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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쇼 고찰 : 클래식 프로파일이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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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황달 님은 커피를 아는 척만 하지 커피 업계를 너무 가볍게 본다는 생각에 그 이후로 이쪽에는 연연하지 않기로 했는데 

카페쇼에 가기 전에 몇 가지 사전 파악을 했는데, 의외로 냐루비 부스가 꽤나 커피 맛이 좋았다는 이야기가 있더라구요.


 그래서 부스에서 병욱 님도 계시고 해서 아 네 저 게시판에 짤녀 올리던 사람이에요 하고 나름대로 몇몇 이야기를 주고 받아 봤는데, 요즘 파나마에서 비롯되는 사전 발효나 무산소 발효취와 관련된 이야기들 해볼 만해 정리해 봅니다.


 병욱 님께서는, 자신이 쓰던 BOP 잰슨이 무산소 가공이 된 줄 모르셨다고 하더라구요. 그러면서, 특정한 무산소 뉘앙스의 레벨을 기준으로 그 기준을 넘는지의 여부로 무산소 가공을 구분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였습니다. 사실 이게 어려운 게, 커피가 발효 식품인 이상 제로 무산소 환경은 존재하기 쉽지 않습니다. 뮤실리지를 제거하기 위한 쏘킹 과정에서 생기는 용존 산소량의 저하도 무산소 환경을 발생시키거든요. 통제된 환경이냐 아니냐의 차이일 뿐이지 순수한 호기성 발효는 존재하지 않다는 전제를 말씀드리고 싶고, 다만 콜롬비아에서도 왕왕 GrainPro를 인백 프로세싱이나 스테인리스 탱크 활용한 사전 발효가 이루어져도 모든 커피를 무산소라고 하지는 않지요. 어쨌든 무산소 가공은 하나의 큰 장르가 아닌, 워시드/내추럴/허니 가공을 위한 세세한 방법론 중 하나니깐요.

어쨌든, 특정한 뉘앙스를 기준으로 무산소를 나눈다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그런 맥락에서 더 알맞는 파트는 병욱 님이 추구하는 커피는 클래식 프로파일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는 게이샤라는 생각이 문득 들더라고요. 그런 말을 듣고 나니까 여태껏 풀리지 않던 의문이 해결되더라고요. 에스메랄다가 갈수록 퀄리티가 안좋아진다느니 하는 병욱 님 개인적으로 피력하던 이야기 말이죠.

 
파나마는 서로 간에 사바사바하는 게 있고 서로가 커피 가공에 영향을 주고 받는 게 있는지라, 엘리다의 ASD를 위시한 붉은 커피(누군가에게는 SL28같다고도 할 수 있는...)들이 파나마의 대세가 된 현실과 에스메랄다조차도 Climate Control Room을 도입하면서 본격적으로 그 추세에 편승하는 현 상황에서 잰슨은 베르가모트와 재스민을 위시한 클래식 게이샤 프로파일의 원형 그 자체를 유지하는 몇 안되늘 농장일 겁니다. 점차 무산소 가공이 대세가 되어가는 추세와 맞물려서 팔레트처럼 펼쳐지는 커피들에 불호와 피로감을 느끼고, 과거의 게이샤의 영광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에는 공감합니다.

 클래식한 워시드 프로파일을 원하시는 거라면 롱보드 볶아보셨으면 좋겠고, 에콰도르의 무산소 워시드들(라 노리아나 루그마파타 같은 애들, 게이샤는 아닙니다만) 볶아 보면 영감을 많이 얻을 거라 생각합니다. 한번씩 2019년의 에스메랄다 프라이빗에서 나던 그 무1친 베르가모트가 그리워질 때가 있다는 점에는 공감합니다.


그리고 굳이 찾아와서 이런 글을 남기는 이유는 또 있는데요, 어쨌든간에 저는 '가공은 죄가 없다'는 모토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카페쇼 에서 제 입맛에 가장 잘 맞던 부스는 루리커피 뒤에 있던 엘 파라이소 부스였는데요, 가공의 잠재력과 그 힘을 느끼게 된 경험이었습니다. 가공으로 DNA가 변할 리야 없지만 왜 그들이 순수한 게이샤의 복원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우고 있는지 알 것 같은 파나마의 클래식 게이샤가 연상되는 맛들... 이미 비료 싸움이 된 지 오래인 파나마에서 새로운 시도는 후발주자가 메인스트림에 끼어들 수 있는 유일한 기회입니다. 기존에 느껴본 적 없는 노트라는 이유만으로 기존의 기득권층이 메인스트림의 합류를 거부하고 자기들만의 리그를 만드는 것을 무어라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흔히 커피에 대한 개개인의 취향과 입장 차이가 있을 수는 있습니다만, 이를 남에게 강요하고 협박하는 것은 옹졸하게 느껴지달까요? 이런 관점으로 보자면, 이 씬에는 옹졸한 사람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적어도 저만큼은, 스페셜티 커피의 발전을 위해서 옹졸해지기보다는 포용과 관용으로 맞이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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