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고가 주를 이루므로 음슴체로 쓰겠습니다.
뭐랄까... 회고는 독백처럼 하는 게 좋더라고요. 이랬습니다, 저랬습니다 식으로 쓰는 거 왠지 좀 힘드네요.
공지사항 읽고 문체 수정했습니다.
아, 사람 죽은 것과 관련한 얘기니 혐오감이 들 수 있습니다. 그럴 것 같으면 읽지 않는 것을 권합니다.
아주 여러 해 전에, 지금은 몰락한 어느 번역 전문 사이트가 있었습니다.
대충 지금의 ㄱㅅㅇㄷㅋ과 같은 포지션이라 생각하면 될 듯하네요. 좀 더 구리긴 했지만 그거야 뭐...
그런데 어느날, 거기 자유게시판에 죽고 싶다는 글 하나가 올라오더군요.
공장 근로자인데 날마다 엄청난 학대를 당했다고,
어느날 갑자기 폭발해서 사람 여럿 죽이고 튀었다고 하면서
죽기 전에 잠깐 피씨방 들렀다고 했습니다.
다들 안 믿는 반응이었고, '저새끼 구라다', '그냥 뒈져', '진짜 죽을 놈이 이럴 리 없지' 등
갖가지 부정적인 조롱과 비아냥이 난무했죠.
나도 별로 믿기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굳이 부정적으로 반응할 이유도 못 느껴서 속는 셈 치고
'정말이라면 자수하고 죗값을 치러라',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데 죽지 마라'라는 등의 말을 해줬음.
제 기억으로 당시 나처럼 말하는 사람은 저 하나뿐이었습니다.
좀 중립적인 반응도 한 명 있었던 것 같긴 한데 기억이 잘 나지 않고...
글쓴이가 나더러 고맙다고 한 건 기억나네요.
그러고 사흘인가 뒤에 누가 자게에 뉴스 하나를 들고 왔는데
공장에서 사람 찌르고 도망친 사람이 야산에서 목을 맨 시체로 발견됐다는 겁니다.
다들 처음엔 '헐 뭐야', '이게 진짜였어?', '진짜 죽었다고?' 식의 반응이었고
조금 시간이 지나자 '내가 진짜인 줄 알았겠냐', '곧 죽을 놈이 이딴 데다 글을 왜 써?' 하는 식의 반응들이 난무하더군요.
보면서 참 인간에 대한 환멸이...
지금도 그 사건이 가끔 생각나는데, 그럴 때마다 속으로 명복을 빌어주곤 합니다.
그리고 끝까지 죽지 말라고 말린 건, 지금까지 내가 살면서 한 몇 안 되는 잘한 일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