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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시리즈 77번은 뮤지션 성진환의 『아무튼, 레코드』이다.
성진환 작가는 스윗소로우 멤버로 활동하면서 음악을 만들고 발표하는 삶을 오랫동안 살았다.
10여 년의 활동 후 한동안은 혼자서 노래를 만들어 부르고 만화를 그렸다.
이 모든 일들의 와중에서 그가 한 번도 쉬어본 일 없이 꾸준히 해온 것이 있다.
바로 누군가가 만든 음악을 좋아하고 즐겨 듣는 일이다.
그는 아직 언어를 구사하지 못할 때부터 음반이라는 물건에 집착했다.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된 후에는 카세트 레코더에 연결된 유선 헤드폰과
그걸 쓰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반복적으로 그렸다.
집에 있는 몇 개의 카세트테이프와 녹음기에 온 정신이 팔려 있던 아기 시절의 흥분을
40년이 지난 지금까지 생생히 떠올릴 정도.
뮤지션이 되는 상상은 어렸을 때부터 종종 했다.
은밀하게 품어온 또 다른 장래 희망이 있었는데,
바로 음반 가게 점원이 되는 것이었다.
사십대가 된 지금 그는 오랜 시간 가장 좋아해온 음반 가게 ‘김밥레코즈’의 매장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날마다 실컷 음반을 만지고 음악을 듣는, 그가 꿈꾸어온 삶이다.
음반을 만드는 사람, 사서 듣는 사람, 그리고 파는 사람.
작가 성진환의 삶은 이 세 개의 정체성을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다.
『아무튼, 레코드』에는 무형의 음악이 유형의 물건에 기록된,
모든 종류의 피지컬 음반과 각 매체의 재생 기기에 대한 성진환의 애호와 기록이 담겨 있다.
그는 음반을 물건 자체로도 좋아한다.
언젠가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라는 광풍이 불었을 때 그도 넘치는 물건들을 정리해보려고 시도했다.
집 안을 가장 많이 채우고 있는 음반들이 눈에 띄었다.
그렇지만 시간과 추억이 켜켜이 쌓인 음반들을 도무지 ‘정리’할 수가 없었다.
그는 생각했다.
여전히 설렌다면 버리지 않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