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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문) 리즈 팬이 보는 제시 마치

1줄요약 : 한국 국가대표팀과 잘 맞을 것으로 기대함

리즈 팬으로서 보는 제시 마치 이야기 좀 풀어보겠음.
펨코 같은데에나 써야 할 주제인거 같긴 한데, 펨코 갈 일은 없으니...

1. 비엘사 이후 제시 마치의 시대
리즈 팬들에게는 신 그 자체인 비엘사 감독님이긴 한데, 이 분도 단점이 있었음. 베스트 11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아서 베스트11의 컨디션이 빨딱하고 선 시즌 초반에는 엄청난 경기력을 보이지만, 시즌 중반 이후로 선수들의 컨디션 저하 및 부상이 발생할 경우 팀 경기력이 날을 뛴다는 점이었음. (그리고 보통 이럴 때 유망주들을 콜업시켜서 비엘사 스타일의 유망주로 키워가는 느낌임)

그래서 리즈 부임하고 1년차에는 막판에 경기력이 떨어져서 플레이오프로 떨어졌고, 플옵 1차전에서 더비한테 지면서 승격에 실패했지만,
리즈 2년차 때는 코로나로 인해 시즌 중간에 긴~ 휴식기간이 강제로 부여되었음. 그러다보니 시즌 막판까지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이면서 1위로 EPL 승격을 했음.

다만, 리즈 4년차 시절에는 핵심 주전멤버였던 하피냐, 필립스를 부상으로 잃은 상태에서 선수풀은 얇은데 베스트 11만 굴리고, 특유의 초강력압박을 항상 강조하다보니, 폼 떨어진 리즈 선수들에게 있어서 초강력 압박은 곧 '널찍한 뒷공간' 을 의미했고, 이는 강팀 공격수들에게 있어서 뛰어놀 공간을 줘 버리는 모양새였음. 그러다보니 리즈  3년차처럼 EPL에서 먹힐만한 공격적 전방압박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그러한 단점을 커버할만한 화끈한 공격도 안 되다보니 팀이 강등권으로 꼬라박히게 됨. 그러다보니 아무리 리즈 팬들에게 있어서 비엘사 감독이 고마운 뿐이라 해도 경질 엔딩이 날 수밖에 없었음.

2. 소방수 제시 마치
제시 마치는 당시만 해도 꽤 기대받는 젊은 감독이었음. 특히 잘츠부르크에서 젊은 선수들을 잘 키워냈기에 리즈의 디렉터였던 빅토르 오르카(유망주들을 사서 키우면서 리그에서의 생존을 도모함) 의 방향성과 잘 맞을 것으로 기대되었음.

실제로 마치가 오고 난 이후부터는 압박의 정도가 변화함. 비엘사 시절에는 상대 골대 앞에서부터 무조건 90분 내내 풀 압박의 강조한다면, 마치의 경우에는 압박의 강도를 세밀하게 조절해서 상대 수비수에 대한 무리한 압박빈도는 줄이는 대신, 미드필더에서 강하게 압박해서 공 소유권을 따내는 방식으로 변화시킴.
그리고 비엘사 식 압박의 경우에는 수비수들이 하프라인까지 올라올 정도로 강하게 올라가서 같이 압박과 빌드업을 참여하였지만,당시 리즈 유나이티드의 센터백들은 그렇게 발빠른 선수가 없었기에 한번 뒷공간 내주면 그냥 멜리에 골키퍼에게 기도메타 들어가는 수밖에 없었음.

그렇기에 마치 전술에서는 공격수 압박 시위를 낮추고, 그만큼 수비수 올라가는 높이를 낮춰서 미드필더 구역에서 빡세게 압박하고 주도권을 따 오는 것을 선호하게 됨.

또한 원톱이 단순한 공격만 하는게 아닌, 현대식 원톱으로 공격 빌드업 등에도 적극 참여하게 하는 등 현대 전술에도 충분히 밝은 모습을 보여주었음.

다만 윙백 사용은 요새 유행하는 인버티드를 쓰기보다는 전통적인 윙어 보조형태로 사용하는 모습이 많았고, 그 빈 자리를 부지런한 중앙 미드필더들이 백업해가며 채워서 역습을 방지시키는 모습이 많았음.

빌드업 시에는 비엘사 스타일이 그대로 남아서 공 뺏는 즉시 주변의 선수들이 공 받기 좋은 빈 공간으로 뛰어들어가며, 패스를 빠르게 전방으로 진행해가며 꾸준히 선수들이 움직여서 상대 수비수들의 실책을 유도하며 패스를 썰어가는 전술을 보여줌.

3. 마치 2년차의 폭망
마치 2년차가 그야말로 선수들이 확 바뀐 시기였음. FFP를 맞추기 위해 리즈는 언해피가 뜬 돌격대장 하피냐와 맨시티 가고 싶어하는 필립스를 팔았고, 그 빈 자리를 가성비 유망주들과 가성비 선수들로 채웠음.

하지만 이 시즌에 하피냐의 빈 자리를 메우기에는 대안 1호였던 시니스테라는 잦은 부상으로 애매했고, 1.5호였던 애런슨은 활동량 빼면 뭘 해도 애매해서 주전 자리에서 밀려났고, 2호였던 해리슨은 작년 포스가 안 나오는 기복왕(스텟세탁기)가 되었고, 4호기로 기대되던 서머빌이나 뇽토는 이 시즌 초반에는 포텐이 아직 덜 터진 시기여서, 득점력을 기대할 수가 없었음.

게다가 하피냐가 빠지면서 당시 톱 자원이던 뱀포드도 같이 죽어버리는데, 그 전 시즌에 EPL에서 10골 때려박아서 국대 승선까지 한 선수답지 않게 이 시즌에는 뭔가 부지런히 움직이지만 득점도 없고 경기에 미치는 영향력도 확 줄어버렸음. 그래서 겨울시즌에 패닉바이로 톱 자원인 조르지뉴 뤼터를 샀는데, 얘는 팀의 혼란기에 제대로 활용하는 감독이 없어서 그야말로 쓰레기 취급을 당함.
(하지만 이번 시즌에 뤼터는 골결정력 빼면 컴플리트 포워드로서 포텐이 터짐. 그냥 그 혼란기에 못 쓴 감독놈들이 문제라고 봄)

필립스의 공백도 컸는데, 필립스 대신 온 아담스는 필립스보다 수비력은 좋았으나 패스능력은 필립스를 못 따라갔고, 대안 2호였던 마르코 로카는 기동력이 EPL수준이 아니었고, 플레이메이커로서의 기대감도 컸던 애런슨은 EPL에서 뛰기에는 아직 휴지컬을 극복하기 못한 상황이어서 공이 제대로 파이널 써드로 배달될 환경이 되지 못했음.

게다가 리즈는 몇 시즌동안 항상 약점이던 포지션이 양 풀백인데, 이 시즌에 있던 풀백들이 그야말로 노답이었음. 전문풀백이던 피르포는 그 시즌에 처음으로 레프트 풀백알바 뛰는 센터백인 스트라위크에게 밀릴 정도로(그렇다고 그놈이 풀백으로 잘한 것도 아님) 답이 없었고, 라이트풀백으로 데리고 온 크리스텐센은 파이팅 원툴이었음. 그렇다고 해서 팀 레전드급으로 오래 뛴 아일링은 리즈 팬들에게는 '아오 일링시치' 소리 들을 정도로 폼 떨어진게 확 보일 정도였고.

풀백들은 공격 및 수비에 제대로 영향도 못 주고, 센터백은 수도 부족한데 그나마 있는 선수들도 민첩성과 스피드가 부족해서 뒷공간을 잘 내줬고, 중앙 미드필더들은 조합을 아무리 해봐도 답이 안 나오고, 윙어들은 부상과 기복을 보이고, 톱 자원 조차도 노답이다보니 이 시즌 리즈는 전술적으로 부지런히 뛰긴 하는데, 파이널 써드로 공을 보내서 어째저째 슈팅 직전까지는 시도하지만, 결과가 진짜 안 나오다가 상대팀의 역습을 두어방 맞고 뻗어버리는 경기가 나오는게 일상적이었음.

4. 당시 마치한테 아쉬운 점
마치는 이 때 욕을 먹더라도 웅크리고 역습하는 전술을 좀 써봤으면 싶었음. 그런데 마치는 '우린 경기는 잘 이끌었다.' 라고 생각하며 계속 초반부터 쓰던 미드필드 압박과 빌드업을 활용하는 전술을 씀. 물론 이 전술로 첼시를 잡아내는 등의 결과도 보였지만, 그보다 더 많은 승점을 날려먹였고, 시즌 막판에는 뭔가 선수들과 감독 모두 압박에 쫓겨서 다 자신감이 뚝 떨어진 모습을 보였음. 이거 때문에 내가 생각하는 마치의 아쉬운 점이 '플랜 B에 약하다' 라는 점이었음.

5. 선수, 구단과의 관계가 좋음
마치 같은 경우에는 선수들로부터 디스받는 게 별로 없었음. 상대적으로 열린 마음으로 선수들과 소통하는 감독이기도 해서(지금 리즈 감독인 파르케와 다름. 파르케는 자기랑 안 맞는 선수다 싶으면 절대 출장 안 시킴.) 젊은 선수들이 편안한 분위기에서 뛸 수 있게 만드는 능력이 있고, 유망주 갖다 쓰는 데에도 일관성이 있었음. 팀에 도움이 될 만한 선수라면 꾸준히 기회를 줌. (애런슨처럼 어따 써야 할지 모르는 선수도 한시즌동안 꾸준히 교체로라도 기회 줌)

그리고 코칭스태프 사단도 생각보다 단촐한 편이고, 오르타 같이 자기 주관이 명확한 디렉터가 갖다주는 선수들을 받아도 별 불만없이 팀을 잘 이끌었음.

난 이 점 때문에 클린스만으로 인해 상처난 국가대표팀에 필요한 감독이 마치 같은 유형이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 양반이 진짜로 올 거라고는 기대도 안했네.

리즈에서는 시간을 못 받았지만 대한민국 국대는 EPL급 빡센 상대 일정이 있는게 아니니까 기대중임.


p.s) 클린스만 경질 직후에 행복회로 돌리던 시절인 2월에 이런 댓글을 썼는데, 진짜로 올 줄 몰랐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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