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트초코의 화신 1톤화염차입니다.
오늘은 미루의 데뷔 200일 기념일입니다. '홍철 없는 홍철팀'이라는 인터넷 관용어구가 생각나는 시기군요.
어제에 이어 오늘은 미루를 위해 준비했던, 그리고 준비할 예정이었던 아이템들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참고링크] 미루 데뷔 200일 기념 선물(이었던 것) : 기각된 것들
1. 미루가 좋아하는 것
소재의 출처는 2월 영도데이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2월 영도데이의 주제는 '1990~2010년에 발매된 대중가요'였습니다. 하지만 영도데이가 늘 그렇듯 후반으로 가면 갈수록 산으로 올라갔죠.
그러다 보니 당초 취지와는 달리 다양한 장르의 노래가 영도로 제공되었는데 방송을 마무리할 때 미루가 영도를 통해 들었던 곡 중 유독 기억에 남고 마음에 들었던 곡으로 두 곡을 꼽았습니다. Nell의 '기억을 걷는 시간', 그리고 이 곡이죠.
네. 거대로봇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모를 리가 없는 곡, JAM Project의 'SKILL'입니다.
영도로 제공된 영상은 위의 링크의 영상입니다. 잼 프로젝트의 결성 15주년 기념으로 리메이크된 버전이죠.
개인적으로는 제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곡을 꼽으라면 주저 없이 SKILL을 선택할 정도로 저에게는 각별한 곡입니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저를 덕후의 길로 이끈 곡이죠. 군입대 직전 대학 동기들과의 송별회 자리에서 술 먹고 이 노래 부르다가 不死身さ! 샤우팅 파트에서 호흡부족으로 쓰러진 기억이 나는군요. 이 곡을 워낙 좋아해서 잼 프로젝트의 내한공연도 세 번 찾아갔습니다.
이런 와중에 미루가 이 곡을 마음에 든다고 했을 때 저는 속으로 포효를 질렀습니다. 수많은 곡들 중 미루가 선택한 곡이 제 인생곡이라니...
이 때부터 언젠가 미루에게 이 곡을 선물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잼 프로젝트는 일부 곡만 한국 음반사와 라이선스 계약이 되어 SKILL을 포함한 대부분의 대표곡은 한국의 스트리밍 사이트를 통해 청취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이 때문에 한국에서 이 곡을 들으려면 해외 스트리밍 사이트를 이용하거나 CD를 구매해서 음악 파일을 추출해야 하죠.
그래서 SKILL이 수록된 음반 두 장을 준비했습니다.
왼쪽은 슈퍼로봇대전 시리즈의 오프닝곡만 골라 수록한 음반인 'MAX THE POWER', 오른쪽은 잼 프로젝트의 결성 15주년 기념 리메이크 음반인 'STRONG BEST MOTTO! MOTTO!!'입니다. 각각 SKILL의 오리지널 버전과 영도데이에서 등장했던 리메이크 버전이 수록되어 있지요.
미루는 몇 차례의 영도데이에서 SKILL 외에도 열혈 장르의 곡에 의외로 호감을 보였습니다. 건담 OST 월드컵 때를 기억하면 임팩트가 강한 음악이 미루의 취향이었죠. 그래서 이 음반도 미루가 좋아할 것이라 생각해서 준비했습니다. 다행히 일본 아마존에 재고가 한 자리 숫자로 남아있더군요.
당연히 포장이 뜯긴 물건을 선물로 줄 수는 없는 노릇, 먼저 올린 사진은 제가 보유한 물건이고 신품은 따로 준비했습니다.
자고로 좋아하는 물건은 보존용, 감상용, 포교용으로 3개를 구입해야 한다는 모 캐릭터의 유명 대사가 떠오르지만 저는 조금 마이너한 단계로 개인용, 포교용으로 2개를 구입했습니다. 포교 대상은 당연히 미루 이모죠.
그런데 미루가 CD를 다룰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아마 미루네 사무실에 ODD 달린 컴퓨터가 한 대 정도는 있었겠죠? 만약 선물을 보내게 되었다면 편지로 음원을 추출하는 방법에 대한 사용설명서를 만들어 전달했을 겁니다.
2. 미루에게 필요한 것
미루네 스튜디오는 방음 부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리가 밖으로 새면서 사무실의 다른 직원들에게 방해가 될 것을 우려했는지 미루는 항상 이어폰을 끼고 방송을 진행했죠. 잠깐 정도면 모르겠지만 미루의 방송 시간은 굉장히 깁니다. 짧뱅도 기본 4시간, 긴뱅은 조카들의 체력이 미루 이모보다 먼저 나가 떨어질 정도까지 진행되는 게 일상이었죠.
그래서 언제나 우려되던 것 중 하나가 미루의 귀 건강이었습니다. 이어폰은 고막에 근접해서 진동을 가하는 물건이기 때문에 오래 끼고 있으면 청력에 악영향을 미치는 물건이거든요.
미루의 데뷔 200일 기념 선물을 준비하면서 이번에는 미루가 방송을 하면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을 주기로 했고 고민 끝에 헤드폰을 선물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장시간 사용에는 장사가 없는 건 마찬가지이지만 이어폰보다는 귀에 부담을 조금 덜 수 있는 물건이죠.
스트리머에게 어울리는 헤드폰을 고르는 데에는 의외로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제가 선택한 품목은 오디오테크니카의 'ATH-M50xSTS-USB'라는 모델입니다.
아마 음향기기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여러 모로 익숙한 외형일 건데 오디오테크니카의 스테디셀러인 ATH-M50x의 파생 모델입니다. 스피커 유닛은 ATH-M50x와 동일, 마이크 유닛은 AT2020과 동일한 백 일렉트릿 마이크 캡슐을 사용하는 모델이죠.
이 모델을 고른 이유는 소니 MDR-7506과 함께 모니터링 헤드폰의 레퍼런스로 취급될 정도로 출중한 성능과 균형 잡힌 음색을 보여주는 물건이기 때문입니다. 모니터링 헤드폰답지 않게 저음이 단단하게 튜닝되어 있어 음악 감상용으로도, 미디어 감상용으로도 활용 가능한 팔방미인이죠. 저도 이 모델의 무선 사양인 ATH-M50xBT2를 가지고 있습니다. 왜 주황색인지는 존중이니 취향해주시죠.
덧붙여 미루의 손캠을 통해 몇 번 공개(?)된 미루네 스튜디오의 마이크는 오디오테크니카 AT2020으로 추정됩니다. 이 모델은 소규모 스튜디오, 개인 인터넷 방송 등으로 널리 사용되는 마이크죠.
ATH-M50xSTS-USB의 마이크가 AT2020과 마이크 캡슐을 공유하긴 하는데 당연히 마이크 캡슐만으로 마이크의 성능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전문 마이크인 AT2020보다는 음질이 떨어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트리머의 입과 항상 동일한 거리를 유지할 수 있어 좀 더 균일한 목소리를 유지할 수 있다는 헤드셋 마이크의 장점이 있기 때문에 방송용으로도 충분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일단 헤드셋 마이크 중에서는 0티어로 평가받는 물건이기도 하고요.
실제로 제조사인 오디오테크니카에서도 베스트셀러 헤드폰+베스트셀러 마이크 조합으로 대놓고 스트리머 시장을 노리고 출시한 제품이라고 홍보하고 있기도 하죠. STS-USB 버전은 마이크로 녹음되는 음을 스피커로 동시 재생하면서 본인의 목소리 톤을 실시간으로 체크할 수 있는 기능이 추가된 것이 그 예시죠.
다만 이 물건을 쓰게 되면 미루의 방송에서 소소한 재미를 주는 요소인 '마이크 쿵'이 사라지게 되는 것은 아쉬운 부분입니다.
3. 미루 방송의 예능을 위한 포장
저는 데뷔 100일 기념 방송에서 민트초코 빌런으로 활동한 바 있습니다.
이번에도 미루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포장을 연구합니다. 그런데 헤드폰을 구입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헤드폰 상자가 의외로 큽니다. 이 때문에 컨셉질을 위한 상자를 수배하기 위해 줄자를 들고 마트의 식품 코너를 휘젓고 다녔습니다. 그 결과...
네. 민트초코가 나왔는데 흑임자가 안 나오면 섭섭하죠. 헤드폰 고르는 것보다 훨씬 더 힘들었습니다.
4. 선물의 행방
사진을 보시면 짐작하시겠지만 CD는 이미 구입 완료, 헤드폰과 흑임자 상자는 구입 계획만 잡아둔 단계였습니다.
ATH-M50xSTS-USB의 정가는 27만 5천원이지만 발품을 뛰어 25만원에 판매하는 오프라인 샵을 찾았습니다. 즉, 예정대로 데뷔 200일 기념 행사가 열렸다면 지금 25만원은 제 돈이 아닌 셈이죠.
미루에게 주기로 한 선물을 위한 예산이었기에 미루가 받지 못하게 된 지금 시점에서 미루를 위한 선물만큼 가치 있게 사용하고 싶었습니다.
약간의 고민 끝에 미루와 같이 눈 치료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을 위해 보태기로 결정했습니다.
이 챌린지가 열렸던 때는 후원자 이름을 '루리웹_버튜버_미루'로 보내는 것이 국룰이었지만 저는 연말정산 폭탄이 두려운 하남자이기 때문에 이번에는 실명으로 기부했습니다.
그러면 이미 구입한 잼 프로젝트 CD의 행방은...?
진짜 모르겠습니다.
데뷔 200일을 기념하는 자리에 미루가 있었다면, 그리고 제가 준비한 선물을 전달할 수 있었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뻤겠지만 현실은 언제나 뜻대로 되지 않는 법이죠. 이렇게라도 미루의 데뷔 200일을 축하하고자 하는 의미에서 고민하고 있던 이야기를 풀어봤습니다.
언젠가 이 선물보다 더 놀라운 선물을 준비하기 위해 머리를 싸맬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경험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런 고민은 정말 즐겁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