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PHOP | 구독자 4명 | Elevia

UMC/UW - 매지리 가는 버스

 

Hook)

그 땐 죽일 것처럼 니가 미웠지만

지금은 니가 행복하길 바래

그 땐 죽일 것처럼 니가 미웠지만

이젠 좋은 엄마가 되길 바래

그 땐 죽일 것처럼 니가 미웠지만

지금은 니가 행복하길 바래

젊을 땐 젊음을 사랑할 땐 사랑을

모르고 살던 나를 이제는 용서하길 바래

 

Verse 1)

대충 또 살아가고 결혼식 몇 번 가고

졸업 취업 연말정산 몇 번에

시간이 지나간 걸 느낄 새도 없이

수도 없는 회식 속에 어느새 서른 셋

누구는 돈 있으니 바람 피워도 잘 살고

누구는 돈 없으니 저 쪽에서 먼저 피고

박주임 이대리 김과장도 나도

새내기 땐 연애 그렇게 안 했었는데

낮에는 북을 치고 밤엔 마우스를 잡고

하루가 1년 같던 스무살에 만났던 너

옆에서 하도 부추기니 별 수 없다고

스스로 핑계대며 성적으로만 널 봤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해괴한 핑크색

커다란 남방을 입고 유행이라며 웃던 너

값을 매길 수 없는 너의 미소 앞에서

술값을 계산하면서 머리 굴려대던 나

책임질 수 있을거란 근거 없는 믿음

사실 나일 먹고 보니 그건 그냥 성욕

세상 모든 남자들처럼 단순하기만 했던

나를 만나는 게 뭐가 그렇게 즐거웠을까

태어나서 처음으로 혼자 탔던 시외버스

한시간 반을 달려 너를 만나러 갔어

20분 늦었다며 웃으며 먼저 팔짱끼던

어설픈 눈화장의 너는 지금 잘 있니?

 

Hook)

 

Verse 2)

솔직히 그 때까진 우리들 인생에

힘들다 말할만한 일은 생긴 적이 없어

용돈으로 살고 힘도 별로 안드는 알바

남은 모든 에너지를 서로에 쏟아 부었지

말 한마디 잘 했으면 안 생겼을 싸움들

설명을 잘 했으면 웃고 넘길 오해들

천사한테 시집 장가가도 더 심하게 싸운단걸

알았으면 우린 지금 애가 셋이었을거야

시장통 한구석 커다란 옛날식 극장

서울에는 절대 없는 거라며 내가 놀렸지

톰 행크스의 연기에 감동한 내가

박수를 치자 미쳤냐며 니가 놀렸어

손을 잡고 서로를 보고 웃고

별 말도 없이 걷다 술을 마시고

한 번도 빠짐 없이 집에 가지 말라고

같이 있고 싶었을 넌 내 말을 들어줬고

서로의 학교 집 일터 어디든

서로가 있다면 우린 그 곳에 함께 있었지

늘그막의 할머니도 너를 좋아했었어

이유는 딱 하나 고향이 근처라서

제사를 치른 후에 방을 정리해드릴 때

10년 전에 없어졌던 너의 사진이

할머니 반짇고리에서 나오더라

너 지금도 이렇게 웃고 있니?

 

Hook)

 

Verse 3)

도와준 건 없었지만 넌 똑똑했으니까

재수에 성공해서 난 정말 행복했어

같이 돌아다니면서 니 집을 고르고

나는 난생 처음 페인트칠과 도배를 배웠지

레포트를 도와주고 친구들 소개해주고

니가 서울의 삶에 적응하는 동안 난

계약을 맺고 앨범작업을 시작하고

한동안 너와 시간을 제대로 보낼 수 없었어

그래도 그러진 않을 수 있지 않았니

나는 밤엔 집에 가고 싶었던 것 뿐이었어

아침이면 가끔 너를 만나러 갔잖아

그럼 그 남자는 새벽부터 집에 보냈어야지

열쇠를 맡겨놓고 방학 때 집에 갈 땐

그 오빠한테 쓰던 편진 숨겼어야지

아무리 인터넷이 어색했더라도

아이디하고 비번 적었던 건 숨겼어야지

제대로 화 한 번 못 내보고

시간이 흘러가던 어느 날 니가 말했지

같이 있어줘서 고맙다고

지금도 니 그 말이 난 아직 고맙게 느껴져

1년이어도 50년이어도

함께 삶을 나누는 건 똑같을 것 같아

가장 빛났던 시절 서로를 나눴던

널 아직 기억해 니가 이 노랠 듣지 않길 바래

 

Hook)

 

Outro)

1월에 얼어붙은 호숫가

강아지풀만 무성하고 아무도 없던

함께 걷던 그 자리에

차비가 남아서

한 번 와 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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