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 구독자 56명 | 모노가뚜리

하늘을 나는 배의 시대

공중함이라는 개념이 등장하자 대륙의 국가는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이 공중함에 매달렸다.
해안선이 넓은 국가, 대륙과 떨어진 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모노폴의 일종인 부유석, 그리고 이 부유석을 다루는 부양공학은 유례없는 발전을 맞이했기 때문이다.

부유석은 사실 이 세상에서 굉장히 흔한 자원임은 분명했다.
이쪽 세계에선 하늘 광산이라 부르는 부유섬들이 꽤나 많았고, 그에 반해 수요는 적은 편이었다.
분명 이 부유석은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진 자원이겠으나 시대는 아직 비행을 맞이하기엔 발전이 부족했다.
하지만 상황이 급변했다.
더 이상 연합 왕국과의 건함 경쟁을 견딜 수 없던 대륙권 국가들은 더 작지만 강하고, 빠르며 하늘은 나는 함선에 집중한 것이다.
이에 당황한 연합 왕국은 중재안을 들고 공중함을 건조하기 시작한 대륙권 국가들과 합중국에게 찾아갔다.
연합 왕국의 역사학자이자 해군 장교 출신인 에빈은 말한다.

에빈 "부양공학과 부유 마법, 조선공학의 발전 속도가 정점에 이르던 시기였습니다."

에빈 "몇 년이 지나면 어떤 신조함도 구닥다리임을 부정할 수 없죠."

에빈 "연합 왕국은 해양력을 견인하는 선구자이고 절대적 강자였습니다. 그런 왕국이 해군력을 스스로 제한하자고 한 것은 의의가 큽니다."

각국 해군이 보유할 수 있는 해상 주력함의 숫자를 제한하는 것은 물론, 공중 함대의 규모를 제한하는 조약이었다.

에빈 "당대의 누구도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그건 분명 우리의 실책이었습니다."

에빈의 말대로, 이는 분명한 실책이 되었다.
합중국의 해군학자 커크는 말한다.

커크 "바다 위에서 하늘을 공격할 수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커크 "이미 우리 해군은 조약 이전부터 항공기의 발전에 큰 관심을 가졌기 때문이죠."

커크 "부유석을 쓴 비행체는 일반적인 고정익 항공기에 비해서 둔합니다."

커크 "게다가 부유석의 출력을 생각하면 아무리 많은 부양엔진을 써도 그들이 두려워한 만큼의 공중함을 만들 수 없죠."

커크 "전함의 포를 공중에 놓고 쏘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그들 스스로 알고 있었거든요."

커크 "높게 날지도 못하고, 화력도 빈약하며 장갑도 얇은 공중함은 큰 고려대상이 아니었습니다."

공중함을 두려워한 나머지 해상함의 제약까지 들고 가버린 연합 왕국은 스스로의 제한에 얽매였다.
반면 다른 열강들과, 조약에 참가하지 못했던 신흥 강자들은 그들만의 판을 만들기 시작했다.
연방의 장군이었던 알렉산드르는 이렇게 평한다.

알렉산드르 "공중함은 당대 최고의 해군력을 가진 나라들에 의해서 폄하되어있소."

알렉산드르 "내가 젊은 장교였을 때, 우린 제국들과 전면전에 들어갔지."

알렉산드르 "분명 그들은 공중함을 해상함의 대체제로 생각했을 거요."

알렉산드르 "하지만 틀렸소."

알렉산드르 "우린 공중함에 로켓포를 마구잡이로 달았다오."

알렉산드르"그걸 본 놈들은 혼란에 빠져서 도망치느라 바빴지."

알렉산드르"그들 스스로 빈곤한 상상력에 갇혀있었기에 이런 유용한 병기를 잘못 취급하고 오판한 거요."

그의 말이 옳았다.
전간기 당시에 만들어진 수많은 크고 거추장스러운 공중함들은 도크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를 만든 수많은 열강들은 억지력이라 부르며 이 공중함들을 과시했었지만, 이후 대전을 통해 사장되고 말았다.

알렉산드르 "그들이 가진 공중함은... 강했소. 크고."

알렉산드르 "하지만 무기는 써야할 때를 상정해야하는 법이오."

알렉산드르 "써먹지도 못할 무기를 만들고 패배한 건 부끄러울 일이지."

대전이 끝난 후, 양강의 구도가 되자 공중함은 점차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게 된다.
재래식 병기와 비대칭 전력이 대두되자, 공중함은 다시 세상에 발을 뻗기 시작했다.
합중국의 군수업자 프랭클린은 회상했다.

프랭클린 "펜타곤이 원하는 걸 정확하게 캐치했죠."

프랭클린 "잠수함에서도, 수송기에서도, 지상에서도 전략미사일을 쏜다."

프랭클린 "하지만 사일로는 들키기 쉽고, 잠수함은 비싸며, 수송기는 어렵다. 대안을 내놔라."

프랭클린 "저희가 제시한 건 공중함을 기반으로 한 발사 플랫폼이죠."

프랭클린 "동맹국에 전개를 해도 좋고, 발사 후 이탈이 쉬운데다 지형에 제약을 받지도 않았습니다."

프랭클린 "정말로 완벽한 전략병기임이 분명했죠."

하지만 이들도 이내 위기를 직감했다.

프랭클린 "그런데 얼마 후 중앙정보국이 사진을 하나 보여주더군요."

프랭클린 "연방은 누구보다도 적극적으로 공중함을 플랫폼으로 쓰고 있었어요. 의외였죠."

프랭클린 "그들은 대함미사일도 장착하고, 준중거리 미사일도 장착하고, 대공미사일에, 레이더..."

프랭클린 "물론 흥미로운 건 있었어요."

프랭클린 "연방은 공중함 말고도 진짜 비행하는 배를 만들고 있었거든요."

이제 공중함은 새로운 시대를 다시 맞이하고 있다.
알렉산드르는 말한다.

알렉산드르 "전략무기 감축 협정으로 투발 수단인 공중함들은 그 자리를 잃었소."

알렉산드르 "하지만 그건 공중함의 역할 중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았지."

커크도 말한다.

커크 "신규 사업 중엔 함대를 보조하는 공중함이 있죠."

커크 "바지선 위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대잠초계기로도 쓰고, 보급선으로도 씁니다."

커크 "LCAC를 대체하기엔 너무 비싸고 작지만, 상륙 작전에서도 유용하고요."

커크 "게다가 보병화기 정돈 버티는 장갑을 이용해 강이나 슾지에서 보트를 대신해서 운용하고 있습니다."

프랭클린은 이러한 사업에 이미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프랭클린 "공중함은 이미 헬리콥터의 입지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프랭클린 "물론 헬리콥터는 공중함보다 싸고 빠릅니다."

프랭클린 "하지만 운용과 유지에 드는 돈은 더 비싸죠."

프랭클린 "특히 파일럿을 양성하는데 큰 힘이 듭니다."

프랭클린 "하지만 공중함은 헬리콥터보다 더 많은 무장을 달고 더 오래 작전을 수행하죠."

프랭클인 "이미 91년과 99년 우리 군은 공중함의 실전을 확인했습니다."

합중국은 대규모 병력 전개와 현대전에서 공중함의 입지를 실감했다.
강한 화력과 자유자재의 기동은 큰 성과를 내놓았다.

프랭클린 "우리 군이 대규모 기동으로 적을 따돌릴 때도, 수 백 소티의 공습에 나설 때도 공중함이 함께했습니다."

프랭클린 "앞으로 미래전장에선 우리의 공중함이 더더욱 중요해지죠."

모두가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아니다.
국방성 관계자 섬너는 이런 말을 남겼다.

섬너 "지금 이 체계는 애매한 위치에 있습니다."

섬너 "경장갑차량이나 트럭, 소형 선박, 회전익기 등등..."

섬너 "큰 차이가 없다면 굳이 돈이 더 들일 필욘 없죠."

섬너 "이런 다목적을 추구한다면 싼 값인 게 유리합니다."

섬너 "헌데 공중함은 매우 비싼 무기 체계죠."

섬너 "예산을 짜는 사람들의 눈엔 들어오지 않는 겁니다."

하지만 모두 동감하는 것은 있다.

에빈 "분명 공중함은 만족스럽다고 하기엔 모자랍니다."

커크 "하지만 그 영향력은 꽤나 큽니다."

알렉산드르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고,"

프랭클린 "미래전의 한 부분이죠."

섬너 "앞으로 무슨 시대가 열릴지는 모릅니다."

섬너 "어쩌면 제가 틀렸을지도 모르죠."

프랭클린 "적어도 그 기술이 존재하는 한,"

섬너 "...사람들은 전쟁에 쓸 겁니다."
로그인하고 댓글 작성하기
루리웹 오른쪽
루리웹 유머
루리웹 뉴스 베스트
PC/온라인
비디오/콘솔
모바일

루리웹 유저정보 베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