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들 루하!! 밤중에 자기 먹고싶을 때만 문 여는 NGK 바 입니다!!
바를 열던 취미로 홈텐딩을 하던, 술을 섞고 먹는 자리에서 보통 가지는 로망이 무엇일까요?
손님에게 멋있게 술을 섞어서 고풍스럽게 서빙해주는거요?
흐음...그거도 일리가 있네요.
하지만 제 로망은 좀 다릅니다.
국내외 막론하고 좀 유명한 바를 가보게 되면 으레 그 바 만의 시그니처 메뉴란 것이 있기 마련입니다.
바텐더협회나 조주기능사에 없는 자신만 가지고 있는 단 하나의 메뉴.
말 그대로 로망 그 자체죠.
그런 유명한 바에 가보시면 알겠지만 그런 시그니쳐 메뉴를 만든 모든 바텐더들이 말합니다.
'이름 짓는게 제일 힘들다.'
라고요.
창작은 고통의 연속이고 고통을 연속으로 주면 창작을 할 수 있다지만, 저흰 고통 받으려 술을 섞고 마시는게 아니지 않습니까.
모두가 그런 생각을 했고, 아니나 다를까, 바텐더들은 자기가 만든 술 이름을 제일 날로 만드는 한 가지 방법을 알아냈죠.
그냥 유명인의 이름을 그대로 복붙해오는 겁니다.
위 사진의 주인공은 1900년대 초반에 활동했던 메리 픽포드 라는 여배우십니다.
저때가 언제인지 감이 안 잡히신다고요? 찰리 채플린이 영화찍던 시대입니다. 오래도 됐죠.
쨌든, 메리 픽포드가 영화 촬영을 위해 쿠바를 갔던 때, 그녀가 머무른 호텔 바의 바텐더가 그녀를 보고 만들었다는 술,
그녀를 보고 만들었으니 이름도 그녀 이름으로 만들면 되겠다는, 이름값과 창작의 고뇌를 동시에 해결한 그 칵테일.
오늘 만들 술은 메리 픽포드 입니다.
자 일단 먼저 재료부터 봅시다. 다행히 이번 재료는 다 집에 있어 근처 마트를 안 가도 되겠네요.
파인애플 주스, 그레나딘 시럽, 룩사르도 마라스키노, 그리고 기주가 되는 럼 입니다.
마라스키노라는 술이 조금 생소할 수 있는데, 간단히 말하면 체리의 과육부터, 씨, 꼭지, 약간의 이파리 까지 전부 넣어 만든 술이라 생각하면 됩니다.
향은 체리라기보다는.. 풀내음이 살아있는 야생 산딸기 느낌이에요. 일반적인 체리 리큐르를 넣는 술에 대신 넣으면 큰일납니다. 완전 다른 술이 되요!!
그레나딘 시럽은 쉽게 말해 단맛을 주는 알콜계의 적색 1호입니다. 뻘건 색 낼 땐 이만한게 없습니다.
아 맞다, 쉐이커는 코블러 쉐이커를 사용합니다.
저는 계란 흰자가 들어가지 않고 흔들어 섞어야 하는 칵테일을 만들 때 보통 쓰는 쉐이커입니다,
없으시다면 텀블러를 써도 되요. 짜피 잘 섞기만 하면 되는겁니다.
바로바로 만들어 보겠습니다!
쉐이커에 얼음을 넣어준 뒤,
진 45ml
파인애플 주스 45ml
룩사르도 마라스키노 7.5ml
그레나딘 시럽 1tsp
를 넣고
.........
약 10~20초간 잘 섞어주면 됩니다.
그리고 마티니 잔에 잘 따르면...
완성!!
근데 배경이...좀 정리하고 찍을걸...
위의 예시사진과 비교했을 때 색이 좀 더 붉은 느낌이 들긴 하지만, 이거도 나름 이쁘네요.
그런데 말입니다,
사실 이 메리 픽포드라는 칵테일, 기원이 불분명하다고 하면 믿으시겠습니까?
아니 아까 전엔 메리 픽포드가 간 바에서 그녀를 보고 만든 칵테일이라매요.
추후 알아본 결과 사실... 그 당시에 메리 픽포드는 영화촬영 일정 등 이유로 쿠바를 가지 않았다고 합니다.
기원인 줄 알았던 것 자체가 근거가 없어진 셈이지요.
결국 이 칵테일은 졸지에 기원 불명의 술이 되어렸습니다.
뭐 어때요. 맛만 좋으면 좋지 먹어봅시다.
크으으으으으으으으
7.5ml 밖에 넣지 않았는데 술의 향 전체를 마라스키노가 지배합니다.
산뜻하고 옅은 풀내음을 건너 입 안에 들어가면 럼의 알콜감과 파인애플 주스의 달콤함이 입 안에 쫙 퍼져주는 맛.
목넘김은 약간의 쌉싸름함이라 해야하나? 이것이 피니시를 깔끔하게 해주는 느낌입니다.
결론, 맛있다!!
아, 그래서 안주는 뭐냐고요?
안주는 마망 방송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