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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렌빤쓰대회) “저…팬티 한 장만 그려 줘!”


“저…팬티 한 장만 그려 줘!”
“뭐라고?”


낮 방송이 부족해 죽음과 대면한 처지치고는
영 터무니없는 일처럼 여겨졌지만 나는 주머니에서 종이 한 장과 만년필을 꺼냈다.
그러나 내가 특별히 공부한것이라곤 유게, 게임뿐이라는 생각이 들자
(조금은 기분이 언짢아져) 그림을 그릴 줄 모른다고 녀석에게 털어놨다.
그는 대답했다.


“상관없어. 팬티 한 장만 그려 줘.”
한 번도 팬티를 그려 본 적이 없었으므로 나는 그를 위해 내가 그릴 수 있는 유일한 두 그림 가운데 하나를 다시 그려 주었다.
속이 보이지 않는 보아 뱀 그림을 말이다.
그러자 녀석은, “아니, 아니, 보아 뱀 속 코끼리는 싫어.보아 뱀은 무지 위험해. 그리고 코끼리는 아주 거추장스럽고.

내가 사는 곳은 아주 더워. 난 팬티가 필요해. 팬티를 그려 줘!” 라고 답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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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스럽게 살피더니 녀석은 이렇게 말했다.
“안 돼! 이건 사각이잖아. 다시 하나 그려줘.”
나는 또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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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는 너그럽고 상냥하게 미소 지었다.
“봐… 이건 팬티가 아니라 유니콘인 걸. 뿔이 달렸잖아…”
그래서 또 다시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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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것도 앞의 그림들처럼 퇴짜를 놓는 것이 아닌가.
“이건 너무 세련됐어. 난 평상시에 사용할 수 있는 팬티가 필요해.”


나는 서둘러 유게를 해야 했기에 그만 참지 못하고
여기 있는 이 그림을 대충 끼적거려 주고는 한마디 툭 던졌다.
“이건 상자야. 네가 원하는 팬티는 상자 안에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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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내 어린 심사위원의 얼굴이 환히 밝아지는걸 보고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게 바로 내가 원하던 거야! 이 팬티를 더운 곳에서 입어도 될까?”
“왜?”
“우리 집은 아주 덥거든…”
“틀림없이 충분할 거다. 네게 준 건 아주 시원한 팬티니까.”
그는 그림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그다지 시원해 보이지도 않은걸… 어라! 잠들었네…”
이렇게 나는 아렌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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