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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PG에서의 자유와 현실



경고

이 글에선 틀딱 냄새가 날 수 있습니다 .

그럴듯하게 써놨지만 결국 주관과 경험담이며 , 근거조차 없습니다 . 그러려니 하시는게 최상입니다 .




 TRPG에 관심을 가지는 계기 중엔 '하고싶은거 다 해도 되는 놀이임을 알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

 그게 얼마나 위험한 생각인지는 지금껏 게시판의 많은 분들이 경고해오신걸 봤습니다 . 아마 직접 저질러 보셨던지 , 거기에 데여보셨던지 . . . 공포엔 이유가 있겠죠 뭐 . . .

물론 '하고싶은거 다 해도 된다'라는건 하지말라면 하지마루욧!!같은것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 그 자유도에 대한 열망을 말 몇 마디로 억제시키긴 어렵습니다 .

당장 저도 시나리오를 시작할 때마다 내면의 폭탄마가 불을 피우자는 악마의 유혹을 정신판정으로 버텨내는데 급급합니다 . 모두가 그래요 .


 "뭐든지 다 해도 된다는 말이 진짜 뭐든지를 의미하진 않아요 !"

 고것이 공통적인 의견이라고 생각하면 , 그 주장에 대한 근거는 대충 보니 이렇습니다 .

 

 첫 번째는 '사회적인 놀이'이기 때문입니다.

 근거가 될 수 없습니다 ! 사회적인 놀이라는 단어에 여러 의미가 함축되어있는건 저도 알지만 , 사람과 사람이 모여서 노는데 사회적이지 않은 놀이가 있나요 ?

범죄의 영역을 오락가락하는 반사회적 놀이는 이 경우엔 반대말이 되지 않습니당 ㅋㅋ

막말로 '반사회적 놀이'를 위해 공모하면서 낄낄대는 것도 사회적 활동으로 볼 수 있으니 그건 암튼 옳지 못해요~보다 설득력이 있다고 보긴 어렵죠 .


 두 번째는 RPG는 역할놀이이기 때문입니다 .

 확실히 나아졌지만 근거로 보기 어렵습니다 . 바로 전 글에서 한 말과 상충되는 말이 있을 수 있지만 결국 자기 캐릭터의 역할은 자기가 정하는겁니다 .

 이 캐릭터는 사고뭉치니까 비릿한 미소를 짓고 , 주머니를 털고 , 불을 지르고 , 아무에게나 욕을 싸질러요 !

이 새개끼가 그런 캐릭터도 있을 수 있어요 !

 '그렇게밖에 스트레스를 풀 방법이 없지만 그 이후엔 그만큼 동료들에게 잘 해줘요 !' 하면서 제역할을 다 하면 역할적으로 문제 없잖아요 ?

제 캐릭터의 행동이 가끔 문제가 될 수는 있는데 그건 님들도 마찬가지 아니냐면서 꼬투리잡기를 시작하면 상황이 복잡하게 돌아갈겁니다 .


 세 번째는 몰입이 안 되기 때문입니다 .

 그럴 수 있죠 ! 사고치는 사람은 즐겁겠지만 옆에 있는 사람도 즐겁냐는 알 수 없어요 .

말도 안되는걸 질러보고 , 그게 한 번 먹혀서 신나면 그 다음부턴 보통 헛소리의 향연입니다 . 어 ? 안막네 ? 어디 이래도 안 꼽나 볼까 ?

이쯤되면 몰입하고 있다고는 볼 수 없죠 ㅋㅋ


 법이 어떻다느니 논리적으로 들먹이려고 해도 이미 알피지보단 깽판놓는게 더 재밌는 사람에게 그게 통할지는 의문입니다 .

 경비병이 오면 불지르고 도망가겠다 , 감옥에 들어가면 ■■하고 새 캐릭터 만들어오겠다 . . . 그러다 하나라도 못하게 막으면 자유도를 방패로 삼아 헛소리를 늘어놓기 시작할 수 있어요 .

 이 쯤에서 확실히 해야할 것은 , 책임질 일 없는 자유는 방종이라는 점입니다 . 상기했듯 캐릭터가 죽건 말건 하고싶은걸 하는건 이미 RPG의 영역을 벗어났죠 . 온갖 헛소리를 접수하고 결과만 통보하는건 좋은 마스터가 아니라는데에 동의하실 겁니다 .

 팀의 구성원은 직책과 역할에 상관없이 그런 플레이어/캐릭터를 거절할 권리가 있어요 . 대충 여기까지 보셨으면 이게 사사건건 남의 캐릭터에 트집 잡으란 소리가 아닌건 알아주시리라 믿습니다 !

 

 

 깽판을 치면 안되는 이유는 몇 가지 있습니다 . 제가 가장 자주 쓰고 , 추천하는 방법은 '그럼 재미없어요'라고 거절하는 방법입니다 .

게시판에서 전 지금껏 몇 번이고 '재밌으면 됐죠'라고 의견을 피력해 왔는데 , 이게 꽤 약은 방법이긴 합니다 . 아무튼 하고싶은 이야기는 이 쪽이 아니니 각설하기로 하고 . . .



 이 글에서 강조하고 싶은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거절하는 방법입니다 . 대화가 통한다면 이 선에서 대부분 걸러져요 .

깽판같지만 해야하는 이유를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시작한다던지 , 그래도 제 캐릭터 생각은 이런데요 ? 라며 롤플레잉의 산물임을 주장할 수도 있어요 . 여러분은 이미 거절의 의사를 밝혔으니 다음은 합의의 단계입니다 . 합의야 뭐 여러분이 저보다 잘하실테니 제가 구차하게 길게 쓸 필요는 없겠죠 !


 '현실적'이란 단어는 가타부타 설명을 더하면 '여러분이 몰입중인 세계에 , 캐릭터가 이해하고있는 배경과 상황을 근거로 생각해봤을 때'를 뜻합니다 !

 '아니 ㄹㅇ 걍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안되지 않냐 ?'라고 표현해도 괜찮아요 ㅋㅋㅋ

깽판치고 도망가는 PC를 향해서 경비병이 초도약으로 쫒아와 번개를 내리꽂습니다 ! 라고 했을 때 아니 슈1발 그게 말이 돼요 ? 라는 소리가 나오면 여러분이 이긴거에요 .


 절대다수의 룰이 인간의 본성 , 법률 , 사상이 현실과 얼추 비슷한걸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 우리의 현실에서 이상하면 그쪽 세계의 현실에서도 이상한거에요 . 그렇지 않은 룰은 그렇지 않다고 세계관 개요에서부터 설명하니 걱정마세요 .

그럼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말이 얼마나 많은 뜻을 내포하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


 여기 사람들은 마차나 겨우 타지만 우린 비행기 만들어서 타고가죠 ! => 비행기에 대한 지식을 네 캐릭터도 알고있진 않다 . 현실적으로 어렵다 .

 투명화 포션을 마시고 아무데나 들어가서 다 훔쳐서 나와요 . => 다른 사람도 다 생각해본걸 안 하는데엔 이유가 있겠지 . 현실적으로 어렵다 .

 제 캐릭터는 부잣집 도련님이라 태어나서 지금까지 공부만 해서 모든걸 다 알아요 . => 그게 커서 된게 나다 . 현실적으로 어렵다 .

 상황이 많이 어려우니까 오른팔에 봉인된 이터널 포스 블리자드를 해방해 모든걸 소멸시켜요 => 이게 되네

깽판은 깽판인데 도저히 그것보다 재밌는 장면이 생각나지 않는 경우를 제외하면 웬만한 상황은 정리할 수 있습니다 . 애용해주세요 .



 그럼 다른 이야긴데 , 기껏 자유도를 강조해놓고 이렇게 현실성을 따지는게 재밌나요 ?

솔직히 별로 재미없죠 . 하지만 많은 분들이 간과하시는게 있는데 , 그걸 위해서 캐릭터는 경험치를 얻습니다 !

 경험치는 대부분 다음 레벨에 도달하는 지표로 쓰입니다 . 일부는 레벨을 사용하지 않거나 , 경험치로 다른 혜택을 얻을 수도 있고 , 화폐처럼 거래할 수도 있어요 .

하지만 '경험치'에 해당하는 자원을 얻는 방법은 대동소이합니다 . 경험치는 역경과 강적을 이겨내고 , 자신을 단련하고 , 이룬 위업을 주변에 알릴 때 얻게 돼요 . 더 큰 역경일수록 더 큰 경험치를 얻고요 . 전투력보단 모험 내역을 수치로 나타낸 것이라 생각하시면 더 좋겠습니다 .

 

 이를테면 파티가 고된 모험 끝에 기나긴 던전의 보스를 만났습니다 . 물론 생사가 오가는 전투를 치르고 이겨내면 좋겠지만 , 그럴 수 없으리라 판단한 파티는 귀한 석화 주문서를 찢어 보스를 석고상으로 바꾼 뒤 때려잡아요 . 이 경우엔 장면이 시시해졌으니 살아남기 위해 보스의 경험치를 포기했다고 보는게 옳을까요 ?

글쎄요 , 어쩌면 단순히 운이 좋았을지도 모르겠지만 나름 파티는 주문서를 먹이기 위해 시간을 벌고 , 보스를 도발하고 , 숨어있다 튀어나왔을지 모르죠 . 결과적으론 보스를 내성굴림에서 이겼기 때문에 승리한거나 다름없습니다 . 위험에서 훌륭하게 살아남았고 좋은 경험이 됐겠지요 . 전 이 장면에서 경험치에 손실을 주는 것이 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 그 또한 경험이거든요 .


 이렇게 경험을 제법 쌓은 캐릭터라면 슬슬 깽판을 쳐도 괜찮습니다 . 주변머리가 생기고 , '현실적으로' 깽판을 칠 근거를 댈 수 있는 짬밥이 생겼거든요 . 그동안 착하게 지냈다면 '뭔가 이유가 있겠지'라며 뒤를 봐 줄 친구가 하나쯤 있을 수도 있지요 . 탐지 마법에게서 도망치는 방법도 알게됐을 수도 있고요 . 무엇보다도 플레이어가 그만큼 키운 캐릭터를 한순간에 날려먹는걸 재미있어 할까요 ?



 이야기가 길어졌네요 . 결국 알피지에서 즐기는 모든 요소는 현실에 기반하였기에 , 자유를 변명삼아 충동적인 일탈로 스트레스를 푸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는 이야기였습니다 . 굳이 그러고 싶다면 그럴 수 있는 이야기를 , 그러고 싶어하는 분들과 함께 즐기시면 돼요 . 

저도 때때로 클래식한 RPG를 즐기고 , 모든 장면에서 개드립을 치는 개그 시나리오에 참가하며 5초마다 쌍욕박는 범죄도시 이야기도 마스터 역을 맡곤 합니다 . 말마따나 하고싶은걸 할 수 있는 곳에 찾아가서 놀아요 !

 올바른 알피지 생활을 즐기다보면 가끔은 선으로 줄넘기하는 발언을 해도 '그럼 그래볼까요 ?'라며 호응해주는 분들과 함께하고 있을거에요 .

 

 

 쭉쭉 쓰면서 마무리 멘트같은건 생각 안해봤는데 , 사실 뭔가 저지를 때 이래도 괜찮냐며 의견 한 번씩만 물어보셔도 도움이 많이 됩니다 . 

그럼 또 봬요 !

 

 

근디 솔까 이런거 읽고 다니시는 분들은 애초에 나대질 않아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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