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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P 16짜리 용" 뜯어보기

위험 요소와 동기

[일행이 원하는 마법 물품이 있었습니다. 조사를 해 보니 그 물품을 갖고 있던 영웅이 용에게 죽었다는 거예요. 다른 용의 하인에게서 정보를 더 얻어서, 일행은 그 물건을 훔쳐냈습니다. 잊지 마세요. 이 세계에서 마법이란 그냥 보너스를 주는 게 아닙니다. 이 마법 무기는 영혼을 꿰뚫을 수 있어서 마법사 왕을 죽이는 데 필요했습니다. 자, 그래서 용은 화가 났고, 뭔가를 공격할 마음을 품었습니다. HP는 16입니다. 준비됐나요?]



기본적으로 이 국면의 메인 위험 요소는 이고, 이 녀석의 행동 동기는 <물건을 도둑맞아서 개빡쳤다>는 것이라는 의미. 따라서 <화가 풀리거나> 혹은 <파티원들에게 저지당하면> 멈춘다는 의미가 됨. 그러면 HP는 왜 그렇게 낮냐.... 일단은 <연출>용의 의도라고 생각하면 좋음. 마스터가 태그를 발라놓고 그걸 묘사하면 파티원들이 그걸 어떻게 처리할지 방법을 생각해 연출하고, 그게 성공하면 용이 <필사적인 공격 한 방>에 죽는 그런 장면이 연출될 수 있다 이거지.



위험 요소의 등장과 태그 묘사

[그런데 갑자기 달이 꺼집니다. 바람의 방향이 바뀌고, 와작 하는 소리를 내며 시청 건물에 뭔가가 착륙합니다. 일행이 몇 초 동안 눈을 꿈뻑이는 사이 뱀 같은 머리가 내려와 사슬갑옷을 입은 경비병 하나를 단번에 찢어버립니다 (마스터 액션 “다가오는 위험의 징조를 보인다”. “파괴적” 태그입니다).]



<달이 꺼지고> <바람의 방향이 바뀌고> <와작 하는 소리를 내며 시청 건물에 뭔가가 착륙했음> 그러면 이것들이 말하는 의미는 뭐냐.. 결국 무슨 일이 벌어졌다 내지는 위험한 뭔가가 나타났다는 의미겠지? 또한 이렇게 갑툭튀하는 과정에서 용은 파티에 아직까지 <어떤 위해>도 가하지 않았는데... 그래서 이런 것들이 마스터 액션 중에서 <다가오는 위험의 징조를 보인다>는 의미가 됨. 이런 연출 자체가 곧 파티가 새로 등장한 위험 요소에 반응할 기회를 주고 있는 상황이라 이거임.



그 다음에는 <경비병을 확찢하는> 묘사를 통해서 이 녀석이 <한 방에 사람을 확찢할 수 있다>는 정보를 플레이어들에게 제공함. 이게 <파괴적> 태그인지 마스터 자작 태그인 <인확찢>인지 그딴 건 솔직히 중요한 게 아니야. 중요한 건 이제 마스터는 "네, 뒤를 돌아본 용이 전사를 깨물려고 할게요" 같은 공격 선언을 하면서 <확찢한다>고 선언해도 괜찮아졌다 이거지. 경비병을 확찢했는데 플레이어라고 못 찢겠음?



보조적인 위험 요소의 등장

[PC들이 마을에 들어올 때 저는 붉은색 토큰을 한 움큼 집어들고, 이렇게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연기 냄새가 나고 용말이 들려온다고 합니다. 그리고 붉은색 토큰을 종이 위에 뿌려서 마을이 불타고 있다고, 그리고 용이 불길을 조종하고 있다고 합니다.]



마을에 불이 붙었다! 쉽게 말해 새로운 위험 요소로 <불길>이 추가되었다는 의미임. 그리고 이 불길은 당연히 주변을 태우지만, 그와 동시에 <용의 조종>을 받고 있음. 이게 무슨 의미냐... 쉽게 말해서 지금 제시되어 있는 두 위험 요소 중에서 이 국면의 메인 위험 요소인 의 처리가 선행될 필요성이 제시된 거임. 용을 냅두고 불길만 잡아봤자 용이 다시 불길을 일으키면 망하는 거잖아? 또한 마스터는 <불길>을 용에게 접근할 경로를 제약한다거나 그런 식으로 활용할 수도 있음.



위험 요소로 인한 여파

[말들이 겁에 질립니다. 일행은 용케 말에서 내립니다 (몇 명은 도망치는 말들 때문에 다쳤고 한 명은 나뭇가지에 부딪쳤습니다). 이 지옥도를 지나 전진을 하는데, 때때로 그림자가 휙휙 지나갈 때마다 사람이 하나씩 반토막납니다. 타죽어가는 사람들이 살려달라고 소리를 지릅니다. 끌어안은 아이들이 그 품안에서 재로 변합니다.]



<용>도 나타나고 <불길>도 생기고... 이 과정에서 파티원들은 <용>과 <불길>에 겁에 질린 말들 때문에 <다치거나> <나뭇가지에 부딪히는> 영향을 받게 됨. 이제부터 슬슬 위험 요소가 작동해서 파티에 영향을 준다 이거지.



태그와 파해법의 제시

[일행은 마을 사람들을 돕기 시작합니다 (여기는 마력이 응집한 곳이 아니라서 마법사가 의식 마법으로 비를 내릴 수도 없습니다). 그리고 4~5톤짜리 괴물이 건물을 부수며 내려앉습니다. 불타는 금색 눈을 번뜩이며 입을 열더니 무시무시하게 포효합니다 (“끔찍함” 태그). PC들은 공포에 버티느라 (위험 돌파) 돌격의 기세가 흩어집니다. 공격을 할 수 있는 사람도 피해는 별로 주지 못하고 (장갑이 4지요), 이 괴물을 죽이려면 마법사의 장갑 관통 주문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불행히, 장갑 관통은 용도 할 수 있습니다.]



계속해서, 마스터는 추가적인 태그를 제시하거나 혹은 그렇지 않다고 제시하면서 상황을 이끌어 나감. 예를 들어서 <마력이 응집한 곳이 아니다>는 묘사는 마법사가 의식 마법으로 <불길>이라는 위험 요소를 빠르게 제거하는 것을 막는 수단이고, 용의 <무시무시한 포효>는 파티원들에게 <위험 돌파> 행동을 요구해서 <공격 이외의 다른 묘사>를 하게 만듬. 또한 그래도 피해가 들어오는 경우 <피해를 별로 주지 못함>이라는 묘사를 통해서 HP 16짜리 용이 버티게 해 줌.



다만 <지식 더듬기>를 쓰든 진행중의 <묘사>를 통해서 파악하게 하든, 마스터는 파티가 이렇게 제시되는 태그들의 내용을 인식하고 그것들에 대응할 방법을 찾을 수 있게 해야 함. 이 경우, 파티는 이 개떡같은 용을 쓰러뜨리려면 <장갑 관통 주문>이라는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하는 데 성공했어. 문제는 그걸 쓸 수 있느냐, 없느냐였지. 만약에 누군가 시간을 끌고 마법사가 충분히 <장갑 관통 주문>을 시전했다면 용은 파티에게 피떡갈비가 됐을 테지만, 그렇지 못했으니 뭐..... 여담으로 "불행히, 장갑 관통은 용도 할 수 있습니다" 부분은 원문을 생각하자면 "불행히도, 용도 그 사실을 깨달은 것 같습니다"가 아닐까 싶다만, 이해에는 큰 문제가 없으니 패스.



묘사의 강화

[그 뒤에 일어나는 일은 공포스럽습니다. 전사 하나가 방어 태세를 취하지만, 용의 공격은 그냥 1d10+5가 아닙니다. 전사의 팔이 뜯어져 나가고 (“파괴적” 태그) 메일 갑옷이 휴지조각처럼 찢어집니다. 용이 불을 뿜자 모두가 위험 돌파를 하고 실패하면 불에 탑니다.]



위에서 말했듯이, 마스터는 <경비병을 확찢하는> 묘사를 했으니까, 또 같은 방식의 묘사로 누군가를 <확찢>해도 괜찮은 상황이 되었음. 그리고 파티의 전사가 마음에 안 들었는지 "그런데 그것을 실제로 사용했습니다" ^^. <불을 뿜는> 묘사 역시 <용>이니까 못할 건 없잖아? 그리고 묘사가 <치명적>일 수록 같은 액션을 요구해도 실패시 대가는 위협적이게 됨. 예를 들어서 위의 <포효>와 이번의 <불숨결>은 모두 판정 자체는 <위험 돌파>로 처리되지만 <포효>는 공포에 질리는 반응이 대가인 반면 <불숨결>은 <한 방에 훅 가는 게> 대가가 된다 이거지. 이런 식으로 점점 전투가 격해짐에 따라서 실패의 대가에 대한 강도를 올려나가는 게 괜찮음. 시작부터 필살기가 날아들고 그런다면 좀 그렇잖냐?



전투의 경과

[일행은 도망칩니다. 용은 크게 웃고는 마을을 불태우고 생존자를 잡아먹습니다.
용의 HP는 16이었습니다. 일행은 떠나기 전에 9점의 피해를 주었습니다. 여기서 떠났다는 것은 짐도 제대로 못 챙기고 생존 말고는 아무 생각도 못 하며 밤중에 토끼처럼 도망쳤다는 뜻입니다.]



넵 전투 종료. 결국 파티는 HP 7 남은 용을 쓰러뜨리지 못하고 도망쳤음. 그런데 사실 이걸 D&D 같은 식으로 치환하자면 쉽게 말해서 용 상대로 <반피는 깎은> 거야... 다만 D&D 같은 데서는 <실제적인 수치>와 <체계적인 판정>에 따른 전략을 통해서 반피를 깎는다면, 던전월드에서는 마스터가 <묘사>로 제시하는 <태그>에 대응해 나가면서 반피를 깎은 거지. 바꿔말해서 이런 피드백이 잘 되느냐 안 되느냐가 AWE 기반 룰의 전투 향방을 가르는데, 그런 면에서는 이게 어느 수준의 피해로 박히고 뭐 그런 걸 마스터가 파티에게 좀 더 명확하게 제시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 있는 기본 Harm 시스템이 더 낫지 않나 싶음.



그리고 던전월드 같은 룰에서는 "이걸로 끝"같은 건 없으니까 이러한 국면과의 조우 결과는 이제 이후의 진행에 영향을 줄 거야. 예를 들어서 이제 파티는 <짐도 못 챙기고 허둥지둥 도망쳤으니까> 이후에는 자기들이 <뭘 두고 나왔나> <다들 상황이 어떠한가> <팔이 확찢된 전사는 어떻게 되는가> 등을 확인해서 상황을 수습해야 할 테고 , 또한 마스터는 마스터 대로 <용>이 어떻게 되었는가도 생각해 둘 수 있겠지. 일단 용도 지금은 크게 웃긴 하지만 반피가 까였으니 다음 번에 싸울 때는 <상처가 남아서> HP 12짜리로 출연한다거나 할 수 있겠고... 반대로 상처 부위에 철갑을 붙여서 갑옷을 걸친 용이 이번에는 "내가 바로 대격변이다!"라고 외쳐댄다거나..... 뭐 그건 생각하기 나름이겠지.



좀 더 생각해보기

사실 이런 사례가 극단적으로 보이는 이유는 간단한데, HP 16이라는 게 사실 <연출용 요소>의 의미가 강하다는 점을 생각하지 못해서 생기는 거임.

비슷한 예로, HP 16짜리는 아니지만 와우의 데스윙... 정확하게 말하자면 "데스윙의 등"을 생각해보자. 이 놈의 공략을 요약하자면 데스윙이 "너무 강해서" 정공법으로 쓰러뜨릴 수 없기 때문에 공격대가 등의 철판을 벗겨낸 뒤 드러난 등에다가 강력한 마법 무기인 <용의 영혼>으로 광선빔 한 방 뿅 해서 격추해 버리는 거야. 이 경우 데스윙 본체의 체력은 사실상 "강해보이는 수치로 나오는 것" 외에는 사실 아무 의미가 없지. 설정된 체력 수치가 얼마든 간에 플레이어들의 공격은 "소용이 없었다"고 하면 되고, 용의 영혼에는 한 방인 걸? 다만 던월에서는 이런 게 기본적으로 주사위 판정이기 때문에 "한 방" 같은 처리를 하려면 체력이 낮게 설정되는 게 낫다 이거임. AWE 같은 경우는 Harm 스케일 개념 상 같은 Harm 1이라도 사람이 쳐맞는 것과 차량이 쳐맞는 것과 집단이 쳐맞는 것이 다 다르고, 받는 피해의 Harm Scale에 보정을 걸어줄 수도 있기 때문에, 같은 메커니즘으로 체력 5짜리 슈퍼 뮤턴트가 같은 체력 5 인간보다는 더럽게 세다는 묘사가 좀 더 손 쉽게 가능한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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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trpg&no=35693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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