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떄가 개인적으로 사람 보는게 무서워서 대학교 수업도 못 들으러 갈만큼 굉장히 힘든 떄였는데 그떄 정말 독립이 하고 싶었어요. 내가 노숙을 하면서 살더라도 굶으면서 무료급식으로 연명을 하더라도 차라리 아무것도 없이 살고 싶었어요.
내가 수업 내용도 이해가 되고 시험도 나름 잘 봤는데 그냥 사람이랑 같이 있는 것 자체가 싫고 무서워서 대학을 안 나갔어요. 게임도 거의 싱글플레이 게임들이나 했고요.
나같은 거한테 보내주는 엄마아빠의 돈이 아까웠고 나같은 사람한테 쓰는 엄마아빠의 시간과 정서적 지원이 너무나도 과분하다고 느꼈어요. 엄마아빠는 지금까지 날 키워준 은혜가 있어서 난 그 은혜를 갚아야만 한다고 생각했어요. 더이상 엄마아빠를 힘들지 않게 하는것으로요.
대학생이면 어른이었으니까요. 슬슬 독립을 해야 된다 생각했어요. 엄마아빠 속썩이지 말고요. 청소년이었으면 엄마아빠랑 같이 있어도 되지만 어른의 세계는 더이상 핑계가 통하지 않는 곳이잖아요. 내가 잘못을 하면 무조건 나의 잘못이고 내가 실패를 하면 무조건 나의 실패에요.
내가 힘들더라도 엄마아빠가 몰랐으면 했어요. 차라리 내가 다 껴안고 그렇게 살다가 저 깊은 어둠 속 끝까지 내가 들어갔으면 했어요. 왜냐면 나는 실패했으니까요. 내가 강했다면 그런 두려움을 이겨내고 수업을 들었겠죠. 아니, 어쩌면 그 이전에 좀 더 마음을 먹고 공부를 잘해서 하버드를 갔었겠죠.
그러니까, 그 상태로 있는 것은 나의 잘못이고, 나의 실패였던 거에요. 내가 얼마나 힘든지는 중요하지 않았어요. 내가 실패했다는 것이 중요한 거지. 내가 성공했으면 엄마아빠의 곁에 있을 자격이 있었겠지만 난 그럴 자격이 없었어요. 자식의 실패를 원하는 부모님은 없을 테니까요.
내가 아팠다는걸 말하기가 싫었고, 엄마아빠가 몰랐으면 했어요. 엄마아빠 걱정시키기가 싫었고요. 내가 당장 다리를 바라볼때 저 강물 밑에 내가 떠내려가면 어떨까를 생각하는 지경이었더라도 차라리 모든 아픔 실패만 내가 다 혼자 떠안고 저 먼 서해바다까지 내 몸이 흘러간다면 그거면 난 된 거라고 생각했어요.
정서적인 아픔은 병처럼 퍼지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엄마아빠는 그 전에도 나떄문에 힘들었으니까. 그러니까 내가 아무말도없이 홀로 없어진다면 엄마아빠가 누리는 삶의 질이 훨씬 올라갈거라 생각했어요. 나에게 갈 돈과 시간이 전부 엄마아빠만의 것이 된다면. 솔직히 지금 생각하면 개소리지만.
언제까지 엄마아빠를 버팀목으로 삼고 살아갈라고. 언제까지 엄마아빠 등골을 빨아먹고 그 추한 삶을 연명할려고. 서울대는 커녕 인서울도 못간 새끼가. 학생으로서 무조건 이루어야만 하는 목적을 못 이룬 새끼가 감히 숨을 쉬고 살아있다는 것을 난 스스로 용납할 수가 없었어요.
엄마가 해주는 밥먹고. 아빠 차 타고 학교가고... 19년동안 그렇게 엄마아빠 등골 빨아먹으면 됐지. 더이상 어떻게 그 추악하고도 역겨운 삶을 연명하겠다고 감히 엄마아빠가 보내준 돈으로 밥을 쳐먹고 앉아있냐고. 그 돈을 날 위해서가 아닌 엄마아빠가 엄마아빠 스스로를 위해서 썼어봐. 그게 훨씬 더 가치있을텐데.
그렇게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나에게 있어서는 크나큰 죄였어요. 난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죄인이었어요. 왜냐면 내가 그렇게 정했으니까요. 할 줄 아는것도 없으면서 뭘 하겠다고 나대고 있냐고. 대학교 가고 나서 본 토익 점수도 800점뿐이 안되면서. 무슨 공부를 하겠다고.
그렇게 아무것도 할줄 모르는 새끼가 어차피 해도 안될 짓만 골라서 하고. 그래가지고 당연하게도 하는 일마다 다 실패하고. 이제 핑계는 끝이라고. 20살이 되었고 대학생이 되었으니 너는 어른이라고. 너는 그 날부터 살더라도 어른이고 죽더라도 어른으로 죽어야 한다고.
그런데도 니가 쬐끄만한 트라우마 있다고. 사람 보는거 힘들다고 학교를 안다녀? 니가 전쟁터에서 겨우 살아돌아왔어? 니 팔다리가 잘렸어? 아니면 니가 어디 감금을 당했었어? 아니면 니가 그런 행동을 하는게 납득이 될 만큼의 위기를 겪었어? 아니잖아. 같은반에 있던 새끼들한테 폰 뺏기고 조리돌림 좀 당하고 페이스북 계정 해킹당한게 무슨 대수인데.
이런 천하의 후레자식이 있나? 이런 천하의 죽일놈이 있나? 그런 삶을 어째서 뻔뻔하게도 계속 살려고 드냐고. 그게 인간말종이지. 그게 니가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인간이지. 그래. 니가 상상할수 있는 최악의 인간이 바로 너라고. 그런데도 굳이 살겠다면 차라리 노숙을 하라고.
최악의 인간이. 아니. 인간이라고 부르기에도 아까운 부스러기가 누구에게 의지를 하려고 드는 건 너무나도 큰 죄악이자 이기심이었어요. 속죄는 엄마아빠가 준 모든 것에서 벗어나서 노숙을 하면서 굶는 것 뿐이었죠.
아무튼 그런 생각을 하면서 살았어요. 가출도 했었고 노숙도 했었고. 엄마아빠가 찾아냈었지만.
그 이후로 전 공익으로 빠지게 되었고... 그 뒤엔 공익 월급 한 60만원쯤 되는 거에서 가끔씩 좋은 일에 썼어요. 그게 그 때의 내가 생각한 나름대로의 최선이라서.
의무에서 충실감은 느끼지 못했지만, 짜여진 삶이란게 적어도 내가 마음대로 노숙같은건 하지 못하게 막는구나 하는 걸 느꼈습니다. 전 지금도 무언가를 향한 의지가 굉장히 떨어져서 누군가가 채찍질하는건 싫어하지만 누군가의 채찍질이 없다면 굶어 죽기 직전까지 아무것도 안 먹을 사람이에요.
아무튼 이렇게 살다간 내가 정말 나를 죽이겠구나 싶어서 병원도 다녔고, 사람이랑 이야기하려고 노력도 해서 약 5년만에 인터넷 친구나마 나름 친한 사람도 생기고... 비대면인 틈을 타서 나에게 아무런 해를 주지 않았어도 나에게 짙은 트라우마로 남아있던 대학도 복학하고... 나름 충실한 삶을 보냈다고 생각합니다.
신기하게도 화면 너머라서인지 사람들이 무섭지가 않았어요, 나름대로 트라우마를 극복한건데도 딱히 큰 감흥도 없고 난 무엇이든 할수있다 같은 자신감도 안 생기더라고요.
제가 선뜻 다가가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저에게 다가와준 인터넷 친구에게 고마움을 보내고 이런 고백을 할 공간이 있는 것에 고마움을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