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공연은 보러 갔어도 아이유님 콘서트는 처음이었는데 모든 게 새로웠네요. 당장 티켓팅부터가 팬클럽 가입하고도 실패할 뻔한 건 지금 생각해도 많이 아찔해요.
우선 시작부터 범상치 않았어요. 나름 일찍 간다고 생각했는데 엄청난 인파였어요. 당장 굿즈 부스 기다리는데 이제 다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절반도 안 온 걸 알아차리기를 세 번은 반복했어요. 겨우 끝내고 천천히 둘러보는데 와... 역시 월드투어하는 가수는 다르다고 각국에서 응원을 보내네요. 그 와중에 인파는 더 몰려들어서 계단에 발 디딜 틈이 안 보일 정도.
공연 입장하니 방석과 쌍안경을 주는데 모두 요긴하게 쓰였어요. 오늘 경기장은 이전에도 온 적이 있었는데 여기 좌석이 솔직히 편하진 않거든요. 방석 아니었으면 오늘 엉덩이가 많이 아팠을 거에요. 지금도 이 글 쓰고 있는 제 의자 위에서 제 역할 하고 있네요. 쌍안경은 처음 써보는 거라 가끔 아이유님 찾으려다 실패할 때도 있었지만(주로 날아갈 때~) 또 그만큼 대박을 건진 적도 많네요. 특히 제가 있는 쪽에 윙크 하거나 손가락을 가리킬 때 클로즈업해서 보니까 너무 설레는 거 있죠.
공연의 전체적인 소감으로 넘어가자면 우선 소리 관련한 사항들이 너무 좋았어요. 대규모 야외 공연이라 걱정도 들었는데 제가 지금까지 간 공연 중에서 최고였어요. 골든아워는 영화로 즐겼는데 과장 안 보태고 그때 즐긴 음향과 오늘 공연이 별 차이 안 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응원법을 많이 익히지 못하고 갔는데 아예 전광판에 띄워주네요. 정말 고마웠어요. 사실 처음에 몇번 하다보면 나중엔 자연스럽게 익히는 게 응원법이지만 그래도 컨닝 페이퍼가 있으면 좋죠. 아쉬운 점은 얘기하자면... 역시 자리가 문제였을까요? 무대가 거의 안 보이는 좌석이라 전광판에 많이 의지해야 했는데 그래서 전체적인 무대 구성을 즐기지 못한 게 아쉬웠어요. 아이유님 얼굴도 많이 못 봤구요. 의자에 앉는 등 안쪽으로 들어가면 아예 못 보죠. 그리고 쇼퍼 전에 타이핑으로 메세지를 전하는 연출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게 저희 쪽엔 아예 안 보였어요. 드론도 본 사람이 있었으려나 모르겠네요. 이런 점 때문에 오늘은 제대로 못 즐긴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하지만...
너랑 나 떼창하면서 그런 생각이 싹 사라졌어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 공연의 클라이막스를 담당하는 노래답게 결정적인 순간에 나오네요. 한바탕 소리 지르면서 왜 아이유를 좋아하고 이 공연에 온 건지 체감했어요. 노래가 끝나고 바람이 불기 시작했는데 제 마음속에도 시원함 바람이 부는 것 같았어요. 그래요. 이 좋은 노래의 라이브와 유애나의 떼창이 있는데 그깟 게 무슨 소용이에요. 까짓것 다음에 1열 잡아보죠 뭐. 아, 너랑 나 만큼은 셋리에서 오랫동안 졸업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너랑 나 이후에 모든 노래들은 아까 같은 잡념은 떨쳐내고 더 즐겁게 관람했어요. 제 나이 스물 셋에 듣는 스물 셋도 각별했어요. 들으면 들을수록 공감되는 노래에요. 홀씨랑 관객이 될게를 수미상관처럼 마지막에 다시 부르니까 더 완벽한 호흡으로 끝낼 수 있어서 개운했어요. 마무리도 제가 원하는 신나는 노래로 끝나서 다행이에요. 목이 정말 갈라질 것 같았지만 있는 힘 없는 힘 다 끌어올려서 외쳤어요.
처음 가본 아이유 공연, 가슴이 찡할 정도로 감동적이였어요. 내년부턴 현생 문제 때문에 공연은 자제하기로 결심했는데, 오늘 이렇게 즐겨서 오히려 미련이 없어지네요. 다음에 걱정 없어 더 좋은 자리에서 더 좋은 공연으로 아이유님을 만나길 바라며 열심히 살아야겠어요. 여러분들도 고생하셨고, 모두 다음엔 플로어 1열 예약 성공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