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로마의 정교회가 탄생하게 된 배경은 뭔가요

교리도 세부적으로 가면 은근 다른데 제일 유명한 게 필리오케 논쟁임. 정교회에서 쓰는 그리스어판 성경에서는 성령을 성부에게 발하는 것(τό εκ τού Πατρός εκπορευόμενον)으로 정의했는데 가톨릭에서 쓰는 라틴어판 성경에서는 성령을 성부와 성자에게서(Filioque) 발하는 것으로 정의함. 여기엔 정치적 문제도 좀 엮여있는데, 교황은 베드로의 후계자고 베드로는 성자(예수)의 수제자임. 라틴어 성경은 성자의 제자의 직계인 교황(로마 총대주교)가 성자에게서 발하는 성령의 이끄심을 다이렉트로 받을 수 있다고도 볼 수 있는 해석이라 이게 교황수위권의 근거로도 볼 수 있음. 이걸로 동방과 서방 간에 키배가 엄청 일어났음.

초기 교회의 5대 총대교구 (로마, 콘스탄티노플, 알렉산드리아, 안티오키아, 예루살렘)에서 로마 주교의 수위권은 인정되었으나, 제 1차 콘스탄티노플 공의회에서 콘스탄티노플 총대교구가 로마 주교의 뒤를 이은 명예상의 수위권을 누리게 됩니다. 로마 제국의 최전성기에도 새로 개척한 서유럽 지역보다 동방 지역이 더 부유하고 인구도 많았습니다. 수도 로마의 뒤를 잇는 제 2의 도시가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였고, 콘스탄티누스가 비잔티움에 신 로마를 건설한 뒤에 제국의 역량이 신 수도에 몰리면서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의 위상도 함께 올라갔으며, 그것이 확고해진 것이 바로 제 1차 콘스탄티노플 공의회입니다. 동로마에 있는 '유일한 황제'는 서로마 교황을 자기 밑에 있는 콘스탄티노플 대주교를 견제하기 위한 용도로 썼는데, 문제는 공의회를 통해 불거진 교리 상의 문제가 툭하면 불거졌고, 7세기 모하메드와 그 후계자들인 4명의 칼리프가 이끄는 이슬람이 부유한 동방 지역을 휩쓸면서 동로마가 쇠퇴하는 가운데, 서로마 교황이 서기 800년 카롤루스 대제를 로마의 황제로 세웁니다. 이제 동방 황제를 걱정할 필요가 없고, 안정적인 세속 권력자가 뒷받침된다면, 로마 교황이 굳이 먼 콘스탄티노플의 황제를 신경 쓸 필요가 없었던 겁니다. 이미 성경에 대한 해석과 교리에 있어서 이 둘은 다른 길을 걷고 있었고, 1054년 동서대분열은 수세기 동안 축적된 갈등의 분화의 결과물입니다. 그 뒤에 제 4차 십자군에 의한 콘스탄티노플 함락과 약탈은 서로 간의 갈등을 극대화해서, 결국 1453년 콘스탄티노플이 함락될 때까지도 풀리지 않았습니다. 콘스탄티노플이 라틴인 주교들의 모자로 뒤덮히는 것을 보느니 투르크 인들의 터번을 보겠다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으니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