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사는 사람이 요리를 못 한다는 것은 생존에 있어 상당한 패널티로 작용합니다. 칼로 프라모델 부품은 깎아도 감자껍질은 못 깎습니다.
그런고로 마트의 즉석식품, 간편식이 주된 저녁식사인 그다지 바람직하지 못한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아무튼 일용할 양식을 구하러 마트를 돌던 중 조커라면 피할 수 없는 운명과도 같은 무언가를 발견합니다.
그렇습니다. 아조카반의 성물, 흑임자죽을 발견했습니다.
지금까지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는 음식이기에 조커로서의 사명감을 가지고 죽 코너의 흑임자죽 두 팩을 가져왔습니다.
혹시나 미루 이모처럼 흑임자죽 도핑에 의한 상태 이상에 걸릴 위험을 우려하여 긴급구호물자와 마취포션을 준비했습니다. 포션은 라벨만 보면 어째 이모가 어제 잡은 해파리를 담가 만든 것 같지만 위스키인 만큼 해파리는 단 한 마리도 들어있지 않습니다.
미루국의 규정에 의거하여 이지선다 이상의 의사 선택은 룰렛을 활용합니다. 그 결과 자본주의자의 흑임자죽이 승리했습니다.
드디어 영접한 흑임자죽의 첫 인상은...
왜 다들 시멘트라고 하는지 이해하겠더군요. 그냥 시멘트네요. 그런 것 치고는 냄새는 제법 고소합니다. 이제 먹어보도록 하죠.
식사 끝. 확실히 고소한 냄새에 비해 식감이고 맛이고 생각보다 약하긴 한데 그럭저럭 먹을 만 했습니다.
하지만 응애 입맛인 미루 이모에게는 안 맞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드는군요.
식사가 끝났으니 후식을 챙겨봅시다.
지난 번에는 90%였으니 이번에는 99%입니다. 덤으로 흑임자 정식의 완성, 흑임자 우유를 소환했습니다.
오늘의 디저트. 사실 평소에는 후식을 챙기지 않지만 흑임자죽의 양이 저녁 한 끼로는 조금 부족한 감이 들어 좀 먹어보겠습니다.
린트 99%는 자주 먹던 맛이라 그냥 평범한 다크 초콜릿이었고 흑임자 우유는 몇 년 전에 잠시 유행했던 검은콩 우유와 큰 차이가 없네요.
그리하여 시작부터 끝까지 시커먼 어둠의 다크한 저녁식사를 끝냈습니다. 그럼 저는 이만 어둠의 아조카반으로 돌아가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