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게임 | 구독자 148명 | ㅋㄴㅋ

[보드엠] 에픽난투 소개

에픽 난투
에픽 난투

이름부터 범상치 않은 프랑스 퍼블리셔 '쏘리 위 아 프렌치(Sorry We Are French, 이하 SWAF)'는 알고 보면 한국과 인연이 꽤 깊은 회사입니다. 대표 에마누엘 벨트란도(Emmanuel Beltrando)는 전신인 문스터(Moonster) 시절부터 한국 업계와 활발히 교류해 왔고, 한국도 자주 찾았습니다. 문스터의 초기작 가운데 하나가 김건희 작가의 [고려]였다는 사실만 봐도 그 인연을 짐작할 수 있죠.

좋은 게임을 꾸준히 내놓던 문스터 게임즈는 2017년 리브랜딩의 일환으로 새 스튜디오 SWAF를 세웠습니다. 이후 출판 그룹 아셰트(Hachette)의 보드게임 부문에 합류하면서 한층 안정적인 환경에서 다양한 작품을 선보였습니다. [섀클턴 베이스], [다윈의 위대한 발자취], [마리 퀴리의 위대한 발자취(행복한 바오밥)], [킹덤 크로싱(아스모디 코리아)], [365 던전(MTS)]처럼 한글판으로 먼저 만나 본 게임들도 있고요.

보드엠과 SWAF도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입니다. 그런데 정작 함께 한글판을 만들 기회는 좀처럼 오지 않았죠. 그 첫 결실이 드디어 나왔습니다. 10월에 출시되는 [에픽 난투]입니다.

20분이면 충분한, 제대로 된 난투

[에픽 난투]는 3~6인용으로, 이름 그대로 아레나에서 벌이는 난투극입니다. 플레이어는 여러 장의 카드 가운데 딱 7장을 손에 들고 시작하며, 게임 도중 카드를 더 받지 않습니다. 라운드마다 손에서 두 장을 고르고, 그중 한 장만 싸움에 투입합니다. 이렇게 여섯 라운드를 치르면 게임이 끝납니다.

플레이 시간은 20분을 넘지 않고 다운타임도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연달아 몇 판을 돌려도 부담이 없죠. 규칙도 가볍습니다. [러브 레터]를 떠올리게 하는 '두 장 중 한 장' 선택 구조에 캐릭터 9종의 능력만 익히면 바로 시작할 수 있습니다.

단순한 규칙, 예측할 수 없는 결말

하지만 쉽다고 만만한 게임은 아닙니다. [에픽 난투]의 진짜 재미는 정면 승부 속에 숨어 있는 뒤통수의 미학에 있습니다.

전투태세를 갖추는 순서는 지난 라운드의 마지막 사람부터 차례대로 정해집니다. 그래서 뒤로 갈수록 이번 라운드에서 내 순서가 유리한지 불리한지 어느 정도 미리 읽을 수 있습니다. 뒤 순서에 걸린 플레이어는 가장 효율적인 한 장을 골라야만 승리를 넘볼 수 있죠.

그런데 캐릭터 능력이 판세를 몇 번이고 뒤집기 때문에, 모든 카드가 공개되기 전까지는 누구도 승자를 장담할 수 없습니다. 마지막 순서의 카드 한 장이 판을 결정하기도 하지만, 그 사람에게 앞선 카드들을 모두 누를 카드가 있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마지막 카드가 뒤집히는 순간까지 이어지는 긴장감, 바로 여기서 이 게임의 예능감이 폭발합니다.

점수는 크게 벌어지지 않고, 대개 1~2점 차이로 승부가 갈립니다. 그래서 게임이 끝나면 자연스럽게 "한 판 더!"가 나옵니다. 파티 게임으로도, 필러 게임으로도 손색이 없죠. 실제로 보드엠 사무실에서도 점심시간 짬이 날 때마다 직원들이 꺼내 드는 단골 게임이 되었습니다.

(참고로 연말까지 이렇게 짧고 왁자지껄하게 즐길 수 있는 보드엠의 파티 게임들이 줄줄이 출격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한글판 참조 카드는 양면으로.

에픽 난투 한글판 참조 카드

해외 수출을 염두에 둔 원판은 캐릭터 설명이 앞면은 영어, 뒷면은 프랑스어로 되어 있습니다. 한글판은 이 공간을 알차게 바꿨습니다. 앞면은 캐릭터 참조표, 뒷면은 게임 진행 요약으로 구성했습니다. 물론 한두 판만 해 봐도 참조표가 필요 없을 만큼 직관적인 게임이긴 합니다만.

DESIGNER'S NOTE

에픽 난투 디자이너 노트:
플로리앙 페이 인터뷰

[에픽 난투]를 만든 플로리앙 페이(Florian Fay)가 게임의 탄생 과정을 들려줍니다.
가볍게 즐기다 보면 의외로 전략적인 이 카드 게임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요?

에픽 난투의 작가 플로리앙 페이

에픽 난투의 작가 플로리앙 페이

Q. 처음 뵙는 분들을 위해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플로리앙 페이입니다. 몇 년째 보드게임을 만들고 있고, [에픽 난투]는 제 22번째 작품입니다. 최근에는 게임 플로우(Game Flow)에서 [나의 첫 모험] 시리즈의 최신작 [Le château de P’tit Bouh]을, 쏘리 위 아 프렌치에서 [마리 퀴리의 위대한 발자취]를 선보였습니다.

Q. [에픽 난투]는 어떤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나요?

저는 이것저것 손대 보는 걸 좋아합니다. 다양한 메커니즘, 컴포넌트, 테마를 탐구하는 게 즐겁거든요. 그런데 게임을 만들 때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가 단순하면서도 잘 돌아가게 만드는 겁니다. 이럴 때는 전통 게임에서 출발하는 게 제일이죠. [에픽 난투]의 출발점도 아주 단순했습니다. 가장 높은 숫자의 카드를 낸 사람이 이기는 프랑스의 전통 카드놀이 '바타유(Bataille)'에 특수 능력을 더해 보자는 것이었어요.

Q. 이 게임으로 이루고 싶었던 목표는 무엇이었나요?

에픽 난투

'잘 돌아가는 게임'이요. 금방 이해되고, 플레이 흐름이 매끄럽고, 상호작용이 있고, 흥미로운 선택을 통해 감정이 오가는 게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Q. 개발 과정에서 가장 크게 달라진 부분은 무엇인가요?

에픽 난투의 프로토타입

에픽 난투의 프로토타입

사실 첫 프로토타입이 최종판과 거의 비슷합니다. 다만 SWAF와 함께 개발하면서 중요한 변화가 두 가지 있었어요.

첫째, 게임 시간을 줄이고 진입 장벽을 낮추려고 게임 초반의 드래프트 단계를 뺐습니다. 원래는 각자 카드 한 장을 고른 뒤 남은 패를 왼쪽 사람에게 넘기는 방식이었죠.

둘째, 공격적인 캐릭터 몇 명을 교체했습니다. "왜 맨날 나만 때려!" 같은 불만을 줄이고, 게임 중 판을 읽기 쉽게 만들고, 규칙 예외도 줄이기 위해서였어요. 특히 ‘이즈’가 카드를 돌릴 때 예외가 많이 생겼거든요. 예를 들어 다른 플레이어의 카드 능력을 봉쇄하는 캐릭터가 있었는데, 카드 방향을 돌려 대상을 가리키는 방식이었습니다. 상대의 손에서 카드 한 장을 훔치고 자기가 고른 카드를 대신 주는 캐릭터도 있었고요. 이런 캐릭터들이 빠졌습니다.

Q. 핵심 메커니즘은 어떻게 구상하셨나요?

바타유에 능력만 더한 상태에서 카드 한 장을 무작위로 내면, 운에 휘둘리는 것 말고는 재미가 없습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카드 두 장을 자기 앞에 내려놓고 그중 한 장을 동시에 공개하는 방식을 넣었어요. 상대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반쯤만 보이는 이 정보 구조가 정말 흥미로웠어요. 두 장을 조합해 최선의 수를 찾는 재미도 생기고요. 물론 마지막에 내는 사람은 상대들이 낸 카드를 모두 알고 있으니 힘이 아주 강해지죠.

두 번째 테스트 플레이부터는 주도권 마커를 넣었습니다. 카드를 고른 플레이어가 자기 다음에 낼 사람을 정하는 규칙이에요. 별것 아닌 규칙 같지만, 이 덕분에 즉각적인 동맹을 시도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제가 거북이를 내려는데 당신 앞에 거북이 카드가 공개되어 있다면, 함께 점수를 쌓으려고 당신에게 주도권 마커를 넘길 가능성이 크겠죠.

에픽 난투

이 두 메커니즘이 곧바로 제가 원하던 재미와 속도감을 만들어 줬습니다. 그리고 이번 라운드에서 마지막에 낸 사람이 다음 라운드의 첫 번째가 됩니다. 따로 조작하거나 복잡한 규칙을 붙일 필요 없이 자연스럽게 흘러가죠.

Q. 개발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요?

서로 콤보가 잘 맞으면서도 모든 캐릭터에게 라운드를 이길 기회가 있도록 능력을 짜는 일 말고는 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프로토타입은 주변에서 바로 반응이 좋았고, 예전에 함께 작업해 본 SWAF와 계약하고 나서는 게임이 좋은 손에 맡겨졌다고 확신했습니다.

에픽 난투

Q. 챔피언들 간의 밸런스는 어떻게 맞추셨나요?

약간의 확률 계산이 들어갔습니다. 손에 같은 캐릭터가 너무 자주 들어오지 않도록 진영 수와 진영별 카드 수를 조정했죠. 거기에 통계를 더하고, 무엇보다 수많은 반복 테스트를 거쳤습니다. 저 혼자, 주변 사람들과, 페스티벌에서, 그리고 SWAF 팀 전체가 정말 많은 판을 돌렸습니다.

Q. [에픽 난투]에서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는 누구인가요?

에픽 난투 캐릭터

아, 어려운 질문이네요! 이즈는 판을 한바탕 뒤집어 놓는데, 그게 참 웃깁니다. 골렘은 일러스트가 정말 멋지지만 다루기가 까다롭고요. 라운드가 지날수록 숫자가 낮아지는 백기사도 매력적입니다. 그래도 결국은 클래식한 ‘작은 주민’을 고르겠습니다. 높은 숫자의 카드를 냈는데 한 점도 못 챙기고 돌아가는 플레이어의 허탈한 표정만 한 게 없거든요. 거북이 셋을 한 번에 쓰러뜨릴 때처럼요.

Q. 재미있거나 뜻밖의 에피소드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제 프로토타입의 이름은 처음부터 줄곧 '라 바가르(La Bagarre)’-‘싸움판'이었습니다. 지금도 우리 아이들과 주변 테스터들은 이 게임을 그렇게 불러요. 재미있는 건, 출판사 이름이 '쏘리 위 아 프렌치'인 만큼 한때 게임 제목을 영어와 프랑스어를 섞은 '더 바가르(The Bagarre)'로 하자는 이야기까지 나왔다는 겁니다!

Q. 개발 중에 게임의 흐름을 완전히 바꾼 카드가 있었나요?

딱히 그런 카드는 없었습니다. 플레이 방식을 바꾼 건 주로 상대를 직접 공격하는 캐릭터들, 그러니까 상대 숫자를 낮추거나 능력을 봉쇄하는 캐릭터들을 뺀 일이었어요.

또 누가 선두인지 너무 쉽게 드러난다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출판사와 개발하면서 전리품 토큰에 약간의 운 요소를 넣기로 했어요. 금 토큰은 2점이지만 가끔 3점이고, 은 토큰은 1점(아이콘 포함)이지만 가끔은 2점입니다. 같은 아이콘 두 개를 모으면 1점을 더 얻고요. 이 덕분에 선두 플레이어를 두고 대놓고 킹메이킹이 벌어지는 상황을 막을 수 있었습니다.

에픽 난투

[에픽 난투]는 10월 초 정식 출시됩니다.

올 가을, 가족·친구들과 함께 개성 넘치는 전사들을 이끌고
전설의 아레나에서 요절복통 난투를 벌여 보세요!


https://boardm.co.kr/article/%EA%B3%B5%EC%A7%80%EC%82%AC%ED%95%AD%EC%86%8C%EC%8B%9D%EC%A7%80/1/72765/

출석 일수가 3일 이상인 회원만 작성할 수 있습니다.
루리웹 오른쪽
루리웹 유머
루리웹 뉴스 베스트
PC/온라인
비디오/콘솔
모바일

루리웹 유저정보 베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