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바닥에서 식다 못해 쉬어버린 떡밥을 가지고 토론하는 코너..!
1화 반응이 괜찮아서 급히 다음 주제를 들고 왔습니다.
이번 주제는 선의의 거짓말, 주로 마스터의 거짓말을 다룹니다.
동아시아 문화권의 유서 깊은 사신수에서 구라의 대명사로 전락한 주작.
사람들은 게임에서 속임수를 부리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TRPG 역시 룰북에서 정해놓은 규칙이 있으므로,
플레이어든, 마스터든 공정하게 그 룰을 지키는 것이 당연하죠.
하지만 모 전략 게임과는 달리, TRPG는 승자와 패자를 정하는 게임이 아닙니다.
서로 간의 합의를 통해 재밌는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주목적이죠.
많은 팀에서 이야기의 진행을 위해 룰적으로 헷갈리는 부분을 일단 넘어가거나,
롤플레잉을 잘했을 때 룰북에 적혀 있지 않은 보너스를 주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그런데 이런 신사협정에 확률이 개입하면 어떨까요?
주사위는 타협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죠.
"저... 주 선생님, 오른쪽으로 한 번만 더 굴러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같은 건 불가능합니다. (된다면 저한테 쪽지로 알려주십쇼 제발)
테이블 위에서 어떤 합의를 한들 주사위 값을 무를 수는 없죠.
아예 안 될 건 없지만 중요한 순간마다 판정을 다시 하면 긴장감이 떨어지니까요.
마스터의 명중 판정이 순수 20(크리티컬)으로 나오고,
파티원 하나가 즉사할 위기에 처했습니다.
말그대로 던전을 오가며 용과 싸우는 모험가들은 언제든 죽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보스 몹과의 장대한 전투에서 동료를 대신해 죽는 게 아닌,
고블린의 기습으로 푹찍당하는 거라면... 분위기는 참말로 거시기해집니다.
그때 이런 물건이 등장합니다.
마스터 스크린이죠.
책받침 같이 생긴 요녀석의 안쪽에는 자주 쓰이는 규칙의 요약이나,
주요 NPC, 시나리오 플롯 등을 걸어둘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마스터는 저 뒤에서 주사위를 굴릴 수 있죠.
플레이어들은 마스터의 주사위를 확인할 수 없습니다.
서로 간의 신뢰로 그것을 대체하죠.
파티원들은 용을 잡으러 던전으로 향하는 중입니다.
가는 중에 심심할까봐 넣은 고블린 기습.
레벨 업 할 때마다 판정을 조져서 HP가 1씩 늘어났던 위저드...
하필이면 딸피 상태에서 고블린 궁수에게 치명타를 맞았습니다.
결과는 즉사입니다.
하지만 킹스터 갓크린 덕분에 플레이어들은 아직 모릅니다.
순간 정적이 흐르긴 했지만 지금이라면 없었던 일로 할 수 있습니다.
이 상황에서 마스터의 주사위 결과 조작은 정당할까요?
여러분이 마스터라면 어떻게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