은 기업이 기업의 활동성이나 회전율이 높거나, 신용도가 높아서(예컨대 대기업이 아무래도 영세한 중소기업보다는 신용도가 높게 마련이죠) 성과가 좋다는 식으로 이해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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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대비 투자자산이 이 관계를 강화시킨다는 것은 좋은 이야기는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는 위에서 했습니다. 기업 당기순이익의 상당수가 게임을 잘 만들어서 오는 게 아니라 NTF같은, 게임과는 무관한 금융활동에서 온다는 이야기일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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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ROA때와는 달리 1인당 무형자산은 ROS에 긍정적인 조절효과를 가져왔습니다. 위의 ROA와는 정반대 결과를 가져온 것과 비교해 보면, 제 생각에는 좋은 무형자산을 가지고 있으면 기업의 이익(당기순이익)을 더 높이기는 하지만(다시 말하면, 보다 낮은 비용으로 더 높은 당기순이익을 가져다주지만), 그 이상으로 자산의 가치가 고평가되기 떄문에, 자산이 분모에 놓이는 ROA에서는 역효과가 난 게 아닌가 싶습니다.





결론

- 매출액과 자산이 높은 기업이 수익성도 다른 기업보다 좋다. 너무 당연한 소리라고 할 수도 있지만, 매출액=당기순이익이 아니고, 자산이 많다고 꼭 일 잘하는 기업이 아니라는 것을 생각하자. 

- 일반적으로 이러한 기업들은 최소한 중견기업 이상의 체급 있는 대형 기업들이다. 이런 기업들이 더 효율적이거나, 아니면 이들과 비교되는 나머지 게임사들이 처참할 정도로 수익성이나 생산효율이 안 좋은 하꼬 상황이라는 것.

- 다만, 이러한 '대형 기업'들의 수익성이 '게임을 잘 만들어서/잘 운영해서'에서 오는 건 아닐 수 있고, 본업을 잘해서라기보다는 재무적으로 더 유능해서 나온 결과일 수 있다. 

- 자산대비 유동부채와 투자자산(금융자산)이 주요한 조절변수였다. 다만, 매출액이 낮은 기업이나 중소기업에서는 이 변수들이 오히려 역효과일 수 있다. 

- IP(지적재산권)의 효과에 대해서는 재검토가 필요하다. 





여기까지 분석결과였습니다. 논문 읽는 느낌이라 힘드셨을 텐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남궁루리 채널에서 안 써도 괜찮아요. 나중에 유게에 한번 더 올리면 되니까요. 다만, 만약에라도 방송에 도움이 된다면 기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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