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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문) 예전에 한참 응원했던 채널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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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하게 음슴체로 씀...

 

그 땐 V튜버 산업의 시류가 본격적으로 영상계(생방송보단 편집 영상 위주로 올리는 컨셉)에서 생방계로 옮겨가던 때였음.

탈버생할 때까지도 그랬지만, 난 영상계를 좋아했었음. 키즈나 아이부터 시작해서 카구야 루나, 전뇌소녀 시로, 미라이 아카리같은 당시 사천왕이라 불리던 버튜버들은 전부 챙겨봄.

그러다가 어떤 채널을 찾았는데, 채널.컨셉이 딱 내 취향이었음. 영상 편집 센스도 뛰어났고, 소재도 기가 막히게 뽑고, 캐릭터들 개성도 다양하고, 무엇보다 웃기고. 게임 홍보 영상도 맛깔나게 잘 만들더라.

장래희망에 대한 영상도 봤는데, 꿈에 대한 신념도 대단해보였음. 돈이나 명예만 좇는 삭막한 현대 사회에 보기 드문 꿈을 좇는 사람이라 느꼈음.

단숨에 마음을 사로잡혔음. 그렇게 팬이 됐고, 그 채널에서 영상을 보는 게 일상이 됐음. 기쁠 때도 힘들 때도 항상 챙겨봤음...

그 채널에게서 받은 기쁨에 대해선 지금도 고맙게 여기고 있음. 덕분에 지금도 꿈을 놓지 않고 있으니까. 실천은 몰라도.

 

아무튼, 이 유튜버에게서 받은 것만큼 나도 뭔가를 하고 싶었음.

채널을 위해 뭔가 기여를 하고 싶었고, 이 채널을 널리 알리고도 싶었음. 그래서 영상 번역을 도전함.

지금은 또 자막 정책이 달라졌지만, 당시에는 시청자가 자막을 게시하려면 두 가지 방법이 있었음.

하나는 시청자가 자막을 업로드하면 채널 주인이 승인하는 방법(지금은 이게 유일한 방법).

다른 하나는 업로드된 자막을 다른 시청자들이 검토해서 일정 수 이상의 검토자 승인이 나면 게시됨.

그런데, 채널 주인이 어떻게 알겠음. 이 외국어 자막이 맞는 자막인지 아닌지. 다개국어 능력자가 아니고서야. 그래서 자막 깎는 시청자들은 후자의 방법에 의존함. 나도 그렇고.

그렇게 자막을 만들고, 업로드하고, 키갤에 올려서 승인 요청을 받고(갤 화력으로 모자라면 유게도 가끔 찾았음), 자막이 올라가면 기뻐하고.

그러다가 양덕들이 만든 디스코드 팬 채널(유튜버 공인)을 발견함. 나 한국어 자막러다! 하고 인사 씨게 박고, 자막이 게시될 때마다 거기에 인증함.

그렇게 지내던 어느날, 디스코드 채널주(그 유튜버와 커넥션을 하고 있음)가 번역가용 서브채널에 초대하고, 유튜버에게서 받은 업로드 전 영상과 스크립트를 제공하면서 번역을 요청함.

정말로 검증받은 자막 제작자가 된 것 같아서 정말 기뻤음. 영상을 제공 안 해주는 날은 그냥 기존 방식처럼 자막을 만듦.

입대해서 상황이 여의치 않았음에도 어떻게든 사지방에서 자막을 만들기도 했음.

사지방으로 안 되면 핸드폰으로, 불편한 인터페이스를 감수해가면서 만들었음(병사 휴대폰 사용가능이 막 도입된 시점이었음).

 

그러다가, 그쪽에서 새로 채널을 하나 팠다고 함. 그쪽 채널의 캐릭터 중 하나를 새 채널에서 쓰겠다고.

이번이 세 번째 채널 분리인데, 두 번째는 이미 자막을 만들고 있었고(애당초 디스코드 채널을 알게 된 거였으니까), 첫 번째는 지금은 미라이 아카리 채널임.

그쪽도 자막을 하기로 함. 이쪽은 영상 제공을 안 해줘서 그냥 채널에 영상이 올라올 때마다.

자막이 게시되면 트위터에도 인증했는데, 한국말로 "감사합니다!"라고 적어서 답글을 달더라. 정말 기뻤음.

그러다, 갑자기 그 채널에서 신캐릭터가 등장하더라. 나도, 시청자들도 본채널에서도 그런 것처럼 캐릭터 추가 정도로 생각했음.

 

아니더라. 그 캐릭터는 새로 성우까지 붙고, 원래 캐릭터는 빠지고 채널을 먹어버리더라.

그래도 응원했음. 팔린 게 아니라 생각했음. 원래 채널 주인장이랑 계속 커넥션 하겠지 생각했었음. 자막도 꾸준히 만들었음.

아니더라. 채널은 또 새로운 컨셉을 내고 이전 컨셉에 있던 캐릭터들은 새로 채널을 파더니 영상 하나만 올리고 그대로 죽은 채널이 됐음.

3D모델까지 만들더니 결국엔 프로젝트가 엎어졌나봄.

그나마 이전에 채널 컨셉이 바뀔 땐 예고라든지, 고별영상같은 것도 있었는데, 이번엔 그런 것도 없었음. 전조 없는 물갈이였음.

그래도 일단 지켜봤음. 자막 제작은 진작에 그만뒀지만.

 

근데 이 X이 19금 버튜버를 한다고 하더라??? 어이가 없는 걸 넘어 멘탈이 승천할 지경이었음.

다시 생각해보니 채널이 팔리고 팔린 게 맞는 것 같더라.

대체 여기 채널을 위해 해온 응원은 뭐였고 노력은 뭐였는지.

보니까 19금용 플랫폼으로 옮기고 유튜브 채널은 완전히 버려졌더라. 그나마 예전 영상은 전부 남아있는 게 불행 중 다행이랄까. 내가 만들었던 자막도 그대로 남아있음.

 

망한 채널 얘기는 여기까지 하고, 첫 문단에 언급한 채널로 돌아오자면...

이 채널은 체비오라는, 보이스로이드 비슷한 걸로 캐릭터에 목소리를 입히고 영상을 만드는 채널이었음.

캐릭터가 하나둘 늘어가면서 내가 한참 챙겨봤을 땐 5명+a까지 늘어남.

(+a는 초창기 캐릭터 중 하나인데, 한참 나중에 새로 성우를 받고 양덕들을 위한 채널로 독립함. 아까 언급한 두 번째 채널 분리가 이것)

그 다섯 중 둘이 성우가 붙은 채로 태어난 캐릭터들인데, 덕분에 사천왕급은 아니어도 제법 잘 나감.

이 캐릭터들이랑 유튜버 본인의 오너캐가 3D모델을 받고 기존의 두 캐릭터들은 아예 묻혀버렸더라. 활용을 안 해.

그러다가 생방장비도 갖춰지면서 이쪽도 다른 버튜버들처럼 생방계로 전업해버림.

꿈이라고 밝혔던 애니메이션 제작은 어떻게 된 건지 싶더라.

 내가 알고, 응원해온, 꿈을 좇던 그 유튜버는 더 이상 없는 걸까? 이런 마음이 들더라.

결국 위에 언급한 부채널 매매 건까지 겹쳐서 열정도 다 식어버렸고, 자막도 놓고 버생도 놓아버림.

 

푸념글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한때나마 열정적으로 응원했던 팬이었기에 이 글을 씁니다...

버튜버를 초창기부터 파왔던 분들은 무슨 채널인지 알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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