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슬플 땐 단 걸 먹어요.
너무 자주 먹진 못하고,
평소에는 식단 관리 유지하다가 달에 한 번, 많으면 두 번, 스스로에게 주는 상으로 먹습니다.
단 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솔을 억제한다네요.
즉, 과학적으로 증명된 힐링 방법.
혼자서 맛집 찾아 멀리까지 카페 탐방 다닐 때도 있고,
집에서 조용히 감상할 때도 있고,
다양하게 먹고 싶어서 가족, 친구들이랑 나눠 먹기도 하고요.
가장 기억에 남았던 디저트들:
바스크 치즈케이크, 망고샌드, 브루잉 커피.
케이크는 크림치즈맛도, 스모키한 카라멜 향이 진했습니디.
가짜 바스크 치즈 케이크는 이 향이 안 나요.
겉만 태운다고 바스크 치즈케이크가 되는 게 아니라고!!
망고샌드는 두껍게 썬 망고와 생크림을 시폰케이크 사이에 끼운 건데, 제가 망고를 워낙 좋아해서 아주 만족.
망고가 제대로 완숙. 사장님 왈, 망고는 제주도 온실 농장에서 직접 직통 도매로 받는다네요.
커피도 원두가 끝 향이 진해서 디저트 단맛에 묻히지 않고, 아주 맛있었어요.
뚱카롱 세트.
위쪽 줄 오른쪽 끝에 있는 게 민트초코.
가장 맛있었습니다.
민트초코 머랭쿠키 사이에 꾸덕한 민트초코 크림을 바르고, 민트초콜릿 한 덩이를 끼워 넣은 민트초코 몬스터!!
그 다음으로 맛있던 건 녹차 크림.
민트초코, 멜론, 완두 앙금, 녹차 등등, 역시 초록색 디저트는 뭐든 맛있어요.
민초 최고!
제주 오메기떡.
차조, 찹쌀, 쑥으로 만든 반죽에 팥앙금을 넣고 빚은 후, 여러 고물을 묻힌 떡입니다.
팥, 잣, 오미자 세 종류. 안에는 24시간 쒀서 만든 부드러운 팥앙금이 들어 있어요.
우유가 엄청 잘 어울렸음.
마들렌 세트.
위쪽부터 땅콩 크림, 슈톨렌, 녹차, 플레인.
제일 맛있던 건 슈톨렌.
럼에 1달 넘도록 절인 건과일이 잔뜩 들어있었습니다.
건과일들이 얼마나 달고, 쫀득쫀득 하던지.
참고로 건포도도 많이 들었어요.
아포가토, 블루베리 케이크.
아이스크림 위에 에스프레소를 끼얹는 식이 아니라,
아이스크림, 에스프레소, 씁쓸한 시럽이 소용돌이 모양으로 층층이 쌓여있어요. 생긴 건 파르페 비슷합니다.
스푼으로 떠먹을 때마다 자연스럽게 섞이면서 맛이 조금씩 변합니다. 아주 세심하게 설계되어 있더라고요.
제 인생 가장 맛있던 아포가토.
케이크 잔뜩.
티라미슈, 레어 치즈케이크, 딸기 생크림.
어느 것이든 재료를 아끼지 않고 잔뜩 넣은 진하고 픙부한 맛.
봄딸기를 이만큼 먹을 수 있다니 사치의 정점!
도넛과 밀크쉐이크.
맛있으면서 가격은 싼 우리 동네 맛집.
젤리도넛이나 글레이즈드도 맛있지만, 설탕을 겉에 뭍힌 시장도넛도 맛있죠.
꽈배기 하나, 나머지는 찹쌀 도넛.
속재료는 각각 팥, 슈크림, 크림치즈, 호박 네 종류.
밀크쉐이크는 원래 도넛 찍어 먹으라고 스몰 사이즈로 파는 건데, 너무 맛있어서 컵 사이즈로 살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렇게 진하고 크리미한 밀크쉐이크를 종지 사이즈로 만족하라니, 말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녹차 케이크와 호박 파이.
종이로 싼 건 덤으로 받았는데 메뉴가 뭔지 기억이 안나네요.
플레인 스콘이었나?
기억 못하는 걸 보니 달지 않은 메뉴였나 봄.
호박 파이는 단호박 무스가 진하면서 살살 녹더라고요.
아이스크림 얹지 말고 무스 본연의 맛에 더 집중할 걸, 하고 후회했습니다.
애플 크럼블.
설탕에 졸인 사과에 밀가루, 버터, 시나몬 반죽을 발라 구운 디저트.
거기 위에 카라멜과 사과로 만든 시럽을 샤샤샥.
진짜 고급스러운 단맛. 이렇게 맛있는 게 있다니, 눈이 번쩍 뜨이는 경험이었습니다.
혀 위에서 바삭한 반죽이 바스러지면서 버터, 시나몬 향이 느껴지고, 그 후엔 졸인 사과의 맛이 폭발.
생각하면 또 먹고 싶어져요.
초콜릿 쿠키.
단순한 그냥 초콜릿 쿠키. 하지만 맛은 단순하지 않았습니다.
단순한 메뉴라 요리사의 내공을 더 잘 느낄 수 있었어요.
버터가 많이 들어간 도우에 소금이 아주 살짝 들어갔습니다.
덕에 짠맛의 힘으로 초콜릿의 단맛과 향이 더 상승!
참고로 이 카페는 와인바의 소믈리에처럼
바리스타들이 농장이나 원두의 내력, 발효, 로스팅, 생산 연도 날씨, 심지어 이 원두가 어떤 상을 수상했는지 다 설명해줍니다.
사장님이 원두 찾아 브라질, 케냐, 자메이카 등등 세계 돌아다니느라 바쁘다네요.
(사장님이 해외 곳곳의 농장에서 찍은 사진들을 볼 수 있었음)
맛있는 커피에, 설명도 즐길 수 있어서 아주 특별한 시간이었습니다.
쿠키도 최고였고요.
약과.
전통 한과인 약과.
하지만 이 가게는 일반적인 약과처럼 꽃모양 떡살에 찍지 않고, 얇게 민 반죽을 층층이 겹친 다음 튀겼습니다.
그래서 약과 하면 생각나는 부드럽고 포슬포슬한 식감이 아니라, 약간 단단하면서 쫄깃쫄깃한 신기한 식감.
반죽층 사이에 꿀과 조청이 스며들어서 단맛이 보통 약과보다 더 강합니다.
시나몬도 듬뿍 들었고 엄청 달아서, 터키 디저트 생각도 나더라고요. 신기한 맛이었습니다.
초콜릿 쿠키.
이곳 쿠키는 오트밀이 잔뜩 들어간 게 특징.
한입 물면 입안 가득 고소한 곡식향이 확 느껴집니다.
취향이 안 맞으면 좀 퍽퍽하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오히려 저에게는 이 집 자랑인 브루잉 커피와 잘 어울렸어요.
사실 다음주는 제 생일.
생일을 맞아,
또 새로운 디저트 맛집을 찾는 사냥을 나갈 예정!
이번엔 어떤 가게를 찾을까 두근두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