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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레이소설] 죽지 못하는 사람들

"다다익선이라. 한신은 자신에게 군사가 많으면 많을수록..."

"그 군사들을 더 잘 다룰 수 있다고 했지. 그쪽도 마찬가지야.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 사람들을 더 잘 다룰 수 있을걸."




 내 목을 베려고 한데다 남의 집에 들어와 담배나 태우고 찬물을 먹인 대상에게 교양이란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더군다나 그게 전 909 특수 특작 부대장 김민철이라면 말이다. 하지만 수십년 동안 수십번이나 죽고자 노력했던 내게 죽음 조차 허용되지 않은 미친 세상인 만큼, 한신을 주제로한 대화만으로 사막에 이슬이 내리는 정도로 정신적인 위로를 받은 미친 상황도 다 설명이 된다.

"김민철. 날 어떻게 찾은거야?"

 김민철은 담배가 땡긴다면서 좀 걸으면서 얘기하자는 제안 응했지만, 아직 풀리지 않은 의문이 있다. 이 [꼬맹이]가 어떻게 날 찾아왔는지 알아내야 한다.

"운이 좋았지. 풀려나자마자 해안가 쪽에 산업단지를 돌았고. 그 다음에 여기."

 그러더니 똥 씹은 표정을 짓더니 담배를 쭉 빨아마셨다.

"미아 행세하는 게 얼마나 좆같은지 알아?"

"그렇다면 달라진 건 없어. 계속 그렇게 해."

"이 씹@$"

 김민철은 줄담배를 부러뜨리더니 살의에 찬 눈빛으로 날 노려봤다. 당연히 이런 지시에 납득 할리가 없겠지.

"우리 둘이 만날 동안 정부에서 요원을 '아직까진' 파견하지 않았어. 조만간일 수도 있지만. 넌 우리가 서로 알던 사이도 아닌 것처럼 서둘러 떠나서 다른 [특별관리자원]의 위치와 신원을 파악할 수 밖에 없어."

"성민호 이 개새끼, 이정도 밖에 안되는 거였어? 나보고 또 그 짓거릴 하란 거야?"

"난 이미 자살 미수만 수십번이야. 찍혔거든. 너랑 나랑 같은 정도의 감시 수준이래도 날 더 주목하겠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더 없어."

"그래도 이번엔 내가 어디로 갈지 좀 적어줄 테니까. 너도 다리 아프게 뛰지 말고 고오급 리무진이나 타고 가."




"씨발 고급은 무슨."

"왜, 너라면 저런 취향일 줄 알았는데?"

 김민철이라면 파란 페인트가 군데군데 벗겨진 [노화역행시대 이전 차량]에 환장할 줄 알았더니.

"햄버거 시키면 가끔 저게 오거든. 불법 택시 주제에 가게에서 인력 딸리면 돈 몇 푼 쥐어주고 일 시킨다나. 불법 사업에 발 담근 주제에 친근하게 구는 거지."

"됐고. 왜 하필 핵융합 발전손데?"

"우선은 여기서 그리 멀지 않기도 하고. [성민호의 국가 장례식 생쑈]가 끝난 다음에 그쪽 물리학자들이 사고로 많이 죽었거든. 진짜 사고일수도 있지만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 게 좀 뻔하단 말이지."


 안정성이 높기로 유명한 핵융합 발전소의 [폭발] 사고, 비극적으로 일어난 교통사고, 몇몇 안락사. 따로따로 떼고봐도 냄새가 나지만 사망자에게 공통된 특징이 있다.

"강민준, 정도윤, 심유나... 저명한 물리학자 셋 외 핵융합 발전 관련 기술자 여럿. 쪽지는 네 주머니에 넣어놨어. 이중에 하나라도 걸리면 이득이야."

 

 평범한 사람들이라면 위대한 인물들이 스스로 안락사하거나, 안타까운 사고로 인해 순직한 암울한 시절로 기억하겠지만 최초의 [특별관리자원] 입장에서는 정부가 날 시작으로 뻔뻔하게 특별관리자원 대상자를 확보해 나간 것이다.


"또 애새끼 행세를 하면서? 닌 진짜 곱게 못 뒤진다."

"넌 날 두 번 만에 찾았잖아. 이번에도 뒤지게 운 좋겠지."

 얘기를 나누던 사이 불법 택시의 헤드라이트는 우리 앞에서 멈췄고, 운전석 창문이 천천히 내려와 낯익은 얼굴이 나타났다

"365일 24시간, 네비게이터도 GPS도 없이도 따따블만 쳐주시면 동서남북 어디든지 데려다주는 길동 택시입니다. 호출하신 분 맞나요?"

'방금 창문을 돌돌이로 내린거야?'

'조용히.'   "네. 이 꼬마 아가씨가 늦게까지 집에 돌아가지 않아서요. 이 주소로 가시면 되요."




 내 할 일은 다했다. 다했을 터였다. 불법 택시 기사란 작자들은 돈만 보태준다면 인도 위에서도 풀악셀을 밟는다는 사례도 있었으니 현금의 네 배면 충분히 입막음이 되었을 것이고 그럼에도 기사가 저항하거나 난동을 피우거나, 전부 글러먹게 되었더라도 김민철이 순식간에 제거할 것이다. 또 정보부 직원들이 와서 추궁을 한다면 최소한 시간을 벌만한 변명도 생각둔데다, 김민철이 특별관리자원과 접촉을 한다면 추후에 연락할 장소도 방법도... 그런데 이번에는 천재 과학자인 내가 듣도 보도 못한 잡놈 하나를 예상하지 못했다. 심지어 그 잡놈이란, 똥차를 몰며 가끔씩 내게 슈퍼사이즈 버거 세트를 딜리버리하던 불법 택시 기사! 그것도 촌티나는 이름 봉팔이.

 하지만 이제 더는 방법이 없다. 하! 다다익선이랬나.

"야. 너 못 죽는 사람 아니지? 그럼 우리 좀 도와줘야지 싶어."

"암요, 오연희씨! 지옥까지 모셔다 드릴 수 있죠."

 그러더니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를 중절모를 푹 눌러쓰며 똥폼을 잡는 꼴불견을 보니 대충 어느 과인지 알 것 같다. 뭔가 자기만의 무언가를 이루면 육체적인 흥분을 겪는 그런 쪽. 김민철이 이따위 작자에게 설득당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다. 특별자원관리 둘에 일반인 불법 택시 기사 하나, 제대로 굴러가기나 할지 의심이 가는 이동 수단을 구했다는 것에 만족해야하나.

"이제 겨우 셋인가... 그래도 빠르군"

"셋이라니요? 그보단 더 많죠."

 이동수단과 나, 김민철 그리고 도주 계획까지 머릿 속에 대강 정리되던 참에 몰입을 깨게 만든 건 봉팔이였다.

"목숨 걸고 맡길 만한 사람이 스물... 그 외로 수족으로 부리는 인력은 백하고도 마흔 정도요. 다들 노화역행세대라서 쓰잘데기 없이 수는 좀 많죠."

"저도 근거 없는 저희 아버지의 미친 소리만 믿고 똥폼만 잡고 살아온 건 아니랍니다. 뭐가 필요한 거에요? 돈? 무기? 약품? 차량?"






 김민철은 운이 좋은 편이다. 아니, 행운아다. 긿 잃어버린 여자아이 행세를 하며 산업단지와 연구소를 두어번 들쑤신 것으로 날 찾아냈고, 우연 하나만으로 찾아온 불청객이 우리 최대의 후원자다. 거대 기업가나 국가 기관에 비하면 새발의 피겠지만 현재로썬 가뭄의 단비와 다름이 없다. 하지만

"봉팔이 이 새끼, 악셀 더 밟아!"

"아잇 싯팔 진짜; 160에서 더 안나온다고요!"

"하아아..."

 국가 입장에선 특별관리자원 둘이 동이 틀 때까지 함께 있는 게 당연히 불미스러운데다가, 불법 택시에 탑승한 체 사막화된 한산한 국도를 타고 도시를 떠나는 건 더더욱 안되는 일이지.

"시발 엄살 피우지 말고 더 밟으라고! 여기서 떼어놔야 해! 총 안쏠 때 튀어야 한다고!"

 동의하는 바다. 아직 저들은 우리가 서로 특별관리자원임을 눈치 채고 사랑의 도피를 하러 가출하는 비극 속 연인 쯤으로 알고 있을 것이다. 요원들의 정보력을 결코 얕보는 것은 아니지만 이 똥차를 따라잡지 않은 것을 보면 심지어 예우까지 더해주는 듯 하다.

"아아. 오연희 씨. 김미미 양. 적당히 하고 돌아오세요. 햄버거에 치킨 세트도 쳐줄 테니까."

"뭐? 김미ㅁ 푸흦"

 정보부 최신예 차량의 확성기에서 나온 말은 정말로 의외였다. 그러고보니 김민철, 자기 가명 절대로 안알려줬지

"씨발 네 처웃었겠다, 내가 이딴 이름 받고 싶어서 받았냐 어!?"

"와... 연희 씨 사람 이름 가지고 그러는 건 좀;"

"닌 주둥아리 닥치고 몰기나 해!"

"안 그래도 금방이에요. 들어갑니다!"

 내가 웃음을 멈추지 못하고 꺽꺽대고 있을 무렵 봉팔이가 기합소리와 함께 핸들을 왼쪽으로 크게 틀었고, 그 회전력에 [김미미]ㅋ는 순간 조수석에서 붕떴다. 모래언덕 하나가 모세의 기적처럼 열리더니 쿵. 둔탁한 소리와 함께 문이 닫히고 시커먼 터널을 따라 내려간다.

"죽이는 데? 시리아에서도 이만한 비밀기지는 못 봤어."

"안심하긴 일러. 아직 추적 장치가 있잖아. 게다가 이미 여기까지 왔으면 정부에서 더 강경한 수단을 쓸거야, 방금 지나간 문이 지옥문인 셈이지"

 추적 장치를 떼더라도 거기서 다가 아니다. 봉팔이가 안내해준 거점 역시 정부에서 찾아낼지도 모른다.

"일단 이 거점에서 추적 장치를 떼고, 폭약을 설치해서 여길 흔적도 없이 날리는 건 어때요?" "아, 고마워하실 거 까지야. 말 안해도 다 알아요."

"당연히... 그래야지..."

 김민철은 운이 좋다. 운이 너무 좋다. 그냥 음모론자 떨거지였으면 쓰고 버리면 그만이지, 도저히 버리고 싶다고 버릴만한 인간이 아니다. 도대체 어떤 광인을 물고 온거야. 



 



쓰면서 아 안그래도 내가 만든 캐인데 넘 데우스 엑스 마키나처럼 되는 게 아니냐... 아 이러면 다 말아먹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김민철과 성민호에 대한 캐릭터 몰입을 좀 덜하고 글 짓는 부분도 있네요.


핵융합 발전소 쪽으로 나온 이름들은 이어받을 분들이 살리시기 나름이지만 우선은 사전에 미회수떡밥으로 생각하고 넣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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