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신 | 구독자 52명 | 루리웹-1235813 | 헤카티아 라피스라줄리

[원신], 오픈때부터 1년반가량 플레이한 소감.

원래 저는 미호요라는 게임회사를 모르고 있었습니다.


붕괴 시리즈 역시 이름만 들어봤지, 흔한 씹덕겜이네 정도로 인식하고 있었구요.

원신이라는 게임에 관심을 갖게 된 시기는 출시전 루리웹에서 한창 젤다 카피겜이라고

대대적으로 이슈가 되면서였습니다.


저는 젤다 야숨은 물론이고 거의 대부분의 젤다 시리즈를 재미있게 플레이했었고,

젤다같은, 필드를 탐험하면서 성장하고, 퍼즐을 풀고, 비밀요소를 찾는 류의 게임을 매우

좋아하는 유저였기 때문에 유사 젤다 게임도 아주 많이 해본 상태였죠.


그래서,


"젤다를 100이라고 치면 원신이 50만 되더라도 야숨 후속작 나오기 전까지

해볼만한 게임이겠다" 


라는 생각으로 원신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막상 게임을 시작하고 며칠이 지나니 젤다와는 상당히 다른 게임이라는 느낌이 왔습니다.


제가 느낀 젤다 시리즈의 특징은,


야숨 이전까지 일자진행형의 액션 어드밴처 장르였다는 것입니다.

(맵은 다 뚫려있지만 A라는 아이템을 못먹으면 B지역으로 못가는 방식의)


야숨 때 일자진행 제한이 사라지긴 했지만, 스피드런 유저가 아닌 이상, 메인 요소는

다 거치게 되는 게임이었죠.


두번째로, 젤다 시리즈에서 스토리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요소였죠.


물론 젤다 시리즈 역시 하이랄 세계관에서 창조신도 있고, 초대 용사 링크부터

시작해서 내려오는 나름의 이야기가 있지만, 시리즈 개별의 스토리는 옴니버스 느낌으로

분리되어 있으며, 게임을 플레이할 때도 네러티브는 중요한 부분이 아니었습니다.


우리가 마리오 시리즈를 할 때 쿠파가 나쁜놈인건 알지만, 딱히 스토리에 몰입하는것이 아닌,

마리오 시리즈 특유의 잘 짜여진 스테이지 플레이가 주 목적인 것처럼,


젤다 시리즈 역시


[와 가논 나쁜놈이네 반드시 무찌르고 말테다 ㅂㄷㅂㄷ]


하는 감정이입이 될 정도로

스토리에 몰입되지는 않으며, 마리오처럼 치밀하게 짜여진

게임 자체를 즐기는게 일반적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대신, 각각의 젤다 게임마다 링크가 처해있는 세계 속에서 모험하면서,

게임 분위기에 제대로 녹아들 수 있도록 적절한 상호작용들이 일품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젤다 시리즈에서 주인공이 성장하는 방식은, 레벨업 노가다를 통한 방식이 아니라,

하이랄 세계를 모험하면서 얻게 되는 수많은 아이템들과, 적 몬스터들이 들고나오는 패턴에 대한 이해도를

통해 강해지는 방법이었죠. 


즉, 제가 지금까지 즐겼던 젤다 시리즈는 대체적으로,


링크가 젤다공주를 구하러 가면서 여러 던전들을 거치며 퍼즐도 풀고 적도 무찌르고 아이템도

얻으면서, 모든 요소를 섭렵했을 때쯤 가논을 무찌르는 게임 이었습니다.


한 편 한 편을 할때마다 TV 애니시리즈의 옴니버스로 된 한 시즌을 보는 느낌 정도입니다.



원신을 시작할때도 이런 플레이를 기대하면서 스타트했는데, 제 예상과는 꽤나 달랐습니다.


일단 원신은 게임 플레이 자체가 스토리와 캐릭 육성에 맞추어져 있습니다.


특히 스토리에는 엄청난 공을 들여놔서 모든 메인퀘가 더빙되어 있으며,

캐릭터 하나하나마다 자체 이야기를 담은 메인퀘에 준하는 퀘스트들이 따로 존재하며,

이 역시 전부 더빙되어 있죠. 심지어 캐릭터들이 얻게 되는 아이템(성유물) 하나하나에도

전부 고유의 스토리가 존재합니다. 


그래서


[왜 원신 안의 세계가 이렇게 돌아가고 있으며, 저 인물은 왜 저렇게 행동하고, 

왜 저런 갈등이 생기는가] 같은 부분에 플레이어가 몰입하고, 감정이입할 수 있게 됩니다. 


캐릭 육성 역시, 특정 아이템을 얻으면 그자리에서 단계업이 되는 젤다와는 다르게,

레벨업과 스킬업, 캐릭 단계 업 등에

꽤 시간을 들이도록 설계되어 있으며, 성유물이라는 요소로 인한 무한파밍도 존재하죠.


그 반작용으로 필드 플레이의 깊이는 젤다 보다 훨씬 얕습니다.

 

주 목적이 레벨업과 스킬업 성유물작이기 때문에, 필드 플레이에서 얻는 요소는

젤다와는 달리 거의 '거들뿐' 이기 때문에 성취감이 작고, 필드 플레이에서는 최대한

라이트함을 추구했는지, 퍼즐적 요소도 젤다에 비하면 애들 장난같은 수준으로 도배되어 있죠.



여기까지가 제가 원신을 플레이한 이유 및 젤다와의 차이점을 느낀 부분이고,




제가 생각하는 원신의 장점은



1. 지금까지 나온, 소위말하는 씹덕류 캐릭터 게임을 통틀어서 가장 압도적인 퀄리티의

캐릭터와 연출 입니다.


그동안은 뽑기할 때 카드 일러만 정성스레 그린 다음, 실제 게임 플레이

내에서는 SD캐릭 수준의 모델링으로 팔다리를 허우적대는 게임들이 판을 쳤고,

스토리 역시 대충 텍스트 위주로 때우는 게임들이 많았죠.

이런 류 게임 중에서는 원신이 최초로 콘솔AAA급 게임과 같은 연출을 선보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모바일 게임 중에서는 당연히 비슷한 게임조차 존재하지 않습니다.



2. 과금과 무과금간의 밸런스가 매우 잘 맞습니다.


보통 이런 캐릭터 가챠 게임은, 거의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PVP요소가 있었고, 

과금러들은 지갑으로 인해 강해진 자신의 군단으로 끝없이 주간보상 월간보상들을 타먹게 되며,

무소과금러들과의 격차는 점점 벌어지기 때문에, 하위유저는 꼬우면 현질해 분위기가 만연하곤 했습니다.

그래서 절대 다수의 게임들이 게임 오픈 후, 소위말하는 '오픈빨' 기간이 지나면 서서히 하향곡선을 타곤 했죠.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오픈 초기부터 시작한 사람이 아니면, 게임 오픈 후 1년 2년이 지나서 시작한다면 헤비 과금러라

할지라도 밑바닥 인생을 살 수 밖에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아예 시작할 엄두도 못 내곤 했으며,

접는 유저 대비 신규유저 수급이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원신은 PVP요소가 일체 없습니다. 멀티플레이는 전부 서로 도와주는 형식 밖에 존재하지 않으며,

경쟁요소가 있다 해도, 숨바꼭질같은 미니게임에 한정되어, 캐릭터 육성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그래서 헤비과금이든 무과금이든 남들의 강함을 신경쓰지 않고, 각자 싱글 게임 하듯이 맘 편히 플레이할 수 있으며,

아예 무과금으로 플레이할 지라도 꾸준히 플레이한다면 이 게임의 최종 요소까지 클리어하는데 문제가 없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무과금도 1년쯤 꾸준히 플레이했다면 5성 캐릭이 꽤 쌓이고 연월 36별이 충분히 가능하죠)



아니 그러면 원신은 뭘로 과금유도를 하길래 헤비과금러가 존재하냐?


제 생각에는 이게 원신의 가장 큰 장점이여, 또한 가장 무서운 부분이라고 생각하는데,

바로 플레이어로 하여금


[순수하게 그 캐릭이 마음에 들어서]


돈을 들여 뽑도록 하는 겁니다.


그것이 가능하도록 캐릭 출시 전부터 스토리, 캐릭 플레이 동영상, 더빙, 이벤트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뽑고 싶을 정도로 매력을 느끼게 만듭니다. 


없어서 꼬운 점이요? 막말로 "갖고싶은데 없다" 밖에 없습니다.


"필수가 아니고, 없어도 뭐든 클리어할 수 있으며, 남들과 경쟁하는것도 아닌데 기어이 [스스로] 뽑게 만든다"


이게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잘 알기에 저는 이 점을 원신에서 가장 높이 쳐줄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게임 자체의, 캐릭터 자체의 매력으로 통했다는 의미이니까요.



3. 훌륭한 인플레이션 억제


캐릭터 가챠 게임은 필연적으로 인플레이션이 존재할 수 밖에 없습니다. 새로 출시되는 캐릭이 기존 캐릭보다

구리면 솔직히 누가 뽑겠습니까? 그래서 게임의 연차가 쌓여갈 수록, 구 캐릭터는 점점 잉여화가 되어가며,

나중에는 출석보상으로 뿌려지기도 하는 등의 사례가 매우 빈번하죠.


그런데 게임 출시 1년 반이 다되어가는 지금 와서 돌아보면, 원신의 파워 인플레이션이 정말 잘 억제되었다는 느낌이 듭니다.

물론 아예 인플레가 없었던것은 아니며, 라이덴 쇼군같은 누가 봐도 OP인 캐릭이나, 다이루크<=>호두 처럼 명백히 비교우위인

캐릭이 출시되기도 했지만, 그 차이는 메타를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큰 것이 아니며, 꾸준히 육성해왔다면 지금도 구 캐릭으로

이 게임의 모든 요소 섭렵이 가능합니다. 


그래서 언제 원신을 시작해도 늦은 것이 아니며, 원신을 접었다가 1년쯤 뒤에 다시 시작해도 막막하지 않습니다.

이는 신규 유저 유입에 있어서 매우 큰 강점이며, 게임이 롱런할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해주는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4. 엄청난 업데이트 속도와 퀄리티


사실 처음부터 이랬던것은 아니고, 원신 초기 드래곤 스파인 이후 몇달 동안은 미니게임으로 퉁치고 제대로된 업데이트가 없었기

때문에 욕을 먹었던 시기도 있었지만, 금사과 제도 이후부터 이나즈마 - 산호궁 - 연하궁 - 충암거연에 이르기까지

매 업데이트마다 추가되는 컨텐츠가 미친 수준입니다. 콘솔게임으로 치면 메인 확장팩 수준의 신맵과 컨텐츠가 6주마다 뚝딱

만들어져서 나오는데, 심지어 추가될 때마다 퀄리티가 올라갑니다. 원신 초창기 몬드와 리월의 필드를 뒤돌아보면 아주 간단한 기믹과

단순 보물상자 까기 위주였다면, 이나즈마에 와서는 좀더 복잡한 퍼즐과 필드요소를 더 활용하는 기믹이 추가되었으며, 숨겨진

요소나 서브퀘 퀄리티 같은게 점점 올라가고 있습니다. 

언제까지 이런 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현 시점에서 매우 큰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5. 유저 의견 적극 수용


매 버전마다 세밀한 설문 조사를 하는게 폼이 아니었는지, 예전에 했던 이벤트를 복각하거나, 새로운 요소가 도입될 때,

이슈가 되었던 불만 사항이 적극 개선되는 모습이 보여집니다. 대표적으로 욕먹었던 1차 해등절 단순 심부름 퀘가

대폭 개선되어서 갓등절이 된 2차 해등절이라던지, 좀더 흥미있게 변해서 되돌아온 기관 디펜스 라던지, 캐릭없는 사람은

어카냐? 라는 불만을 듣고 체험 5성캐릭들을 선택할수 있게 해준 도전퀘 등을 예로 들 수 있겠네요.

그래서 이미 했던 이벤트 복각도 나름 기다려지게 만듭니다.




이번엔 제가 생각하는 원신의 단점입니다.


1.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분재 현상.


매 업데이트가 된 후, 할거 다하면, 그 이후부터는 다음 업데이트까지 일퀘와 레진 소모만 반복되는 구간이 존재합니다.

소위말하는 '숙제겜' '분재겜' 이 되는거죠. 굳이 토끼겅듀급의 헤비 플레이어가 아닐 지라도, 적당히 하루 한두시간만 하는

유저에게도 필연적으로 이 구간은 존재하게 됩니다. 당장 루리웹만 해도 삼계관문의 모든 퀘스트와 보물상자를 무려

하루만에 다 클리어한다음 6주를 기다리는 토끼겅듀들이 수두룩하죠. 

물론 이런 분재 현상은 다른 온라인게임들도 다 가지고 있는 문제이긴 하지만, PVP요소가 없는 원신에 특히 더 부각되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2. 유저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듯 하면서 한편으로 보이는 고집.


이 부분은 특히 캐릭터나 장비, 시스템 밸런스 부분에서 고집이 느껴집니다.

원신에서 캐릭터 밸런스 패치가 된적이 딱 한번 있는데(종려). 그것도 유저들이 게임 외적인 수단(영수증 테러)

까지 동원해서 들고일어나자 마지못해 들어준 느낌이 있으며, 딱 저 한 사례 외에는 한번 정해진 부분은

건들지 않겠다는 의지가 느껴지곤 합니다.

대표적으로 산고노미야 코코미라는 캐릭은 출시때 욕을 바가지로 먹었음에도 끝내 수정은 없었으며, 대신 간접적인

방법으로 띄워주는 방법을 선택했고, 코코미보다 더 욕을 먹은 불멸의 달빛이라는 전용무기는 끝내 구제되지 않았습니다.

게임 시스템적으로 약하다고 욕을 바가지로 먹은 번개 원소 역시 원소반응을 약간 조절한 것이 전부며,

번개 원소 상향 대신 수치적으로 OP인 라이덴 쇼군이라는 캐릭을 출시하는 방법을 택하더군요.

누가 OP네 누가 사기캐네, 누가 쓰레기네 아우성댈 때마다 갈대처럼 막 바꾸는것도 물론 좋지 않겠지만,

이 정도로 고집을 유지하는것은 처음 보는 것이었습니다.


3. 모바일 플레이의 어려움.


모바일/PC/플스 하이브리드를 표방하고 있지만, 모바일 플레이가 상당히 어렵습니다.

일단 게임 사양 자체가 높고, 최적화가 아직은 덜 되었는지, 최신폰으로 플레이해도

옵션을 조금만 높이면 엄청난 발열과 배터리 광탈, 그리고 프레임드랍을 감당해야 합니다.

그래서 모바일은 결제용으로만 쓰거나, 최하옵에 30프레임으로 플레이하게 되는 눈물나는 상황이

발생하곤 합니다. PS4버전 역시 긴 로딩과 프레임드랍에 고통받죠.

원신이 원래는 스위치 버전도 출시한다고 했었지만, 과연 출시가 가능할지 의문이군요.

대신 PC는 매우 최적화가 잘 되어 있어서 내장그래픽만 아니면 대체적으로 원활한 플레이가 가능하며,

PS5역시 쾌적하긴 합니다.



총 평


-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게임이지만, 지금와서 돌이켜보면 이 게임은

아주 잘 만들어진 수작이 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중세 풍의 오픈월드

액션 RPG게임을 좋아하는 유저라면, 웬만해서는 재미있게 플레이가 가능할 것이며,

컨텐츠가 많이 확장된 현재는 0원의 과금으로 메인 스토리 및 컨텐츠 정도만 따라가도

100시간은 너끈한 플레이타임이 나오며, 한국어 더빙의 퀄리티도 매우 높습니다.


그렇다고 야숨 처럼 게임 역사의 최상단을 장식할 정도의 물건이냐고 묻는다면,

그정도까지는 아니지만,분명 제 인생살이 한 귀퉁이에 박힐 즐거운 기억 중 하나로

영원히 남을 것 같습니다.


점수는 100점 만점에 95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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