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경기를 빠짐없이 다 시청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전반적으로 한 시즌 따라가면서 생각하고 느낀 점을 정리해볼까 싶습니다.
-시즌 전 예상
일단 주력 선수들의 큰 부상이 아니면 기대해볼만한 부분이 있었다고 생각했습니다.
풀타임 제대로 뛴 건 24 mvp시즌 하나 뿐이었지만 그래도 그만한 퍼포먼스인 선수가 평균으로 수렴한다고 해도 멘도사라인급으로 떨어질 거란 생각은 안 드는 김도영과
이제 진짜 커리어 끝물급인 나이이지만 그래도 본인들 애버리지가 있는 나성범 김선빈을 중심으로 타선이 평균정도만 해주면 어느 팀과 견주어도 경쟁력이 있을거라고 봤습니다.
야수진에서 우려했던 점은 유격수 포지션이지만 그래도 박민 김규성+@로 돌려가면서 쓰면 한 시즌 치를 수 있는 정도는 되겠거니 했죠.
토종 선발진은 이제는 명확하게 보이는 양현종의 에이징 커브, 김도현과 윤영철의 부재 등 불안한 점이 있지만 둘을 제외하더라도 황동하 이의리 김태형 세 명의 (예비)선발 자원이 있기 때문에 어쩌면 자연스럽게 교통정리가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 할 여지가 있었고
어쨌든 계투진은 시즌 전에 할 수 있는 만큼 긁어모았으니 어떻게든 견딜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네일과 올러는 예년만큼만 해주면 리그 평균이상의 외국인 투수들이기 때문에 큰 불만은 없었고요.
불안 요소는 있지만 모든 부분이 다 만족스럽고 완벽한 선수 구성으로 시즌을 치르는 팀은 kbo역사를 통틀어도 몇 없으니까 이 스쿼드가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하지는 않았습니다.
긍정적으로도 부정적으로도 예상 외인 부분들이 있었지만 부상관리만 잘 되면 상위권 경쟁할 수 있을거라 봤던 부분은 크게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이 드네요.
-올 시즌 내용 감상평
예상 외였던 부분을 간단하게 정리해보자면 긍정적으로는 박재현 박정우 김호령(이쪽은 시즌초중반까지로 국한해야할지도 모르겠지만)의 약진이 눈에 띄었고 부정적으로는 박찬호의 공백이 예상보다 메우기 힘들었다는 부분이겠군요.
많은 분들이 최형우와 박찬호의 이탈을 아쉬워하시던데 저는 '그정둔가' 싶었습니다.
개인적으로 22년~23년부터 항상 속터져하던 부분이 외야 세대교체였거든요. 최형우 나성범에 돈을 엄청 쏟아부어서 기용 안 할 수는 없고, 용병도 항상 외야 용병으로 사와서 제대로 기회도 못 받은 채로 적체된 노망주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그 시기에 저의 꼭지를 돌게 만든 기사들 꼭지가 '기아 외야수 누구 쓸까 행복한 고민', '최형우 나성범 없어도 최원준 이창진 이우성 고종욱 김호령 박정우' 어쩌구 하던 거였습니다.
입버릇처럼 김호령한테 박찬호만큼의 기회를 줬다면 공격에서 박찬호만큼 못했겠냐 하고 얘기했었는데, 그 기회를 못 받게 만드는 프런트의 팀 구성이 17년부터 이어져오고 있었던 거라고 봐왔고요.(얼마 안 되는 그 남은 자리를 몰아 쳐먹은 최원준의 행보는 다들 아실거구요. 김호령의 공격 포텐셜이 안 보였으니 어쩔 수 없다고 하실 분들도 있고 그런 시각도 이해를 합니다만, 비교대상으로 든 박찬호도 타격 능력에 있어서 의문부호는 해소시킨지 얼마 안 됐으니까요)
게다가 지명타자 슬롯은 하나인데 그 자리를 필요로 하는 선수는 최형우 나성범 김선빈 세 명씩이나 있죠. 최형우가 나가고 지명타자 자리는 나성범과 김선빈이 돌아가면서 체력 안배를 하게 되고, 수비 부담이 줄어든 만큼 부상 관리도 유리해진 측면이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최형우 최원준 지타로 들어간 나성범이 비운 이닝을 박재현 박정우가 경험치로 잘 받아먹게 된 한 해가 되었죠.
야수단 리빌딩 혹은 리툴링에 있어서 최형우 못 잡은게 그렇게 큰 대미지는 아니라고 봅니다. 오히려 장기적으로 보면 플러스가 되지 않겠는가 생각하고요.
박찬호의 공백은 제 예상보다 메우기 힘든 자리였네요. 김규성 박민이 정말 생각보다 성장을 못하는구나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80억 만큼의 가치(기회비용적인 측면에서)냐고 생각해보면 그냥... 결과론적으로 남는 아쉬움이 아닐까 합니다. 이 정도로 빵꾸가 날 줄 모르는 게 능력부족이다, 알았어야 한다 라고 하면 좀 과하게 가혹한 거 아닐까 합니다. 그 정도로 플러스 마이너스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이면 작두 타도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
아마 이 게시판에 쓴 글도 남아있을텐데, 박찬호 김선빈 빼면 기아 내야진에서 뇌 쓸 줄 아는 선수가 없는 거 같아 보이기 때문에 기아 타이거즈가 박찬호를 가장 필요로 하는 팀 아니겠냐고 했었고 개인적인 감정으로 박찬호 까고 유도영 밀고 그런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아무튼, 팀 구성에서 나고 드는 자리는 어떻게든 있는 사람으로 채워가는 부분일테고, 그 방향성이 중요하지 않을까 하는데요.
제가 가진 가장 큰 불만은 그 자리에 누구를 어떻게 채울 것인가 결정하는 점에서 발생했습니다. 실제로 그런 결정을 한 사람이 누군지 모르니 일단은 이범호 심재학 체제에 대한 불만이라고 쳐보지요.
리빌딩/리툴링 혹은 윈나우.
선수단 구성으로 봤을 때 프런트는 윈나우를 추구하고 있는 것 같고, 현장에서 선수단 운영도 윈나우를 추구하고 있는 게 맞다고 봅니다. 모기업에서 돈 안쓰는 것만 빼면 팀은 윈나우 모드입니다.
문제는 성적을 내기 위해 내리는 판단들이 당장의 성적에 플러스가 되는 영향이 별로 없어보이네요.
시즌 초~중반까지 추돼삼으로 나쁘지 않은 모습을 보이다가 여름쯤부터 그냥 사라진 한재승이며, 시즌 내내 1+1로 묶어 쓰다가 포스트 시즌에서는 엔트리에 넣어두고 한 경기 한 이닝만 던지고 말아버린 황동하 김태형, 좀 잊고싶은데 감독이 허구헌 날 올려서 잊을 수가 없는 조상우 정해영 김범수의 불안감 등등.
올 시즌은 내내 순위경쟁 중이었어서 정확히 어느 시점인지 기억은 잘 안 나는데 (7월이었나 8월이었나) 한재승이 한참 동안 기용이 안 돼서 얘는 엔트리에서 빠졌나 싶어서 찾아보게 만들고, 중계 카메라에 덕아웃에 앉아있는 김태형은 보이는데 안 나온지는 2주 정도 됐던 기간도 있었다고 기억하네요.
1군 콜업은 해놓고 경기는 안 내보내는 경우는 야수진이라고 없지 않은데, 김민규 정현창이 대표적으로 그런 선수들이죠.
경기 다 끝나가고 대수비 대주자로나 쓰고 타석은 한 자리도 못 먹는 경우가 잦았습니다. 포텐셜이 있는 것 같은 선수는 경험이나 경기감각을 많이 쌓도록 확실한 자리를 주고 이닝을 들여서 키워야 할텐데 당장 1군에서 자리 제대로 주지도 못하고 2군으로 내리지도 않아서 실전을 겪지 못하는 게 화가 날 때가 많았습니다.
사실 박재현도 4월까지 김민규나 정현창처럼 쓰였습니다. 거의 나성범 보조배터리 역할 하다가 가끔 오는 기회에서 안타 때려내서 존재감을 드러내다가 카스트로 부상으로 빠지면서 자기 자리를 만들어낸 걸로 보이거든요.
내야 뎁스가 문제라서 정현창을 1군에 데리고 다녔다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다지 동의가 안 되는게 데일이 꼬라박기 전부터도 김규성 박민과 함께 계속 1군이었습니다. 내야 뎁스에 대한 얘기라면 사실 작년까지 센터 라인 백업 위주로 데리고 다니던 윤도현을 갑자기 1루 병행을 시켜서 더 문제가 된 거 아니냐고 지적하고 싶습니다.
유격수가 빵꾸가 났으면 외부에서 보강을 하든, 키스톤 자리 제대로 잡을 때까지 예비인원을 유지를 시키든, 진짜 개큰블랙홀이 아닌 이상 공수 양쪽에서 확실한 플레잉 타임을 보장시켜서 성장을 시키든 해야 맞다고 봅니다. 근데 이 팀은 어떻게 쓰던 백업 자원도 코너 내야로 돌려서 뎁스를 더 약화시키는 선택을 한답니까.
결국 코너 내야는 윤도현이 채운 것도 아니고 작년에 팀 성적 꼴아박으면서 그래도 경험치 먹인 오선우도 아니고, 다리 부상으로 수비범위 줄어든 카스트로가 메웠죠.
시즌 전이나 시즌 초를 지나서 자리 잡히기 전까지 뭘 근거로 어떻게 구상을 했는지 궁금해지는 대목입니다. 기아 내야는 뎁스가 얇아서 문제가 아니라 선수들에게 제대로 시간과 기회를 안 들여서 믿고 맡길 선수가 없다는 생각밖에 안 들고, 지금처럼 선수단 운영하면 김도영이나 박재현처럼 자기 재능으로 스스로 자리 만들어내는 경우 아니면 내외야 어느 포지션이건 뎁스가 불안하다고 얘기할 겁니다.(안치홍 김선빈부터 해서 셀프 재능으로 올라온 경우밖에 없긴 했던 거 같네요. 유일하게 성공한 프로젝트성 선수가 박찬호인 것 같습니다)
성장할 시간과 기회를 스스로 뺏으면서 왜 이렇게 성장이 안되냐고 투덜거리는 모양새로 보이네요.
어쨌든 야수진도 그렇고, 계투진도 그렇고
연이은 부상과 수술 재활로 악재가 있는 건 참작이 되고, 팀의 기조가 윈나우이니 선택이 이해가 가서 크게 비판은 하지 않습니다만
토종 선발진 자리 잡은 선수 하나 없는 것도 그렇고
기껏 시간 들여서 경험치를 먹인 선수를 스스로 홀대하거나, 시간을 들여서 경험치를 줘야 할 선수를 실전에 내보내지 않고 수납하는 경향이 유지되고 있는 점이 가장 큰 불만입니다.
뭐 그것만 불만인 건 아니죠.
김도영 앞에 출루를 시키면 타점이 복사가 된다고! 하면서 시즌 내내 2번타자 찾아 삼만리를 했지만 정작 출루율 높은 선수는 1, 2번에 배치 안 하고
타출 갭이 시즌 평균을 한참 밑도는 선수들은 1, 2번에 기용 못해서 안달이고 팀내 몇 안되는 출루율 3할 넘는 선수들이 상위 타선 배치된 경기는 열손에 꼽으며
타석에서 몇 구 이내에 승부를 걸었을 때 타율이 어떻다, 몇 구 넘어서 타격 했을 떄 성적이 어떻다 하면서 초반부터 적극적인 승부를 가져가는 기조는 3년째 유지하면서 타자들한테 '해줘' 야구 하고 있는데, 토너먼트 넘어와서는 선수들 컨디션에만 맡겨뒀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정확히 보여준 점이라든지.
-차기 시즌 예상
내년엔 불안한 점들이 사실 더 많긴 합니다. 토종 선발 투수도 제대로 없는 와중에 올 해 불펜 투수 관리가 잘 된 데에는 외국인 투수들의 노고가 바탕이 됐습니다. 내년 용병들이 올해만큼 못 해주면 한화가 겪은 일을 기아도 겪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외국인 듀오가 먹어준 이닝으로 인해 계투진이 부하가 줄어들어서 덩달아 퍼포먼스가 올라갔다가, 그 방파제가 사라졌을 때 떠밀려오는 파도를 막기가 역부족이 되어버리는 상황.
정해영도 윤도현도 입대를 해서 투수 야수 양쪽으로 누수가 있을거고, 저는 전상현이 매우 걱정되네요. 20년 시즌 말~21년 중순까지 부상으로 빠진 거 외에 8년을 거의 (계투로서는)풀타임으로 소화를 하는 중이라 과부하가 걱정이 안 될 수가 없습니다. 작년 70이닝 던지고 탈나서 올해 두달정도 자리 비웠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50이닝을 넘겼습니다. 내년에도 이렇게 굴리면 솔직히 FA 잡는게 맞나 싶은 생각이 들것같네요.
어쩌면 작년 스토브리그보다 투수진 보강에 더 열을 올려야 할 수도 있겠습니다.
아무튼 시즌은 끝났네요. 부족한 점도 얻어간 점도 있는 시즌이었습니다. 다음 시즌에는 부족한 점 보완하고 좋은 점은 더 성장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