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D게임에 참여, 왜냐면 그냥?
> GM도 괜찮아보이고, 플레이어들도 자폐 증상을 보이지만 나쁜 사람들은 아님
> 첫 세션 주사위를 굴림
> 첫 인카운터로 "고블린"들을 만남
> 내 바바리안이 그놈들을 두동강내려 달려감
> 인내 판정을 하라대
> "왜?"
> "그냥 굴려"
> 13을 굴림
> "넌 썩은 토마토 냄새가 나는 포자를 들이쉬었어"
> "그으래..."
> 그런거 한번도 못 들어봤는데, 뭐 어때
> 결국 다 죽이지만, DM이 자기 혼자 주사위를 굴려대더니 웃어댐
> "네 가슴을 뚫고 고블린이 튀어나와!"
> 잠깐, 뭐?
> "네가 들이쉰건 고블리노이드들이 피해를 입을때마다 뿜어내는 포자야. 들이쉰 대상의 몸 속에서 새로운 고블리노이드가 자라날 확률을 주지."
> 이 뿅뿅?
> "왜 말을 안 해줬는데?"
> "네가 자연지식 판정을 안했으니까?"
> "내 캐릭터가 그런 새끼들 근처로 다가가면 안된다는걸 몰랐다고?"
> "네 캐릭터는 고블린이 뭔지 알 정도로 똑똑하지 않네."
> 빡침,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기 시작
> 첫 전투 이후 즉사
계속해봐
> 이번엔 평균적 INT를 가진 레인저를 만들어서, 고블리노이드들을 내 주적으로 삼음.
> DM은 성가셔보이지만 넘어감
> 알게 뭐람, 일행에게 정식으로 소개하고 준비
> 별 문제없이 넘어감, 누구도 날 공격하거나 내 물건을 훔치거나 하지 않고, 두팔벌려 환영함
> 마을에 들어가 재정비를 하고 다음 장소로 이동
> 가는 길에 고블린들을 마주함
> 좋아한번해보자고.jpg
> 내 차례
> 공격 판정
> "네 보정은 여기에 적용되지 않아."
> 뭐?
> "잠깐만, 네가 방금 이것들이 고블린들이라고 분명히 말 했잖아."
> "네 캐릭터는 그걸 모르지. 게다가, 이것들은 정확하게는 고블린들이 아니야."
> "이 뿅뿅?"
> "사람들이 이걸 고블린이라 부르긴 하지만, 실제로 고블린인건 아니고, 오크 종족의 아종이야."
> "그리고 넌 내 레인저가, 숲에서 살고 고블리노이드와 싸우는 자가, 그 차이점을 모른다고?"
> "그럼, 당연하지. 왜냐하면 그만큼 똑똑하지 않으니까."
> 많이 빡치지만, 입을 다물고, 공격 판정을 계속하고, 어찌어찌 죽여버림.
> 다른 플레이어들은 화났는지도 모르겠고, 눈을 마주치지 않거나 앉은 자리에서 꾸물거림.
> 캠페인이 짜증나 과열될 지경에 이르렀고, 난 "뿅뿅까" 라고 다짐하며 DM과 재미를 좀 보기로 함
> 두어번의 "고블린"들과 더 마주하고, 일행의 근접 캐릭터가 고블린 포자를 들이켜 죽어버림
> 이후, 마을에 도착하고, 젊은 여성, 엘프(그러시겠지)에게 환대받음
> "내가 엘프가 뭔지 알 정도로 똑똑해?"
> "뭐라고?"
> "물어보잖아, 내가 엘프가 뭔지 알 정도로 똑똑하냐고?"
> 모두가 날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지만 신경 안 씀, 뿅뿅까기로 이미 결정했거든
> "그래, 넌 엘프가 뭔지 알아"
> "좋아."
> 엘프가 우리를 선술집으로 안내함.
> "내가 선술집이 뭔지 알 정도로 똑똑해?"
> DM이 그렇다고 하고, 난 "좋아"라고 답함.
> "그래서 너희들은 문 안으로 걸어가-"
> "내가 문이 뭔지 알 정도로 똑똑해?"
> 내가 DM의 이마에 핏줄이 돋아나는걸 보면서 그가 대답함, "넌 문이 뭔지 알아!"
> "좋아."
> "어쨌든, 너희들은 한 탁자에 모여-"
> "우리가 탁자가 뭔지 알아?" 나 말고 다른 플레이어가 물어봄.
> "그래, 너희는 탁자가 뭔지 알아, 그리고 자리에 앉아-"
> "앉는 게 뭔데?" 또 다른 팀원이 물어봄.
> "넌 앉는 다는게 뭔지 알아, 그래서 자리에 앉고 나서 그녀가 물어보-"
> "물어본다는게 뭐야?" 또 다른 팀원이 물어봄.
> DM은 눈에 보일정도로 빡쳐있지만 분위기는 전보다 더 가벼워짐.
> DM이 한마디 할 때마다 우리가 그걸 우리가 알고 있는지 물어보는 질문에 의해 끊어짐
> 결국 DM은 자리에서 일어나, 자기 자료들을 집어들고는 떠남.
> 와중 우리들은 모두 바보처럼 웃어댔고.
나중에 DM은 페북을 통해서 이 게임 취소한다고 공지했고, 한명이 "페이스북이 뭐야?"라고 묻자 우릴 친구목록에서 지워버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