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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술- 어쩌면 세상의 모든 '무가치함'에 대해서

종합격투기 게시판이 생기고 댓글 이외의 글은 처음 작성을 해보네요. 지금 키보드를 두드리면서도 

과연 이런 글을 여기 써도 되는지, 또 다수의 의견을 거슬러 반대의 목소리에 두들겨맞아 괜히 피곤

해지지는 않을지 걱정이 앞서기도 합니다. ^^ 


우리는 살면서 많은 가치관의 붕괴를 경험했습니다. 단순히 '아노미'로 명명된 현상을 떠나 이 파괴

현상은 우리 생활 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게 일어났죠. 이는 무술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단적인 예로 쉬샤오둥을 필두로 전통무예의 실전성을 비판하며 무가치하다 역설하는 이들이 나오기

시작했고, '유능제강'의 원리를 비웃으며 기술의 완성이 단순한 육체의 단단함을 능가할 수 있다는 

것을 더 이상 대중들이 믿지 않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이는 시대가 흐르며 인식이 전환되기에 자연

스러운 변화를 겪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우리가 생각하는 '武'라는 개념은 단순히 관람스포츠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눈요기거리

로만 생각된다면 그저 두 가지의 행태 중 마지막에 살아남는 것을 우선시하기만 하면 될테죠. 그러나

실질적으로 존재하는 '武'라는 가치는 직접 힘써 존재하고, 증명함으로써 의미를 지닙니다. 경험하지

못하고 땀으로 이뤄내지 못한 글자 그대로의 단순한 '강함'에 우리는 '武'라는 글자를 가져다 붙이진

않습니다. 그렇기에 현대의 무도는 실전성을 앞세운 전방위적 무술인 'MMA'로 귀결되고 그 안에서

가장 강한 자는 가장 무거운 체급의 헤비급이라는 주장을 무턱대고 수용할 수는 없는 것이죠. 


물론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들- 예를 30Kg의 체중차가 난다면 급소공격 이외에 실제 데미지를 주느

것은 어렵다는 점이나 펀치가 가장 강한 힘을 낼 수 있는 방법은 점과 점을 잇는 가장 짧은 선으로 

이루어진 단순 '지르기'라는 사실을 반대 혹 거부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쩌면 이는 효용성에 관한 것

으로 '프라그마티즘'이 주창된 이후 인간이라면 자연히 받아들여야 하는 사고방식일테니까 말입니다.

그러나 '무도가'는 아닙니다. 앞서 말했듯 인간이 '무도'를 수양하고 '무예'를 단련하는 것은 그 당연

한 것을 극복하기 위해서입니다. 세상의 이치에 의문을 던지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내 몸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던져야 하는 것이죠. 


요즘 실전성을 찾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언급을 하는 '체급(사이즈)만능론'을 두고 생각을 해본다면,

아마 거의 대다수가 '당연하다'고 생각을 할 겁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허점이 존재합니다. 체급이란

것이 대결에서 이점을 가져가긴 하지만, 과연 그것만으로 최강이 될 수 있을까- 이는 몇몇 스포츠의

역사만 살펴보아도 바로 깨어집니다. 가장 실전적이라고 언급을 하는 복싱의 역사에서 다체급을 석

권한 예만 해도 많이 나오니까요. 그리고 보통 체급이동은 아래로 내리는 것이 아니라 월장을 하는 

것이 보통이며, 그렇게 된다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사이즈의 이점을 점점 잃게 된다는 것을 생각해

다면 기술의 완성도가 선천적인 '원시의 힘'(체격)을 능가할 수 있다는 걸 잘 보여주는 예라고 생

각합니다. 그리고 비단 상기의 예가 아니더라도 해당 주장의 가장 큰 허점은 체급만을 맹신해버린다

면 애초에 무술 및 각종 투기 종목계열의 운동을 수련하는 의미 자체가 없어져버린다는 것입니다.

나보다 강한 상대가 나에게 해코지를 해도 나는 이기지 못할텐데, 대체 왜 돈과 시간을 들여 운동을

하는가- 라는 지대한 논리의 '구멍'이 생겨버리는 것이죠. 어차피 큰 사람은 이기지 못할텐데, 그럼 

나보다 작은 사람을 이변없이 압살하기 위해 몸을 단련하고 기술을 익히는 걸까요. 생각만으로도

끔찍한 이런 이유라면 사회에서 앞장서서 '악의 도구'인 무술과 투기 종목을 철폐해야 할 것입니다.


어떻게 하다보니 현대 격투기 이론을 비판하는 것처럼 표현이 되었는데, 그런 의도는 아닙니다. 그

보다는 과연 우리는 정말 '무가치한 것'을 숭배하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싶었습니다. 많은

호신술짤들이 올라오면 당장에 따라붙는 꼬리표가 '실전에서 저게 되겠어?'라는 댓글들입니다. 요즘

세대들이 흔히 하는 표현으로 '~ 미만 잡'라는 말처럼 이미 '남자', '큰 사람', 'MMA'라는 그들만의

'강함=실전성'이라는 논리를 이미 세워놓고 의문을 빙자한 조롱을 보내고 있는 것이죠. '실전성'이란

'주어지는 가치'가 아니라 적어도 무술에서는 '만들어내는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당장에 쓸 수 있냐

의 문제가 아니라 쓸 수 있도록 만들어 낼 수 있냐를 따지는 것이죠. 


무가치한 것을 가치있게 만드는 것, 어쩌면 이는 단순히 무술의 모토가 아니라 인간이라면 응당 가져

야할 도전정신의 발현일지도 모르겠네요. 세상에는 무가치한 것이란 없다고 봅니다. 하다못해 달리기

라도 꾸준히 한 사람이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위급할 때 더 운동신경이 좋은 것처럼 단순히 강함에 대

한 신봉에 의해 그 근간을 이루는 정신 자체가 폄하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사실 무가치성을 말하며 가장 큰 화두인 '전통무술'에 대한 것도 다루고 싶었는데, 의외로 말이 너무 

길어져 이는 나중 기회로 돌려야겠네요. 


쓰다보니 마치 그 옛날 하이텔 생각도 나고, 혼자 추억놀이를 한 것같아 기분이 묘하기도 합니다. 게시

판이 생긴지 제법 되었음에도 뉴스 외에는 글들이 없어 주제넘게 작성해본 글입니다. 앞으로도 종합격

투기 게시판의 부흥을 바라며, 혹 오늘 이 글이 누군가들의 심기를 건드렸다면 그런 못된 의도로 작성된

것이 아님을 역설하며 이만 글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다들 다가오는 무더위 잘 이겨내시길 희망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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