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니 생긴 이런저런 스트레스로 술을 말아먹기 시작한지 약 1년,
집에 있다보면 가끔 그런 날이 있습니다.
"아, 오늘은 그 술이 땡기는데."
"오늘은 이 술을 먹고야 말리라...!!!"
라는 생각이 말입니다.
......문제는... 오늘 제가 말하는 '그 술'이 보통 빡센게 아니라는 것이죠.
라모스 진 피즈라는 술입니다.
바에서 이걸 시키면 바텐더가 한대 때리고 쫒아내거나
10만원 주면 한다고 하거나 뭐 기타등등 여러가지로 유명한 술이죠. 주로 악명으로요.
왜냐고요? 이따 만드는거 보시면 알게 될 겁니다.
쨌든 요약하면 만드는게 엄청나게 귀찮고 힘든 술입니다.
그래서 안 먹냐고요?
그럴리가요. 바로 마트에서 재료 사서 왔습니다.
재료는 대충 진, 레몬즙, 라임즙, 계란, 심플 시럽, 크림, 바닐라 추출액, 탄산수 입니다.
저놈의 크림 산다고 귀찮게 마트까지 갔다왔습니다. 저건 왜 저리 유통기한이 짧아서...
재료가 많다는건 귀찮다는 것. 이 쯤부터 왜 하필 이게 땡겨서 라는 후회감이 들기 시작합니다.
아 맞다. 쉐이커는 보스턴 쉐이커를 씁니다. 보다시피 내부공간이 커서 공기를 많이 섞어야 하는 술에 적합하죠.
저 쉐이커, 아는 사람은 아는 톰 크루즈 형님의 영화 중 하나인 바텐더에서도 곧잘 보이는 그것입니다.
보신 분은 알겠지만 톰 형님이 참 쉐이커랑 병을 잘 던져요.
저렇게 쉐이커를 던지고 하면서 화려한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바를 플레어 바라고 합니다.
자 일단, 잡담은 끝내고 스테인리스 쪽 부분의 컵 안에 재료를 넣습니다.
진 30ml
심플시럽 30ml
바닐라추출액 2, 3방울
레몬즙 15ml
라임즙 15ml
크림 30ml
을 넣어줍니다. 많기도 합니다.
원래는 오렌지플라워터라는 거도 3방울 정도 들어가긴 합니다만 이건 국내 판매를 안해서...
안타깝지만 바닐라 추출액이라도 몇 방울 더 넣어줍시다.
그리고 다른 쪽 유리 부분에는 계란 흰자 하나를 톡 까서 넣어줍니다.
잘 까서 유리쪽 컵에 넣어줍....
잠만.
니가 왜 거깄냐?
이럴 때 일수록 침착해야 합니다. 섞고 나서 잔에 따를 때 걸러내기만 하면 되요...!!
일단 섞을 놈들(+계란 껍질)을 다 넣었으니 이제 저 두 컵을
합체시켜주면 됩니다. 대체 저 두 컵에 연결 부위가 없는데 하실 수도 있지만 생각보다 잘 끼워집니다.
요로코롬 말이죠.
이제 다음 작업이 중요합니다.
섞는 작업이죠 그냥 열심히 섞어주면 됩니다.
10분 정도요.
............
이 술이 바에서 시키면 퇴짜맞는 제일 큰 이유입니다.
진짜 10분을 쉐이킹한다고 하더군요.
물론 요즘은 방법도 많이 개량되고 해서 진짜 10분은 아니라고 하긴 하지만...
여전히 5-6분 가량 섞어줘야 합니다.
10분은 너무 힘들고... 저도 5-6분만 섞어줬습니다.
그 뒤 얼음을 다시 넣고 30초 정도만 열심히 더 섞어주면...!!
이런 우윳빛 무언가가 연성됩니다.
가끔 너무 섞으면 크림이 분리되서 망하는 경우가 있는데 층 분리가 안된거만 해도 저에겐 성공입니다.
이걸로 끝이냐고요? 그럴 리가요.
크림 혼합물을 굳혀주기 위해 냉동실에서 5분 정도 잘 재워둡니다.
다행히 공간이 하나 딱 있었네요. 단칸방이란다 거기서 잘 살렴.
5분 동안 대기하는 그 사이에 빨리 컵이나 씻어줍시다. 이 술은 크림이 들어가서 빨리 안 씻으면 귀찮아져요..
그리고 약 5분 뒤, 제일 중요한 순간이 왔습니다.
아까 위의 사진을 보면 아시겠지만 크림 윗 부분이 컵 위로 떠 있습니다. 이게 라모스 진 피즈의 아이덴티티죠.
그럼 이제 냉동실 속 술을 꺼내주고...!!
탄산수를 부어줍니다. 잔의 남은 부분을 전부 탄산수로 채워준다는 느낌으로 부어줍니다.
두근...두근...
됐다!!!!
위에 예시 사진처럼 높게는 안 됐지만 일단 잔 위로 올라온 거만 해도 된 겁니다!!
이제 남은건 마시는 것 뿐...!!!
맛은 진 베이스라 진 특유의 솔향과 레몬의 신맛이 은은히 피어오르는 밀키스 느낌입니다.
제대로 만들었을 때 도수가 약 6도 정도 되지만 알콜 특유의 냄새라던가 맛은 느껴지지 않습니다.
약간 맛있는 레몬크림 소다를 먹는 느낌도 나요.
안주는 있냐고요?
안주는 게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