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 | 구독자 2명 | 그보딸

8/20일부터 금연



대충 4개월 된듯합니다.


오래전 흡연하시다가 금연하셨던 고모님께 '고모님은 어찌 끊으셨어요?'여쭤본 적이 있습니다.

제 사촌들이 어릴 때 본인들 용돈으로 금연제품들을 사와서는 '엄마~ 사랑해요. 우리는 엄마랑 오래오래 같이 살고싶어요'라고 생신선물을 드렸다더군요. 


저야 자식이 없지만 고모님께 금연이 좋으시더냐. 저도 끊어야 되겠나 여쭤봤습니다. 

고모님은 고개를 저으시더라고요.

'그냥 펴라. 원없이 피다가, 네가 끊어야 한다 생각하면, 정말 그 순간이 오면 알아서 끊게될거다'

그러면서 저에게 담배를 보루로 사주셨더랬죠.


참 신기한 기분이었습니다. 

누구도 저에게 그렇게 말해주신 분이 없었거든요. 


여튼 그 후로 2년 가까이 더 폈습니다. 이틀에 한갑 정도 폈으니 그리 많이 피진않았습니다만...



몸이 나빠지더군요. 그냥 무기력하고. 담배가 이전만큼 맛나지않았어요. '이 좋은걸 왜 끊나'싶던게 그냥 관성적으로 피는 기분...

그냥 니코틴 빨려고 피는 기분... 


갑자기 변기에서 피분수를 뽑기시작하기도하고..... 자다가 다리가 근질거리면서 하지정맥류 걸린 느낌도 들고...  

나이들어서 그런가했던 회복저하부터 만성피로까지 모두 담배가 원인인 듯 했습니다. 폐도 뻑뻑하고.....


전 여전히 담배를 사랑했지만.... 그냥 끊어야 겠더라고요. 그냥 그리 느꼈습니다. 확신은 없었지만 그냥 스스로 느꼈습니다. 



그래서 그날 저녘 금연을 해야하는 이유들을 나열해서 적었습니다. 열 몇가지 나오더라고요. 

그리고 마지막 담배를 한 개비 핀 뒤, 그날 자정을 기점으로 끊었습니다. 





일단 약국으로 달려가서... 니코틴 보조재를 기존 흡연량을 기준으로 단계에 맞게 사서.... 주차별 권장량에 맞춰 사용했습니다. 저는 패치였는데. 생각보다 비싸고 독해서 임의로 잘라 주차수를 줄였는데 추천드리지않습니다. 


누구는 그냥 딱 끊으라고, 뭔 짓이더냐고 하는데..... 전 저를 믿지않습니다. 제가 피워온 담배가 있는데 그게 됬으면 애초에 안폈겠죠. 

물 퍼마시고, 니코틴패치 갈고....  


다행스럽게 그 효과가 빠르게 느껴지는 편이어서 금단증상은 좀 심했어도 스스로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종종 담배피는 꿈 꾸고, 꿈속에서 죄책감느끼며 일어나서 안펴서 다행이라 느끼고.... 패치용량 줄일때마다 갈망느끼고...

담배피던 곳 지나가면서 아닌척 무시하고.... 내 일상에서 담배가 채워주던 것들을 다른 것들로 채우기위해 노력하고...



무엇보다. 금연을 시작하고도 스스로 언제 다시필지 의심스러워 밝히지않았던 금연소식을 지인들과 공유했을 때, 놀랍게도 다들 제 선택을 지지해줬습니다. 그게 가장 컸지요. 그렇게 다음 한 주를 버틸 힘을 얻었습니다. 


그렇게 근근히 한 주 한 주를 더해가다보니 몇 달이 지났네요.



전 여전히 담배가 그립습니다. 사랑합니다. 하지만 더이상 함께할 수 없다는 것을 자각하고... 담배없이 살아가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그 빈자리를 채워가는 방법을 배우는 시간이었습니다. 



제 금연이 언제까지 이어질 진 모르겠지만, 아마 평생 담배를 그리워할겁니다. 

지금도 제 옆 서랍에는 피다만 담배갑과 보루가 쌓여있습니다. (저는 눈앞에 치운다고 갈망이 줄어들 것이라 여기지않습니다.)




하지만 제 인생의 나머지 기억이 담배냄새로 물들어있기를 바라지않아 금연을 선택했습니다. (그런 사소한 낭만에 죽고사는 멋진 나. 찡긋)








금연을 시도하시는, 계속하시는, 성공하셨을, 모두가. 스스로의 이유를 찾고, 삶의 틈을 매워줄 대체제를 찾는 한 해가 되셨기를 희망합니다.


혹여 실패하셨더래도. 자책하시지는 마시길 바랍니다. 

다음 금연은, 분명 이번보다 길게 이어질 것입니다. 








Ps, 처음에 너무 담배 마려워서 집주인네 애기 비눗방울 빌려다가 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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