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명 / 만 4세 이상 / 20분
커다란 당근이 동산 꼭대기에 나타났다. 당근을 얻기 위해 깡충깡충 뛰며 토끼 동산을 오르는 토끼들. 누가 먼저 동산 꼭대기에 올라 커다란 당근을 손에 넣을 것인가? 어린이를 대상으로 만들어진 그림책이나 애니메이션에는 동물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그중에도 자주 등장하는 몇몇 동물들은 대부분의 작품에서 캐릭터가 정형화되어 있는데, 토끼도 그런 동물 중 하나다. 이야기 속에서 토끼는 대개 깡충깡충 뛰어다니고, 당근을 좋아하며, 힘은 약하지만 지혜를 이용해 문제를 해결하곤 한다. 이런 이야기 속 토끼의 모습은 어린이는 물론 어른들에게도 매우 친숙하다. <퍼니 버니>의 토끼들도 비슷하다. 깡충깡충 뛰어다니고, 당근을 얻기 위해 경쟁한다. 그리고 이 게임에서는 플레이어에게 토끼의 지혜를 요구하는 부분도 있다.
<퍼니 버니>는 미취학 어린이를 위한 레이싱 게임이다. 게임의 목표는 나선 모양으로 난 동산의 길을 따라 토끼를 움직여 꼭대기의 당근에 도착하는 것이다. 플레이어마다 토끼 말 4개씩이 주어지는데, 이 중 한 마리만 꼭대기까지 보내면 승리한다. 그렇다면 각자에게 토끼가 네 마리 주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동산에는 길을 따라 디딤돌이 있는데 어째서인지 이 가운데엔 구멍이 뚫린 곳이 있다. 이곳의 수수께끼는 무엇일까?
게임을 시작하면 카드를 섞고 토끼들을 출발 지점에 놓은 다음, 순서대로 차례를 진행한다. 자기 차례에는 카드 더미의 카드를 1장 펼치고 카드에 표시된 디딤돌의 개수만큼 자기 토끼 중 한 마리를 앞으로 움직인다. 마치 윷놀이처럼 네 마리 토끼 중 이동할 토끼 한 마리를 선택해 전진하면 되는데, 이때 다른 토끼가 디딤돌을 밟고 있다면 그 칸을 건너뛰며 이동한다. 그러니 극단적으로 토끼 9마리가 출발선 앞부터 줄지어 있다면 단 1칸의 이동으로 10칸을 이동할 수도 있는 것이다. 다만 주의할 점이 한 가지 있는데, 바로 구멍에 정확히 멈춘 토끼는 게임에서 제외된다는 점이다. 그런 위험을 피하기 위해 새로운 토끼를 출발시키게 된다. 여럿이 그런 선택을 하면 자연스럽게 많은 토끼들로 북적대는 토끼 동산이 만들어지며, 한 번에 멀리 이동을 할 수 있는 상황이 많아지는 것이다.
그런데 카드 중에는 토끼와 디딤돌 그림이 아니라 커다란 당근이 그려진 카드가 있다. 이 카드를 펼친 플레이어어는 토끼를 전진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 대신 당근을 딸깍하고 돌리고 차례를 마친다. 이때 딸깍 소리와 함께 장치가 동작하며 구멍의 위치가 바뀐다. 이 구멍은 이미 토끼가 놓인 곳으로 이동할 수도 있어서, 토끼가 많이 놓인 동산에서는 딸깍 소리와 함께 토끼가 구멍 속으로 쏙 빠지는 일이 종종 벌어진다. 앞서도 말했 듯이 구멍 속으로 빠진 토끼는 이번 게임이 끝날 때까지 만날 수 없게 된다.
많은 어린이가 처음엔 토끼 1마리만을 사용해 게임을 하곤 한다. 카드를 펼친 뒤 가장 앞선 자신의 토끼를 전진시키며, 해당 이동으로 앞선 토끼가 구멍에 빠질 때만 새 말을 움직이는 것이다. 가장 앞선 토끼 하나에 집중 투자하는 것은 토끼 1마리만 꼭대기에 도달하면 승리하는 게임의 승리 조건을 생각할 때 합리적으로 보이기도 하고, 어린 나이에는 여러 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사용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 게임을 하다가 가장 앞선 토끼가 구덩이에 빠지는 난처한 경험도 하고, 토끼를 뛰어넘는 이동 규칙을 잘 이용하면 여러 개의 말을 사용하면서도 비슷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익히며 좀 더 넓은 시야를 가지고 토끼 동산을 보게 된다.
주사위나 카드에 나온 값을 가지고 규칙이 정한 곳까지 이동하며 먼저 도착하기 위한 경주를 벌이는 레이싱 게임은 직관적이기에 어린이들이 처음 즐기는 보드게임으로 적합하다. 이해하기 쉽고, 게임이 마련한 각종 장치가 말이 크게 전진하거나 후진하는 등의 의외의 상황을 만들어 내며 어린이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퍼니 버니>도 그런 재미를 잘 간직하고 있는 게임이다. 입체적인 토끼 동산과 구멍을 움직이는 당근과 같은 장치가 흥미를 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