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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다] 광기의 저택 개발을 주도한 니키 밸런스 작가와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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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과 그리고 가족과 함께 즐기고 싶을 만큼 재미있고 특별한 게임을 만들고자 합니다

니키 밸런스 작가

20세기에 H.P. 러브크래프트의 소설을 기반으로 어거스트 덜레스가 체계화한 가공의 신화, '크툴루 신화'는 현대까지 많은 창작물에서 애용되는 소재다. 그런 창작물들은 대체로 미지의 존재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절대적인 존재 앞에서 발버둥 치는 인간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런 플롯을 사용한 장르를 가리켜 코스믹 호러라 부르는데, 보드게임에도 코스믹 호러를 추구한 게임들이 많다.

<엘드리치 호러>, <광기의 저택>, <아컴 호러 3판>은 크툴루 신화를 소재로 한 게임 중에 대표작이라 꼽기에 모자람이 없는 게임이다. 이 게임 중에서도 <광기의 저택>은 앱을 활용하여 이야기를 전달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마스터가 없는 TRPG', '앱을 활용한 최고의 게임'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인기를 얻고 있다. 이 세 게임의 개발 모두에 참여했으며, 개발을 주도한 니키 밸런스 작가를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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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키 밸런스 작가의 초상

Q: 한국의 보드게임 팬들에게 인사와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광기의 저택>과 <엘드리치 호러>, 그리고 최근에 <쿼키 서킷>을 만든 작가 니키 밸런스입니다. 제 게임을 즐겨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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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최근 한국에서는 <광기의 저택>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광기의 저택> 기본판과 확장 <끔찍한 여정>, <뱀이 서린 길> 등은 매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데요, 게이머 게임이 이런 놀라운 사랑을 받는 경우가 한국에서는 흔치 않은 일입니다. 소감이 어떤가요?

A: 제 게임을 많이 좋아해 주신다니 기쁘고 뿌듯합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Q: 보드게임 작가로서의 경력을 어떻게 시작하셨나요?

A: 처음으로 발표된 제 작품은 <엘드리치 호러>입니다. 하지만, 그 게임을 만들기 이전에도 고등학생 시절부터 자작 게임을 만들어 친구들과 즐겼습니다. 대학에서는 비디오 게임 개발을 전공했지만 보드게임을 더 좋아했기 때문에, 학교에서 배운 것들을 활용해 보드게임이나 TRPG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Q: 게임 제작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A: 게임을 하며 플레이어들이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고려합니다. 저는 플레이어들이 자기 친구들이나 가족과 함께 즐기고 싶을 만큼 재미있고, 특별한 게임을 만들려고 합니다. 그러기 위해 게임 속 캐릭터에게 흥미로운 이야기를 넣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가 만든 게임 속에는 다양한 배경 이야기를 가진 캐릭터가 많이 나오곤 하죠.

Q: 가장 좋아하는 게임, 현재 즐겨 하는 게임, 본인에게 가장 영향을 준 게임은 무엇인가요?

A: 하나만 뽑긴 힘드네요. 저는 다른 작가의 게임을 다양하게 해보며, 게임을 만들기 위한 영감을 얻곤 합니다. 저는 <매직 메이즈>, <더 마인드>, <팀 3>같이 플레이어들이 협동하는 게임을 좋아합니다. 또한, 마작도 매우 좋아합니다.

Q: 크툴루 신화를 소재로 삼은 보드게임이 전 세계와 한국 팬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본인이 생각하시기에 크툴루 신화의 테마로서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A: 크툴루 신화는 다른 테마들과 차별화되는 독특한 면이 있어 플레이어들의 사랑을 받는 것 같아요. 전통적인 판타지나 SF와는 다른 신선한 느낌을 줍니다. 그리고 시대적 배경이 근현대이기 때문에, 오늘날의 플레이어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기도 합니다. 크툴루 신화의 이야기는 놀랍고, 짜릿하며 무섭습니다. 이런 점들이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이유인 것 같아요.

Q: 한국에 알려진 작가님의 대표작은 <광기의 저택>, <엘드리치 호러>입니다. 두 게임의 특징을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A: 게임마다 집중하는 부분이 다릅니다. <광기의 저택>에서는 저택을 둘러싼 미스터리와 이야기에 집중했어요. 다른 게임과는 달리 이 게임을 하며 플레이어들은 전체적인 플롯보다 자기 조사자와 배경 이야기에 더욱 몰입하게 됩니다. 작은 규모의 서사를 다루기 때문에, 이야기가 더욱더 개인적이고 현실감이 느껴지죠. 반면에 <엘드리치 호러>는 같은 등장인물이 나오더라도 서사의 규모가 더 크고 개인사의 비중이 줄어들죠. <엘드리치 호러>에서 플레이어들은 계속해서 마주하는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는 재미를 느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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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드리치 호러

Q: <엘드리치 호러>, <광기의 저택>, <아컴호러 3판>에 이르기까지 작품마다 이야기의 전달 방식이 발전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작품마다 이야기 전달 방식에 변화를 준 이유가 무엇인가요? 게임마다 전달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다르기 때문에, 이야기 전달 방식도 게임마다 달라졌습니다. <광기의 저택>은 하룻밤 사이에 즐기며, 짧지만 미스터리하고 으스스한 이야기를 전달하기 좋은 게임입니다. <엘드리치 호러>나 <아컴호러>는 장대한 서사를 다루고 있지만, 대부분의 세부적인 내용은 플레이어들이 결정하도록 디자인했습니다.

Q: 지금까지 당신이 제작한 게임은 협동 게임이 대다수입니다. 협동 게임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혹시 경쟁 게임을 개발할 계획이 있으신가요?

A: 저는 친구들과 시간을 보낼 때 함께 힘을 합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협동 게임을 만드는 것이 좋습니다. 저는 친구들과 싸우기보단 같은 팀이 되고 싶습니다. 하지만 경쟁 게임도 몇 가지 구상해둔 것이 있습니다. 그중 하나를 언젠가 발표할 것입니다.

Q: 이제 본격적으로 <광기의 저택> 이야기로 들어가 보죠. <광기의 저택>은 2판에서부터 앱을 사용하면서 화제가 되었습니다. 지금은 다른 보드게임에서도 많이 활용하는 방식이지만, 당시에는 도전적인 일이었지요. <광기의 저택>에서 앱을 도입하게 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 해외에는 <광기의 저택 1판>에 이어 <광기의 저택 2판>이 출시되었다. 국내에는 <광기의 저택 2판>이 출시되어, <광기의 저택 2판> 한국어판을 <광기의 저택>으로 부르고 있다.

A: <광기의 저택>의 성공에는 앱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한 명의 플레이어에게 사회자 역할과 괴물 역할을 강요하지 않으면서, 미스터리하면서도 놀랍고 도전적인 경험을 제공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개발팀에서 이것을 극복할 방법은 앱을 사용하는 선택지밖에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앱을 도입한 덕분에 우리는 플레이어들이 다음에 벌어질 일을 예측하거나 거기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하면서 이야기를 진행하고 괴물을 움직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플레이어들이 카드를 뽑거나 책을 뒤적이는 일이 없어졌기 때문에, 진행이 훨씬 원활해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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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기의 저택

Q: 향후에도 앱을 사용하는 게임을 제작할 의향이 있나요?

A: 게임을 제작할 때 염두에 두는 것 중 하나입니다. 게임 제작 목표를 달성하는 데에 앱이 도움이 되는지를 항상 고민하죠. 제 구상 중 몇 가지는 앱을 써야만 온전히 구현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나올 게임들을 기대해주세요!

Q: <광기의 저택> 디자인을 할 때 가장 어려웠던 것은 무엇이었나요? 그리고 어떻게 어려움을 해결하셨나요?

A: 당연하게도 앱을 만드는 과정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시간이 오래 걸렸고, 생각지도 못했던 문제들이 발생했기 때문이죠. 프로그래밍의 문제는 차치하고서라도, 앱이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작동해야 할지를 구상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 때문에 초기 테스트 플레이에서는, 제가 직접 앱이 되어 스토리 북을 읽고 괴물의 행동을 지시했습니다. 대신, 진행 중인 게임을 보지 않고 기계처럼 읽기만 했습니다. 플레이어들이 무엇을 하는지, 어떤 도구를 가졌는지 알지 못하고 기계적으로 반응해야, 같은 상황에서 앱이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알 수 있었기 때문이죠. 이런 과정을 거치고 나서야 앱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Q: <광기의 저택>과 <아컴호러 3판>은 전작을 일신한 멋진 게임이라는 찬사가 많습니다. 이 게임들을 디자인할 때 전작의 흥행으로 인한 부담감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A: 네, 정말 무서운 도전이었지요. 두 작품의 전작 모두 많은 사랑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개정판을 내는 일은 어려우면서도 무섭기도 했습니다. 제가 만들 게임은 많은 플레이어가 즐기던 전작과 비교될 수밖에 없고, 전작보다 나은 면이 없다면 전작의 팬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게 될테니까요. 아주 큰 부담이었습니다. 하지만, 더 나은 게임을 선보이겠다는 확신으로 이런 부담감을 극복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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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컴호러 3판

Q: <광기의 저택>의 시나리오별 난이도는 어떤 식으로 조정되었나요?

A: 초기 단계에서는 난이도는 고려하지 않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에 가장 초점을 두었습니다. 프로젝트 막바지에 접어들면서부터 게임의 난이도를 시나리오별로 측정하기 시작했죠. 예를 들어, 난이도 별 3개짜리 시나리오는 평균적으로 3명의 플레이어가 부상을 당하거나 정신 이상에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난이도입니다.

Q: <광기의 저택>에서 가장 좋아하는 시나리오와 조사자를 고른다면?

A: 제가 가장 좋아하는 시나리오는 산산조각난 봉인입니다. 이 시나리오에서 조사자들은 저주에 걸린 일가족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하지요. 저택에 사는 괴물이 가족을 죽이려고 할 때, 조사자들은 가족을 보호하고 괴물을 쫓아내야 합니다. 저는 이 시나리오가 가족에 대한 이야기라서 좋아합니다. 또한, 플레이어들이 죽음을 불사하는 한이 있더라도 가족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 또한 마음에 듭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조사자는 웬디 애덤스입니다. 웬디는 아버지로부터 버려진 어린 소녀지만, 똑똑하고 용감하지요. 저는 어린 소녀가 보기보다 뛰어난 능력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악에 맞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발상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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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키 밸런스 작가가 가장 좋아하는 광기의 저택 시나리오인 '산산조각난 봉인'과 니키 밸런스 작가가 가장 좋아하는 조사자 '웬디 애덤스'

Q: 많은 <광기의 저택>을 좋아하는 팬들이 피규어 도색을 비롯해 다양한 팬아트를 제작했습니다. 혹시 지금까지 본 팬아트 중 인상 깊었던 작품이 있었나요?

A: 네, 매우 많습니다! 얼마나 잘 만드시는지 정말 놀랍습니다. 더불어 여러 등장인물과 그들이 마주한 사건을 다룬 팬픽을 읽는 것도 좋아합니다.

Q: 앞으로 준비 중인 신작이 있다면 간단히 소개해줄 수 있나요?

A: 지금 몇 가지 다른 게임을 작업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드래곤홀트의 유산(한국어판 미발매)>처럼 많은 이야기를 담은 게임이지요. 다른 하나는 오락실 격투 게임에 기반을 둔 경쟁 게임입니다. 나중에 정식 출판되면 많이 즐겨 주시기 바랍니다!

Q: 마지막으로 한국의 팬들에게 한 마디 부탁합니다.

A: 제 게임을 즐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늘 이웃에게 친절하고, 서로 도우며 살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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