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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사이트보다 여기가 더 조회수가 좋네요 ㅋ 평가부탁드려요 [고추걸은 불행해]





1화 고추를 원해




가위바위보!
내 승리다!
"그, 그럼 안아줘."
그녀를 내 품에 감싼다. 비누향이 난다.
가위바위보
또 승리다
"이번엔 뽀뽀."
당차게 주문하자, 그녀도 어쩔 수 없다는 듯 받아들인다. 살짝 닿는 입술에 짜릿함이 담겨있다.

다시 가위바위보.
이번엔 졌다. 
그녀가 무엇을 요구할지 미치도록 궁금하다.

우리가 무엇을 하고 있냐고?
여친 집에서 영화를 보다, 눈이 마주친 우리는 즉흥적으로 야구권를 하고 있다.
"어떤 거 해줄까?"
집요하게 요구사항을 묻자, 그녀가 난색을 띠며 중단을 요구한다. 정말 이대로 끝날세라 기도하듯 두 손을 모으며 빌었다.

내게 남은 게임 수는 딱 한 판.
마지막 가위바위보.
이번에도 졌다.
그녀가 한참을 고민하다 한숨을 쉬며 뽀뽀를 허락한다. 나는 미친듯이 달려들어 그녀에게 뽀뽀를 했다.

거친 숨결이 느껴지자 고동이 빨라진다. 이대로는 아쉽다. 좀 더 뭔가. 더.
결국 참지 못하고 혀로 그녀의 치아를 두드린다.
짝.
어? 볼이 뜨겁다, 따갑다.
나는 부어오른 볼을 감싸쥐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이 ㅁㅊㄴ아. 적당히 안 해!."
"수정아. 왜 그래?"
"몰라. ㅁㅊㄴ아. 이제 꺼져. 보기 싫으니깐 꺼지라고!"
"아아앙. 미안해. 수정아 내가 과했어 한 번만 봐줘!"
쿵!
정문이 닫혔다.
어느새 쫓겨나 아파트 복도에 덩그러니 남겨진 나는 메세지를 남겨보지만, 답변이 없다.
걱정이다. 이런 적은 처음인데. 내가 너무 서둘렀나봐. 
하지만 괜찮다. 누구보다 수정이를 좋아하는 게 나이니까. 
학교에서 만나면 다시 한판 하자고 해야지.
"크크 그땐 더 짜릿할거야"

2

 학교에 등교한 나는 가장 먼저 수정이의 반을 찾아갔다. 하지만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뭐야. 너! 넌 이 반에 찾아오면 안 되지 않냐?!”


친구들의 모멸적인 시선과 뇌에 필터링을 거치지 않은 욕설들 뿐이었다. 삽시간에 쓰레기가 되어 있던 나는 정신을 못 차리고 수정이를 찾았지만, 그녀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바로 고개를 돌려 버렸다.


“어, 어째서···.”


교실로 돌아와 책상에 고개를 묻었다. 친구들의 소근거림이 들려왔지만, 애써 무시했다.


중요한 건 수정이의 마음을 돌릴 수 있냐 없냐이지 부외자를 설득하는 게 아니다.


“야! 주세미! 너 뭔짓을 하고 다니는 거야?!”


내 목덜미를 잡아 올려 시선을 맞춘 이는 다름 아닌 내 하나뿐인 여동생 주배미였다. 주배미를 보자 가슴속이 울컥하더니 눈물이 쏟아졌다.


“아아앙! 배미야. 나 좀 도와줘!”


“도와주고 자시고 어쩔 거야! 너, 그 소문 사실이야?”


“몰라. 모르겠다고 어느샌가 쓰레기가 된 것 말고는 아는 게 없다고! 배미야 도와줘. 수정이가 날 보는 척도 안 해. 이대로면 차일 거야. 솔로로 돌아가 버릴 거야!”


“이 바보! 따라와. 넌 설교가 필요해!”


배미에게 이끌려 아무도 없는 옥상에 도착했다. 정말 아무도 없는지 주변을 살피던 배미는 정말 사람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내 머리를 쥐어박았다.


“아파! 배미야. 아퍼! 폭력 멈춰. 그만 때려. 으헉!”


한동안 무차별 폭행을 당하고 나자 조금은 냉정해질 수 있었던 나는 배미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꼭 사람이 없을 땐 때리더라···.”


“흥! 딱히 네가 걱정돼서 그런 거 아니니까. 착각하지 마. 그래서··· 사실은 어떤데?”


“뭐가?”


배미는 내가 반문하자 참을 수 없다는 듯 내 멱살을 쥐고 때릴 포즈를 취했다. 그 모습에 허둥지둥 입을 뗐다.


“미. 미안해! 사실대로 말할 테니까. 때리···지는 마.”


배미는 손을 거두고는 내 옆에 앉아 하늘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네가 ㅂㅅ 짓 하는 게 하루 이틀이냐. 어서 말해. 들어는 줄 테니까.”


“···고마워. 배미야. 네가 내 동생만 아니었으면 지금, 이 자리에서 벌써 고백했을 거야.”


“하아. 너 때문에 미치겠다. 닥치고 빨리 안 말해?!”


“으음. 그게 사실은―”

   


3




“그래서? 설마 진짜로 뽀뽀한 거야?!”


“배미야. 내 머릴 잡고 흔들지 좀 마.”


“얼른 말해. 했어? 안 했어?!”


나는 그날을 회상하고는 쑥스러워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배미는 세미의 뻔뻔스러운 모습에 울화통이 치밀었다. 열이 받아 그녀의 양쪽 볼을 꼬집어 당겼다.


“이이이이. 이게 정말 미쳤어! 너, 너가 한 짓이, 어떤 짓인지 아직도 자각을 못한 거야?!”


“아으으. 도대체 뭐가 문제인 건데?”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세미를 보며 배미는 한숨을 내쉬었다.


"네가 지금 그런 식으로 나오면 얘들은 점점 더 너를 쓰레기로 몰아 갈 거야. 쓰레기 취급당하기 싫으면 지금이라도 수정이한테 가서 사과해. 용서를 못 받더라도 사과하는, 진실성 있는 모습을 보이면 쓰레기 냄새는 덜 나겠지."


"에이에이. 또 겁준다. 내가 쓰레기일리 없잖아."


배미는 일부러 과장되게 코를 부여잡으며 소리쳤다


"으윽! 썩은 토마토 냄새!"


"너무해!"


배미는 그렇게 말했지만, 사실 나도 할 말은 많았다. 갑자기 돌변한 수정이한테 약간은 토라져도 아무도 뭐라 할 사람이 없을 것이다.


"난 그저 좋은 추억을 만들고 싶었을 뿐이었다고."


"범죄자도 처음엔 그렇게 말해."


"수정이도 오케이 했다고!"


"응. 아냐. 연인 관계로 포장된 성착취에 불과해."


"차, 착취?!"


충격적인 발언에 머리가 띵 해졌다.


"수정이는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


"정말 그렇게 생각한 것일 수도 있고 아니면 주변 분위기에 휩쓸린 걸 수도 있고. 나야 정확한 사실은 모르지. 확실한 건 지금의 넌 명백한 가해자! 성추행범됐다는 거야."


"뭐어어어어?! 내가 성추행범이라고?! 말도 안 돼!!!"


"ㅂㅅ아. 그나마 다행으로 여겨. 넣었으면 성추행범이 아니라 성폭행범이 되는 거라고!"


"히이이익!"


오늘따라 친구들이 나를 피하는 이유가 이거 때문이었구나. 정말 어떡하지. 수정이가, 수정이가 딱 한 마디만 말해주면 될 텐데. 아니라고! 사실은 그런 게 아니라고! 둘이서 장난을 조금 쳤을 뿐이라고. 안 그래 주려나···.


한참 동안 세미가 무릎에 고개를 파묻고 있자, 그런 그녀를 정신적으로 몰아세우던 배미의 표정도 처음과 다르게 안타까움이 묻어났다.


이게 정말 반성은 하는 걸까


역시나 세미에 대한 믿음은 먼바다에 던져 버린 지 오래인 배미는 세미를 케어해 줄지 말지 갈등하고 망설였다.


"좋아. 수정이한테 부탁해 보자!!"


갑자기 자리를 박차고 일어선 세미에 놀란 배미가 무심코 세미의 옷자락을 잡았다. 금방이라도 대형 사고를 칠 것 같은 이 피붙이때문에 마음이 놓이지 않는 그녀는 세미를 진정시키며 차근차근 물었다.


"좀! 진정 좀 해 봐. 만나서 뭐라고 할 건데? 사과를 할 거야? 변명을 할 거야? 어느 쪽이든 최악이란 건 알고 있지?"


"응? 둘 다 아닌데. 그냥 수정이한테 없던 일로 해주면 안 되냐고 부탁해볼 건데?"


내 말을 들은 배미가 정말 놀란 듯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최, 최저! 넌 레알 쓰레기야!! 만지지 마. 나 갈 거니깐. 더 이상 너랑 엮이는 것도 사양이라고!"


"아아아앙! 갑자기 왜 그래. 배미야. 날 혼자 내버려 두지 마."


"꺼져!! 쓰레기!!!"


배미는 정말로 날 혼자 내버려 두고 내려갔다.


혼자 남은 나는 멀뚱히 하늘을 올려다보다 이내 결의를 다지고 수정이네 반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응, 괜찮아. 괜찮을 거야. 분명!"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또 올려볼게요~ 

 평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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