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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운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저는 이만화 덕분에 <한발짝 내딛지 않았습니다>.
남들보다 조금 긴 기간동안 백수 생활을 지내고 있던 저는 지인에게 어느 지역 협동조합에서 일할 것을 추천받았습니다. 비록 원하던 형태의 일은 아니었지만 사회적인 시선이 두려워서 저는 밀리듯이 첫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간단한 일이었지만 첫 사회 생활이어서 였을까요, 아니면 저의 천성 때문이 었을까요. 저는 상사분의 말귀를 항상 못알아들어서 업무를 처리하는데 있어서 언제나 버벅이고 느렸습니다. 나중에는 말을 못알아 듣더라도 대충 눈치것 했었죠. 그리고 손님을 대하는데 있어서도 서툴러서 클레임을 거는 손님들도 종종 계셨습니다. 그런 저는 보며 사수는 이것도 못하거나 못버티면 다른곳에 가서는 더할꺼라고 말씀하시곤 했습니다. 상사분이랑 사수가 좋은 분이라서 오히려 저는 직장에서 저의 무능함에 힘들었던 같았습니다. 그래도 아직은 시작한지 얼마 안되서 서툰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반년이 넘게 같은 일을 하는데도 실수가 많은걸 보고는 저 스스로가 저에게 지쳤습니다. 그래서 이따금 창고를 정리하면서 나오는 노끈들로 매듭을 짓고 있었습니다. 만화에 나오는 그 매듭말입니다. 제 책상 서랍에 매듭이 3개가 될 때즈음에 저는 퇴근후 아무도 없는 창고에서 매듭을 묶고 있었습니다. 그때 문득 족토 만화의 한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실패했다고 도망치지 말자.” 어쩌면 마지막일수 있는 생각이 가족이나 친구가 아니라 만화라니. 스스로도 웃겨서 그날은 더 이상 발자국을 옮길수 없어서 천장에 매단 매듭을 다시풀고 창고를 마저 정리를 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직장을 그만두었습니다. 애초에 제자리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SCF라는 행사 때문에 부산에 족토 작가님이 오신다길레 가서 작가님께 지역 특산물 과자도 몇봉지 드리고 왔습니다. 바쁘셔서 그런지 좋아하셨는지는 잘모르겠습니다. 그냥 드리고 온거 같습니다. 오랜만에 사람들이 많이 모인 행사에 가보니 은근 마음속은 <부러움>으로 가득찼습니다. 다들 이렇게 좋아하는게 있고, 그걸 사유 하는 것이 행복해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나는 언제 저렇게나 무언가를 좋아했는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머릿속에서 검색창에 <결과 없음>이라고 떴지만 그날은 왼손에 족토피아가 있어서 그냥 집에 돌아가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지금 백일장을 적고 있습니다. 그때의 한걸음을 안 내딛은 것이 잘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여전히 타인에게 민폐를 끼치고 여전히 타인을 힘들게 하며 스스로가 괴로워 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족토 작가님의 방송을 보며 그런것들에서 눈돌리려고 하고있습니다. 눈이라도 돌리지 않으면 그때 죽지못한 망령이 원망하는 것이 간혹 들리고는 합니다. 그때 도망치지 않았던건 잘했던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