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에 살고 있어서 응원하는 팀이 강원이고 이번 시즌은 나름 기대하던 시즌이었는데 이러다가는 최악의 시즌이 되겠네.
물론 이렇게 된 거는 코로나랑 교통사고 같은 불운한 사건들도 작용했지만 팀이 이렇게 까지 나락으로 가게 된 거는 '팀 운영을 개판으로 해서'라고 생각함.
이번 시즌 초부터 중요한 선택을 함에 있어서 강원은 진짜 최악의 선택만 해왔음. 이런 선택들이 조금씩 모여 팀을 개판으로 만들어 버렸다고 생각함.
1. 안병준 메디컬 탈락
시즌 전 강원은 겨울 이적시장에서 안병준을 영입할 기회를 얻었지만 메디컬에서 탈락시켰음. 결과적으로 안병준은 부산으로 가서 K리그2 득점왕에 MVP까지 수상하면서 대활약했고 강원은 실라지만 믿고 가려다가 실라지의 부진과 고무열의 교통사고로 공격진이 박살나는 일이 발생함.
2. 마사 반시즌만에 임대
수원 FC에서 큰 기대를 가지고 영입한 마사를 부상 복귀 이후에도 잘 쓰지 않다가 대전으로 완전이적이 포함된 옵션으로 임대를 보내버림. 그 결과로 강등이 걸린 오늘 경기에서 마사는 대활약을 하면서 대전의 선제골을 어시스트함.
3. 미드필더 선수진 자발적 해체
저번 시즌 강원이 보유했던 미드필더 중 이영재, 이현식, 조지훈, 이재권 등의 선수를 보내고 새로 김동현, 김정민, 신창무, 황문기 같은 선수를 영입했음. 하지만 김동현은 올림픽 차출과 부상 등의 이유로 충분히 기용하지도 못했고 김정민은 리그 한경기도 못 뛰고 팀을 옮겼으며, 신창무는 미드필더에서는 거의 경기를 뛰지도 않았음. 결국에는 한국영을 갈아넣을 수 밖에 없었고 이로 인해 한국영도 부상으로 나가있는 경기도 생기고 유스 선수로 중원을 땜빵해야만 했음.
4. 너무 늦은 감독 교체
사실 나는 김병수 감독 경질 당시 이러면 안 됐다고 생각하는 입장이었음. 새로 판을 짜기엔 너무나 늦었다고 생각했기에 차라리 김병수 감독에게 남은 시즌을 맡기고 강등 여부가 결정되고 감독 교체하는게 차라리 낫다고 생각해서 임. 사실 김병수 감독을 경질할 거였으면 하위 스플릿 에 들어가는 게 확정되자 마자 경질했어야 했다고 봄. 지금 최용수 감독이 부임하고 새로 판을 짜기에는 시간이 너무 촉박함. 시즌 마지막 중에 가장 끝자락에 와서야 감독 교체를 결정한 것은 정말로 잘못된 선택이었음.
5. 성급한 강원 B 운영
강원이 B팀을 운영하는 것에 대해서는 100% 찬성하는 입장임. 미래의 선수를 육성하고 선수들에게 강원이라는 팀의 고유 색을 입히는 것은 굉장히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바임. 그렇지만 이번 시즌 B팀을 운영함에 있어서는 이득보다 손해가 더 컸다고 봄. 강원은 B팀을 운영하면서 A팀에서 발생하는 공백을 B팀에서 끌어다가 쓰기도 했고 코로나 이후 A팀에서 기용하지 않는 선수들을 B팀으로 내려쓰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는 A팀과 B팀 두 팀 모두에 해악이 되었음. B팀에서 올라온 선수들은 순간적으로는 효과가 있는 듯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그렇지 않았기에 지금 강등 직전의 상황에 와있는 것이고, B팀에서는 A팀에서 뛰던 선수를 기용하다가 불법적인 선수 기용이라는 이유로 몰수패를 당하기까지 했었음. B팀 운영은 앞으로 K리그의 발전을 위해서는 필수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런 식으로 B팀을 운영하게 되면 오히려 팀을 망치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함.
이번 시즌은 강원팬 입장으로써는 정말로 길고 긴 시즌임. 구단 최고의 시즌을 기대하고 있었던 팬들의 마음을 배신하고 구단이 1부 리그로 승격한 이레로 최악의 시즌이 되었고 현재는 강등을 목전에 두고 있음. 그럼에도 강등을 당한다고 하더라도 강원팬을 접을 일은 없을 거임. 그동안 강원이 나에게 준 기쁨과 희열은 아직까지는 강원FC의 축구를 보면서 날 기대하게 하거든. 그렇지만 이번 시즌 같은 시즌이 반복된다고 한다면 더 이상은 강원에 기대를 하지 못하게 되는 순간이 올 거라고 생각함. 제발 강원FC가 정신을 차리고 제대로 된 구단 운영을 보여줬으면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