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출시 후 엄청난 수상 경력을 뽐내며 보드게임긱 순위 2위까지 치고 올라갔던, 꼭 해 봐야 할 유로 게임 중 하나로 명성을 드날린 <테라 미스티카>. 그 두 번째 스핀오프로 출시되는 <혁신의 시대>는 첫 번째 스핀오프인 <가이아 프로젝트>보다도 더 <테라 미스티카>를 닮아 있습니다. 박스 앞면만 해도 지형 7종이 박힌 원형 창 디자인을 똑같이 채택했는데요. 지형 타입이 완전히 일치하는 것은 물론, 규칙서에서도 <테라 미스티카>를 이미 알고 있다면 추가로 몇몇 규칙만 읽으라고 별도로 표시해 놓기까지 했습니다. <혁신의 시대>가 달라진 점은 <테라 미스티카>에서 고정된 전략 요소들을 무작위로 정해지도록 대폭 개량하여 리플레이성을 상당히 끌어올렸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이번 미리보기에서는 어떤 요소들이 달라졌는지를 한 번 짚어 보겠습니다.
1. 무작위 세력 설계
<테라 미스티카>에서 선택 가능한 세력마다 거점 지형과 능력, 시작 자원이 세력 판에 고정으로 정해져 있었습니다. <혁신의 시대>는 이 부분이 무작위 조합으로 바뀌었습니다. 출신 지형별로 한 장씩 총 7장의 설계판과 12개의 세력 타일에는 각기 시작 자원이 부분적으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특수 능력은 세력 타일에 따라 달라지고, 출신 지형은 설계판에 따라 달라지며, 시작 자원은 이 두 군데에 각각 표기된 조합으로 정해집니다. 설계판마다 출신 지형에 따르는 서로 다른 능력/효과가 있으므로, 만들어지는 기본 조합 자체가 상당하죠.
첫 게임에서는 설계판 + 라운드 보너스 타일 + 세력 타일의 무작위 조합 7개 가운데 하나를 골라가게 합니다. 하지만 게임에 충분히 익숙해지고 나면 드래프트 방식을 사용해, 드래프팅 옵션 가운데에서 플레이어가 좀 더 능동적으로 전략을 만들어 볼 수도 있습니다.
2. 타일로 결정되는 궁전의 능력
<테라 미스티카>에서는 요새를 지으면 세력 판에 적혀 있는 특수 능력이 해금됩니다. 즉, 요새에 따른 특수 능력도 세력 판에 의해 결정되었는데요, <혁신의 시대>에서는 선택입니다. 게임을 시작할 때 17개의 궁전 타일 중 플레이어 수 + 2개를 미리 앞면으로 공개해 둡니다. <테라 미스티카>의 요새에 해당하는 궁전을 건설하는 플레이어는 공개된 궁전 타일 중 남은 것 하나를 골라 가져갑니다. 이제부터는 이 효과를 사용하게 되는 거죠. 모든 궁전 타일에는 1~3개의 즉시/지속 효과가 나와 있으므로, 궁전을 빠르게 지을수록 선택지가 늘어나고, 자신의 전략에 가장 잘 맞는 타일을 가져올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3. 권능 행동에 추가된 서적 행동
<테라 미스티카>의 게임판 하단에는 여섯 가지 권능 행동이 있었습니다. 이건 <혁신의 시대>에도 계승되었는데요. 그에 추가로 서적 행동이라는 것이 생겼습니다. 게임 도중 얻을 수 있는 서적을 소비해서 추가로 할 수 있는 행동입니다. 서적 행동은 총 6개의 타일 중 매 게임에서 3개를 선택해서 추가합니다. 선점 행동 요소가 고정 6개에 무작위 3개가 또 추가되는 것이지요.
4. 혁신판과 혁신 개발
혁신판은 <혁신의 시대>에서 새롭게 등장한 요소입니다. 서적을 비용으로 지불하면서 혁신판에 깔리는 혁신 타일을 가져올 수 있는데요. 이 혁신 타일 역시 궁전 타일과 비슷하게 게임 준비 과정에서 무작위로 구성되며 가져올 때마다 서로 다른 강력한 효과들이 발동됩니다. 사용되는 혁신 타일의 개수는 플레이어 수에 따라 달라지며, 한 사람이 가져올 수 있는 혁신판은 최대 3개이므로 신중하게 선택해야 하겠습니다.
5. 최종 라운드에도 점수를
<테라 미스티카>에서는 라운드마다 해당 라운드 점수 타일에 나오는 조건에 따라 점수 및 혜택을 더 얻을 수 있었죠. 라운드 도중에는 점수를, 라운드가 끝날 때는 기타 보상을 받았습니다. 이 점수 타일은 원래 <테라 미스티카>에서도 8개 중 6개를 사용하는 랜덤 요소였죠. <혁신의 시대>에서는 라운드 승점 타일이 12개로 늘어났을 뿐만 아니라, 최종 라운드 승점 타일이라는 구성물이 4개 추가되었습니다. <테라 미스티카>에서 마지막 라운드 끝에는 신앙 관련 보상을 받는 것이 의미가 없기에 게임 종료 토큰을 올려놓았습니다. 그런데 <혁신의 시대>에서는 이 자리에 최종 라운드 승점 타일 1개를 놓아서, 마지막 라운드의 끝까지 점수를 뽑아낼 요소가 생겼습니다.
게임 준비 과정에서 무작위로 세팅되면서 매 게임을 다르게 만들어 주는 요소들을 여기까지 설명했습니다. <테라 미스티카>가 프리셋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전략적 방향성 하에 최선의 선택을 하는 것이 중요했다면, <혁신의 시대>는 매 게임마다 접근 가능한 전략적 선택지를 대폭 변경하고, 주어진 조건 하에서 최대 점수를 뽑아내기 위한 자기 나름의 전략을 세우면서 능동적으로 조합을 만들어내는 플레이를 유도합니다. 리플레이성을 중시하는 유로게이머들에게 있어서 <혁신의 시대>는 두 팔 벌려 환영할 변화를 잔뜩 담아낸 거죠.
기회가 된다면 <테라 미스티카>를 미리 몇 번 플레이해 두시라고 말씀드립니다. 전반적인 규칙의 틀은 <테라 미스티카>와 동일한 만큼, <혁신의 시대>가 출시되었을 때 더 빠르게 적응할 수 있을 겁니다. 물론 <테라 미스티카>라는 걸작을 아직 경험해 보지 못하신 분들이 꼭 한 번 해 보시길 바라는 마음이 먼저이기는 합니다. 그러면서 <혁신의 시대>가 과연 <테라 미스티카>를 얼마나 훌륭하게 혁신했을지 기대하며 출시 소식을 기다려 주십시오.
덧붙임. <혁신의 시대>에서도 양면 게임판이 제공됩니다. 그런데, 한 면이 기본 게임판, 다른 한 면이 확장 게임판이었던 <테라 미스티카>와는 달리 <혁신의 시대>에서는 한 면이 1~3인용 게임판, 다른 한 면이 3~5인용 게임판입니다. 그래서 적은 인원에서는 좀 더 좁아진 대륙에서 각축전을 벌이게 되며, 3인 게임의 경우 1~3인용 게임판을 선택하면 좀 더 치열한 게임을 즐길 수 있습니다. 소수 인원에서 평가가 좀 약했던 <테라 미스티카>의 단점을 이렇게도 잡았으니, 여러 모로 더 보완된 게임을 만들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는 점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